합기도. 몸과 마음, 관계 발달의 무도

수련중인 최성욱 심리상담사

수련후기: 초단에 응시하면서

2014년 가을 시작한 합기도는 저의 인생길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현대의학으로 원인도 치료법도 알 수 없다던 질병으로 반평생 약을 떼지 못하고 조금만 힘들게 운동을 하면 재발하던 투병생활을 합기도를 통해 끝낼 수 있었으니 가히 기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몸이 건강해진 덕분에 저는 늦은 나이에 대학원에서 정신분석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아직 우리에게 생경한 정신분석학은 의사이자 신경학자였던 프로이트에 의해 창시되어 심리학을 태동시키고, 다시 현대 신경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인간에 대한 탐구의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는 분야입니다.

이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나’라는 존재는 무엇보다 신체적 자아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몸이라는 그릇에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현대의 신경과학은 우리의 몸과 마음, 특히 내장 계통과 관련된 정서와 스트레스의 조절기제가 어떻게 학습과 기억, 성격발달을 통해 ‘나’를 형성하는지에 관해 연구를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스트레스로 인한 내장계통의 질병으로 고생하던 저에게 합기도의 수련과정은 그 자체가 치료의 과정이었습니다. 합기도의 수신만큼 내장을 자극하는 운동도 드물거니와, 도우들과 함께 즐겁게 수련을 마치면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활력을 느끼곤 했으니까요.

7년째 신촌도장에서 수련중인 최성욱 회원

현대정신분석학의 한 줄기인 대상관계이론에서는 인간의 두가지 기본 충동인 생명충동과 죽음충동의 양적 조절기제의 발달이 사회화와 성격발달에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는 최초의 대상인 부모와의 관계에 의해 형성되지만, 이후의 다른 중요한 대상들 즉 선생님, 친구나 선후배 등을 통해 새롭게 변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런 점에서 합기도는 심리적 건강과 발달에도 큰 도움이 되는 운동입니다. 상대를 공격하여 승리하는데 목적을 두는 여타 무술과 달리, 합기도는 두 사람이 함께 수련하며 상호 배려를 중시합니다. 특히 상대와의 거리와 타이밍의 조절이 중요한데, 이는 심리상담과 정신분석 현장에서 치료의 핵심 조건으로 여기는 ‘경계’문제와 ‘상호 주관성’의 내용과 매우 흡사합니다.

무엇보다 합기도 수련의 묘미는 하나의 기술도 반복을 통해 깊이를 더해가는데 있는데, 이 과정은 인격의 성숙과 발달과정의 핵심요소인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능력, 그 중에서도 자신의 사고과정에 대해 사고하는 능력을 발달시키는 과정을 몸으로 체득하게 해줍니다.

그러고보니 합기도(合氣道)는 분열된 정신을 통합하며 나아가는 치유와 성장의 길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몸과 마음, 자기와 타자, 사랑과 미움, 생명충동과 죽음충동이라는 양분된 에너지(氣)를 통합(合)하는 인생의 여정(道). 이 멋진 무도를 많은 사람과 오랫동안 즐기고 싶습니다.

2021년 8월 31일
신촌본부도장 최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