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키도로 행복 찾기 – 수련기

박성원 아이키도 수련기
사당중앙도장 소속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꾼다. 그만큼 모두 행복한 삶을 위한 무언가를 향해 치열하게 살아 나간다. 저 너머에 있는 아련한 무지개를 좇는 느낌이던 내 통장에 찍힌 큰 액수의 잔고가 주는 안도감이던 그 느낌은 다양하다. 아쉽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극에 달한 물질문명의 사회는 소비와 중독이 행복이라는 만족감을 주도해 나간다. 혀를 유혹하는 예쁜 모양의 달콤한 디저트나 하루 종일 멍때리며 볼 수 있는 틱톡이나 쇼츠가 건강을 해치고 뇌를 망가뜨린다는 이야기는 이미 닳고 닳은 이야기이다. 이에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은 나만의 행복 제조법은 아이키도 수련이다.

스탠퍼드 의과대학 정신의학·중독의학 교수 애나 렘키가 저술한 최근 화제의 책 도파민네이션은 우리가 행복하지 못한 이유를 도파민 과다로 설명한다. 도파민은 뇌에서 활성화되는 신경전달물질로서, 보상과 동기 부여, 쾌감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와 더불어 뇌에는 항상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본능인 항상성이 있다. 약물이든 쇼핑이든, 관음증이든 흡연이든, 소셜 미디어든,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는 행동은 항상성에 의해 도파민 수용체를 줄이게 되고 결국 더욱 큰 자극에 의한 도파민 과다를 유도한다.

설상가상으로 항상성 유지를 위해 뇌는 쾌락의 반대작용인 고통에 민감해지는 수용체를 늘리게 된다. 결국 쾌락을 주는 자극에는 둔감해지면서 더욱 강한 자극을 찾는 중독에 빠짐과 동시에 작은 고통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 결국 불면증, 불안장애,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으로 악화하여 고통은 더욱 커져 가게 된다.

아이러니하게 이러한 중독의 해결 방안 역시 뇌의 항상성을 활용하는 것이다. 쾌락에 둔감하고 고통에 민감한 상태가 되어 중독에 빠지는 것이라면 반대로 고통에 둔감하고 쾌락에 민감한 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놀랍게도 도파민네이션의 저자는 필자가 수년간 해오던 찬물 샤워를 예로 든다.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고통스러운 상황을 만들어 고통에는 둔감하지만, 작은 쾌락에도 민감해지는 뇌의 상태를 유도해 가는 것이다. 당연히 업무, 공부, 독서 등 소위 고통스러운 일을 하는 것도 이에 포함된다. 물론 운동도 이에 포함된다. 특히 아이키도 수련은 단편적인 항상성 유지 효과 그 이상의 효과가 있다.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황농문 교수가 저술한 몰입이라는 책은 도파민네이션의 내용과 궤를 같이하지만, 한 단계 더욱 놀라운 내용을 주장한다. 기본적으로는 몰입을 통한 학습법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앞서 언급한 도파민과 뇌의 역할인 항상성을 초월하는 상태를 소개하여 준다. 저자는 어떠한 문제에 100퍼센트 몰입하기 위해서는 50시간 정도 연속해서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두뇌 가동률을 최대로 끌어올려야 하며, 이때 그 사람은 자신의 기준으로 그 문제에 관한 한 영재의 뇌를 가지게 된다고 한다.

황 박사의 개인적인 경험은 물론이고 같은 서울대학생이라고 해도 미지의 문제 해결 능력이 탁월한 학생은 학창 시절부터 아무리 어려운 수학 문제 등을 만나도 절대로 해설을 참고하지 않은 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몰입해서 해결하는 방식으로 공부했다고 한다. 결국 자신의 노력으로 미지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 키워준다는 것이다.

나아가서 정말 연구할 가치가 있는 난제의 경우 수개월 이상 또는 평생토록 문제에 매진하고 몰입하는 행위는 천재의 뇌를 만들어 주며 소위 말하는 득도의 경지에 도달하고자 하는 구도의 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화두를 가지고 평생 명상을 하여 도를 구하는 불교의 간화선(看話禪)과도 닮아 있다. 이러한 참선의 과정을 통해 들어가는 삼매에서 느끼는 충만한 행복감도 몰입의 한 현상으로 이는 전두엽에 작용하는 특별한 시냅스 구조를 통해 중독 현상에서 보이는 수용체 감소가 일어나지 않는 완전한 도파민 전달이 이루어지는 상태인 것이다. 여타 종교에서 말하는 열반이나 지복의 경지, 성령이 충만한 상태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이러한 과정은 유명한 업적을 이룬 과학자에게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황 박사가 책에서 서술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본다면,

