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무도의 철학적 기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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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무도의 철학적 기반(1)

 

동양의 무도는 예로부터 몸과 마음을 함께 수련하기를 강조하였고, 儒․佛․道의 영향으로 무도의 내용에 철학적 의미와 체계를 부여하여 단순한 수련 이상의 가치와 의미를 담아냈다.

儒學의 四書중의 하나인 『大學章句序』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王公으로부터 庶人의 子弟에 이르기 까지 모두 小學校에 들어가게 해서 이들에게 물 뿌리고 청소하며 응하고 대답하며 나아가고 물러가는 예절과 禮․樂․射․御․書․數의 文을 가르치고․․․ 대학에 들어가게 해서 이들에게 이치를 궁구하고 마음을 바루며 몸을 닦고 남을 다스리는 道(방법)를 가르쳤다.

 

여기서 무술에 해당하는 射(활쏘기)와 御(말타기)는 몸을 닦는 공부로서, 文과 함께 武도 중시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전통적으로 동양에서는 몸과 마음의 관계를 분리시키지 않았으며, 몸의 수련은 곧 마음의 수련인 동시에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로 나아가는 길로 보았다. 이것이 동양무도가 추구하는 경지이다.

이와 같은 사유체계를 갖춘 사람들은 철학적 훈련과 정신단련의 일환으로 무도를 익히기도 하며 무도를 익힌 사람들 상당수도 이런 철학을 실천한다. 그러면 동양무도의 기저에 깔려있는 몇 가지 중요한 철학적 사유와 그 배경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여기서 동양의 무도라 함은 어떤 동양의 특정 무술(태권도, 유도, 합기도, 검도, 쿵후, 태극권 등등)을 지칭하기 보다는 이들 무술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이론을 철학적으로 해석하고자 종합하여 동양의 무도라 칭한다.

 

  1. 동양무도와 氣

 

동양의 무도에서 氣란 정신적 차원에서의 氣와 신체적 차원에서의 氣로 나눠진다.

원초적 의미에서의 氣는 天氣나 地氣와 같이 기후라는 자연현상을 의미하기도 하며, 또는 氣血이나 精氣와 같은 생명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心-氣-體라는 동양의 인간학적 구조 가운데, 氣는 일종의 에너지로서 신체, 정신 모두에 깊은 관련이 있고 무도는 이 둘을 연결하는 교량적 역할을 한다.

무도에서 정신적 차원의 氣란 ‘氣魄’이라든지 ‘勇氣’, ‘氣合’과 같이 감정이나 정신집중이라는 의미에서 쓰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심리적 특성을 띠는 氣는 儒家와 道家의 氣 사상을 중심으로 전개되었음을 알 수 있다.

유가에서는 여기서 더 나아가 ‘호연지기(浩然之氣)’와 같이 도덕성을 부여하여 道와 理와 같은 철학적 개념과 연관시켰다. 그리고 점차 太極, 陰陽이나 元氣와 같은 형이상학적 의미로까지 확대하였다.
먼저 유가적 관점에서 보면 『孟子』 「公孫丑上」편에 氣에 대한 대목이 보인다.

 

志는 氣의 장수이고 氣는 몸에 꽉 차 있는 것이니, 志가 최고요 氣가 그 다음이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그 志를 잘 잡고도 또 그 氣를 포악하게 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志가 한결같으면 氣를 움직이고 氣가 한결같으면 志를 움직이니, 지금 넘어지는 자와 달리는 자는 이것이 氣이나 도리어 그 마음을 움직이게 된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나는 말을 알며, 나는 나의 浩然之氣를 잘 기른다.”

 

孟子에 의하면 志는 氣를 통솔하고 氣는 신체에 꽉 차서 신체를 지배한다.

마음의 작용인 志와 신체적 기능을 氣라고 했을 때 정신성과 신체성의 관계로 보면 마음 곧 정신성이 신체성보다 상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이 둘은 “志가 한결같으면 氣를 움직이고 氣가 한결같으면 志를 움직인다.”처럼 서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마음이 건전하고 맑아야 신체가 건강해 지며 건강한 신체에서 건강한 마음이 나온다는 것이다.

志는 마음 안에 일어나는 意念으로서 發하기 전에 일정한 방향으로 향해 있는 상태이며, 氣는 그 意志가 發하여 행동이 되어 나타나는 발동력이다. 즉 志는 氣를 통제하지만 氣가 지나치게 발동하면 몸과 마음의 균형이 깨져서 마음이 동요되기 때문에 志로서 血氣의 지나친 발동을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論語』에서도 이 혈기를 경계하는 말이 있다. “장성해서는 혈기가 한창 강하므로 경계함이 싸움에 있다.” 라고 했으며, 노자는 “志(뜻)을 부드럽게 가지고 몸을 튼튼케 한다.”고 하였다. 이것은 때에 따라 혈기가 동요됨을 경계하고 혈기에게 부림을 당하지 말라는 말이다.

무도의 세계에서는 혈기가 솟구쳐서 쉽게 흥분하게 되면 나를 잊게 되어 상대를 바르게 볼 수 없게 된다.

신체적 감각은 눈보다 빠르다. 이것이 무도를 익히는 가장 중요한 기본 전제이다.

상대와 얽혀있는 나의 팔과 다리는 상대를 감지하는 안테나와도 같다. 움직임은 눈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감지’한다.
상대를 감지하기 위해서는 나의 혈기는 억제되고 감각은 살아 있어야 한다.

상대가 올바로 보이는 바로 그 순간부터 눈보다 빠른 감각의 예민함과 움직임이 발생하는 것이다. 朱子는 『中庸』 「鬼神章」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그 氣가 가고 오며 펴지고 구부러지는 것에서 족히 그 기미를 볼 수가 있다.

즉, 상대를 감지한다는 것은 상대의 屈伸往來의 에너지를 통해 기미를 볼 수가 있으며, 상대의 ‘意氣’를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신체에 흐르는 氣는 항상 긴장된 곳에서 정체하고 막히게 마련이다. 긴장된 상태에서는 나의 氣는 물론이고 상대의 에너지조차 감지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대의 에너지를 감지하는 필수요건은, 꾸준한 수련을 통해 혈기를 잘 다스리고 ‘志’를 견고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孟子가 말한 ‘不動心’이다.

노자는 일찍이 心과 氣의 관계를 “마음이 기운을 부리는 것을 ‘세다’고 한다.”고 하여 몸에 지배되는 삶을 경계하고 본마음이 기운을 잘 다스려야 함을 말하였다. 이렇게 몸과 마음의 수양을 통해 잘 다스려지고 길러진 굳세고 충만한 기운이 바로 ‘浩然之氣’일 것이다. 이 浩然之氣에 관하여 孟子는 “그 기됨이 지극히 크고 지극히 강하니, 정직함으로써 기르고 해침이 없으면 천지의 사이에 꽉 차게 된다.”고 하였으며, 그 浩然之氣를 기름에 있어서는 “반드시 浩然之氣를 기름에 종사하되 효과를 미리 기대하지 말아서 마음에 잊지도 말며, 억지로 조장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하였다.

마땅히 무도를 수련함에 있어 수련자는 이 浩然之氣를 기름을 목표로 삼고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꾸준한 수련을 통해 자연스럽게 얻어지도록 해야 한다.

신체적인 氣는 체내에 흐르는 에너지로서 인체의 생명활동을 일으키는 동력이다.

한의학적 측면에서 보면 종횡으로 뻗어있는 經絡과 경락상의 출입구라고 할 수 있는 穴을 통해 끊임없이 순환하는 氣이다.
신체에 흐르는 氣는 眞氣 혹은 元氣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선천의 氣’와 ‘후천의 氣’로 나뉜다.

선천의 氣는 부모의 精子과 母血이 만나서 이루어진 出胎이전의 원초적인 氣이고 후천의 氣는 인간이 살면서 天氣(공기) 호흡과 地氣(穀氣)의 섭생을 통해 길러진 氣를 말한다. 특히 후천의 氣는 올바른 섭생과 꾸준한 운동으로 강하게 단련시킬 수 있으며 질병도 예방 할 수 있다.

동양 무도의 수련에서는 체내순환을 통해 氣를 돌리고 몸 밖으로 방사하기 위한 運氣법과 함께, 호흡의 구체적인 방법도 매우 중요시되어 왔다.
수련을 통해 강화된 內氣는 권법(혹은 發勁)을 행할 때 기압과 함께 동시에 몸 밖으로 순식간에 폭발적인 氣를 발하는데 쓰이기도 한다.