-중력의 법칙을 어떻게 발견했느냐는 질문에 뉴턴은 “한 가지만을, 그것 한 가지만을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이 이들의 머리를 따라잡을 수는 없다. 그러나 방법을 알고 노력한다면 이들이 사용했던 몰입적 사고는 얼마든지 따라 할 수 있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지극한 몰입 상태에 이르면 하루 종일 그 생각만 하고, 그 생각과 함께 잠이 들고, 그 생각과 함께 잠이 깬다. 이런 몰입 상태에서는 문제 해결과 관련된 새로운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떠오르고, 내 안에 숨겨져 있던 능력이 최대한 발휘되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지고의 즐거움을 얻는다는 것이다. 행복을 추구하면서도 해야 할 일을 남보다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이 바로 몰입이다.-

몰입
몰입

같은 맥락으로 상대성이론의 아인슈타인도 노력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한 결코 실패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잠시 정리를 해 본다면 뇌의 항상성과 도파민 작용에 의해 중독을 야기하는 소모적인 행동대신 진입장벽이 있는 또는 고통스럽다고 느낄수 있지만 자신의 인생과 목숨을 걸 수 있는 문제에 오랜 기간 몰입할 때 종교에서 이야기하는 득도, 열반, 또는 자아실현과 같은 높은 가치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러한 몰입에 필요한 시간을 쏟을 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의 유무일 것이다. 아이키도 수련은 필자에게 이 문제가 되어 주었다.

아이키도는 무도이다. 무(武)라는 한자는 창 과(戈)와 그칠지(止)의 조합이라는 설이 있다. 창을 멈추다 또는 폭력을 멈추는 것이 무(武)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도(道)는 길이라는 의미와 함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가치를 찾아가는 것으로 생각한다. 적을 친구로 만들고 해하지 않는 길을 모색하는 아이키도는 진정한 무도라고 할 수 있다. 전쟁이 만연한 현 시국에 강력한 국방력을 전제로 하는 평화 유지는 상식이 되었다.

무도 또한 그러한 강함을 추구하지만 아이키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극명한 힘의 차이에 의한 강압적 억제가 아닌 상대가 진심으로 납득할 수 있는 무위(無爲)의 경지를 추구한다. 일본에서 전국시대 등을 거치며 수백 년간 실전에서 사용되었던 실전 검술을 근간으로 한 살생 무술을 무(武)가 곧 사랑(愛)이라는 영적인 철학으로 승화시킨 창시자 우에시바 모리헤이의 아이키도는 많은 사람의 죽음과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노력과 기술, 그 중의 오의와 비전, 역사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과 철학, 그리고 종교적 신념까지 녹아들어 있다. 그 자체로 한 사람의 일생을 통해 탐구할 수 있는 가치가 있다.

실질적으로 아이키도 수련은 평범한 사람을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아이키도가 비판받는 가장 큰 이유로 실전성을 들 수 있다. 논란이 많은 문제이지만 이러한 비판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키도가 경쟁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경쟁에서의 우위가 곧 강함이라는 현대인의 관점에서는 분명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하지만 무도가 승패를 위해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길을 찾는 소위 스포츠로서의 접근을 함으로써 일어나는 폐해도 태권도나 유도, 검도 등의 종목을 통해 이미 많이 공론화되어 있다.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일본 역사상 가장 명확하게 일본 황가가 공인한 무신(武神)으로서 추앙받는 창시자의 무도를 수련하는 것 자체가 평생에 걸쳐 진정성 있게 수련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며 효율이나 단편적이고 근시안적인 승패를 추구하지 않는 이유이다. 아이키도는 결국 긴 시간, 즉 일생을 통해 천천히 몰입을 이어가는 수련을 요구하는 그 가치 있는 문제가 되어준다. 필자도 아이키도에 몰입하고 꾸준히 수련하면서 느끼는 조금씩 특별한 사람이 되어가는 잔잔한 만족감을공유하고 싶은 것이다.

몰입
몰입

외적으로 보여지는 아이키도 기술의 화려함이나 부드러움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멋지지만, 그 안에 숨어있는 감각적인 부분이나 기술에 녹아 있는 이합(理合)의 깊이는 끝이 없다. 이러한 부분은 단편적인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근력을 사용하지 않고 상대를 제압한다는 막연한 개념부터 단순히 팔에서 힘을 빼는 것조차도 바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몸으로 표현해 보려 해도 잘 안된다.

도장에서 자주 듣는 말 하나하나가 간화선의 화두 같은 느낌이다. 조금이라도 무술을 접해봤다면 누구나 들어봤지만 사실은 잘 안되는 것들 뿐이다. 예를 들면, 힘은 주지 않았지만 팔이 죽어 있지는 않은 상태, 기가 뿜어져 나가는 듯한 느낌, 중심축이 서있는 상태, 몸이 조여진 상태, 구부려지지 않는 팔, 분리되어 있지 않은 몸의 움직임, 점선면의 움직임의 차이, 원의 움직임, 몸 전체로 움직이기, 손가락 끝에 전신의 무게를 싣는 방법, 상대의 중심과 연결하기 등등 하나같이 종잡을 수 없는 문제들이다.