동양의 무도 중에는 氣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공수련이 있다. 기공은 그 범위가 대단히 넓지만 수련 목적에 따라 勁氣功(무술기공)과 건강과 양생을 위주로 한 軟氣功(의료기공)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경기공은 중국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導引術인 오금희나 태극권과 같이 몸을 움직이는 動功으로서 발전되어 왔다.
연기공은 다시 外氣功과 內氣功으로 나뉘며, 외기공은 치료사가 氣를 환자에게 보냄으로써 경락에 흐르는 氣를 원활하게 하는 일종의 치료 목적이며, 내기공은 기공수련자나 환자가 스스로 단련하는 양생의 일환으로서 체계화한 기공요법이다. 이렇듯 氣 개념은 의학에서뿐만 아니라 무도에서도 중요한 개념이다. 때문에 무도 수련자는 더 깊은 수련을 위해 마땅히 자기 신체의 구성과 氣의 흐름에 대하여 공부해야 한다.

– 본 내용은 한국체육철학회지에 등재된 동양무도의 철학적 기반에 관한 연구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박사수료 김용훈)의 일부 내용입니다-

예로부터 대한민국을 군자의 나라라고 했습니다.

중국인들은 동이족인 우리나라를 예에 밝은 민족이라고 평했는데, 산해경()에 의하면 해 뜨는 동방의 예의지국 또는 군자국()으로 일컬어 왔습니다. 또한 중국인들은 예로부터 우리의 민족성을 가리켜 “어진 사람”()이니 “양보하기를 좋아하여 다투지 아니한다”() 혹은 “서로 도둑질하지 않아 문을 잠그는 법이 없으며, 여자들은 정숙하고 믿음이 두터우며 음란하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논어(論語) 子罕편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 : “, ?” : “, ?”(공자께서 구이에 살려고 하시니, 혹자가 말하기를 “<그 곳은> 누추하니, 어떻게 하시렵니까? 하자, 공자께서 대답하시길 “군자가 거주하는데 무슨 주추함이 있겠는가?”) 여기서 九夷는 동쪽에 사는 동이족 지금의 우리나라를 뜻합니다. 이렇게 예로부터 우리민족은 仁의 민족으로서 仁의 말 뜻(人+ 二: 사람이 둘이서 함께 한다.)처럼 서로 함께 하기를 좋아 했습니다.

함께 한다는 것은 서로가 믿고 의지하며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한 마음의 상태를 말합니다.

한 마음은 곧 하늘 마음이며 서로가 하나되고 그것은  행복이고 영생일 것입니다. 반대로 요즘처럼 경쟁이 심한 사회에서는 서로가 하나가 아니라 남남이 되었습니다. 서로가 남이 되면 두 마음이 되고 그것은 매일이 불행이고 지옥일 될 것입니다.

                       한 마음(서로가 하나)- 군자- 행복- 영생

                       두 마음(서로가 남남)- 소인- 불행- 지옥

合氣道에서 合氣는 매우 중요한 개념 입니다. 合의 의미는 끌어 당긴다/ 묶는다/ 하나가 된다는 의미 입니다.

合의 반대 의미는 沖입니다. 沖은 찌르고 밀치고 내친다는 의미입니다.

일반적인 무술이 공격적인 충의 의미가 강하다면 아이키도는 서로 합한다는 합의 의미가 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키도는 평화의 무도이자 사랑의 무도 입니다.

우리는 아이키도 수련 때에 서로의 손을 잡고  합기를 통해 서로의 기운을 느끼며 마음 또한 하나가 됩니다. 때문에 아이키도는 한 마음의 무도 입니다.

주역(周易)에서는 二人同心 其利斷金 同心之言 其臭如蘭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즉 “두 사람이 한 마음이면 그 날카로움이 쇠를 자를 수 있고, 한  마음에서 하는 말은 그 향기가 난초와 같다.”라고 했습니다.

아이키도는 서로가 하나되게 하는 한 마음의 무도 입니다. 사랑의 무도 아이키도를 통해 군자의 나라 대한민국이 다시 한 마음으로 한 뜻으로  뭉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