결국 몰입할 수 밖에 없는 주제가 이렇게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이 한 가지로 귀결된다는 화두도 풀어내야 한다. 단순히 생각이나 사유에 의한 몰입뿐 아니라 감각이 몸에 새겨지도록 수련을 거듭해 가는 육체적인 몰입도 필요하다. 윤준환 도장장님의 말씀처럼 기존 교육과 사회생활로 단련된 상대적으로 높은 사고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몸의 상태를, 수련을 통해 그 높낮이를 맞추고 균형을 이루어가는 것이 아이키도의 수련 과정이다.

아이키도는 풀리지 않는 난제 그 자체이다. 운동적인 측면에서도 아이러니하게 상대를 던지는 것보다 상대의 기술을 받는 수신을 통해 코어 단련이 이루어지고 실력이 향상된다. 상대의 힘을 받아준 뒤에 자연스럽게 나의 기술을 펼쳐나가야 하는 아이키도는 지는 게 이기는 법을 실제로 수련하는 것이다. 아이키도를 시작하고 처음에 가장 난감한 부분이 힘을 사용하지 않고 상대를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상식에 반하고 본능에 반하는 행위를 수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 각자의 역량에서 선배와 도장장님 그리고 선생님들은 그 모습을 보여주고 느낌을 전달해 준다.

타인과의 수련을 통해 맹목적인 힘이나 실력의 차이가 아닌 몸이 느낄 수 있는 감각으로 그리고 마음으로 납득할 수밖에 없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물론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 없이 몸을 단련하는 취지로 반복 훈련을 하는 것만으로도 아이키도는 훌륭한 운동이다. 하지만 필자처럼 무언가 궁금증을 가지고 탐구하려 한다면 아이키도는 끝도 없는 난제를 던져주고 완전히 풀리지는 않지만 분명 생각과 몸이 납득할 수 있는 미세한 느낌을 통해 수많은 영감을 주고 문제 해결을 위한 가설을 세워보게 하며 의문이 풀리는듯한 작은 실마리들을 체감하는 만족감을 선사해 준다.

아이키도를 시작한 그날부터 3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필자는 수련에 몰입하고 있다. 상대와 내가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합기의 원리, 힘을 쓰지 않고 상대를 움직이고 제압하는 방법, 체중에 상관없이 상대를 들어 올리고 던지는 합기 올리기 등 어렵지만 흥미로운 난제를 풀기 위해 고민했고 실제로 그동안 참고한 일본어 동영상들 덕분에 일본어 실력 또한 급상승했다. 학교에서 배웠다면 하품으로 일관했을 해부학에서나 사용하는 근육이나 뼈의 일본어 명칭과 한자까지 궁금증 해소를 위해 거부감 없이 공부하고 외우기도 했다.

아이키도는 즐거움이다.
아이키도는 즐거움이다.

아마도 황 박사님이 이야기한 나의 역량 안에서 나름 천재의 뇌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보다 더 즐거운 경험은 매일 들어왔던 도장장님의 말들이 이해되고 실제로 그 안에 담겨있는 오의가 실제로 조금씩 체감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련 시작했을 무렵 무심코 넘겨 들었던 말들이 이제서야 몸의 움직임을 통해 이해되고 느껴지는 순간들은 정말 즐겁다. 그리고 단언컨대 아이키도는 계속해서 평생 그런 즐거움을 줄 것이다.

가장 단순하지만, 직관적인 변화는 평생 굽은 어깨에 구부정한 자세였던 내가 아이키도 수련이 요구하는 중심축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허리를 펴고 얼추 바른 자세를 유지하게 되고 남들보다 약했던 몸이 단단해지고 몸이 연결되는 듯한 신기한 느낌도 조금씩 느낀다는 것이다. 체중 130kg의 상대가 힘껏 누르고 있는 팔을 65kg인 내가 가볍게 들어올리기도 한다. 정말 평범한 내가 특별해지는 느낌이 든다.

상대보다 우월하다는 느낌도 아니고, 나보다 실력이 월등한 사람을 따라잡으려는 승부욕도 아니다. 그저 이해가 안 되는 답답한 문제에 순수하게 부딪혀 보고 스스로 해결해 보려고 긴 시간 몰입하는 사이 분명 잔잔한 만족감을 느끼게 되고 그 과정 자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실질적인 체력이나 신체 능력에 대한 자신감은 아이키도를 수련하기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향상됐고 삶에 대한 만족감이나 지금, 이 순간에 만족할 수 있는 긍정적인 기분이 비록 강하지는 않지만, 절대 부정할 수 없도록 내면에서 흐르듯이 확고히 느껴진다. 분명 난 잔잔하게 행복하다. 80 또는 90세가 넘는 일본의 선생님들이 이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도 창시자가 던진 아이키도라는 난제에 몰입하면서 얻어가는 행복함 때문이 아닐지 감히 추측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