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경쟁하지 않는 자세(무술의 구조)

중단자세(주단 가마에)/ 영화 7인의 사무라이 한장면
중단자세(주단 가마에)/ 영화 7인의 사무라이 한장면

검술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구조는 정안(세이간)이라고 하는 중단자세입니다. 중단자세를 잡고 있을 때는 상대가 공격을 위해 접근하는게 어렵습니다. 세메라는 동작을 하며 공격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진검을 들었을 때는 그 위험성 때문에 더 어려워 집니다. 검술에서는 이런 자세를 양(陽)의 자세라고 합니다.

좀 처럼 공격하지 않고 있는 적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적이 공격할 수 있는 찬스를 주는 겁니다. 아래 사진은 사(捨)의 구조(샤노가마에)입니다. 한자 사(捨)는 버릴 사로 적의 칼 앞에 내 몸을 버린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위험한 자세입니다. 이런 자세를 음(陰)의 구조라고 합니다. 음의 구조는 여러가지 형태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사의 구조가 단연 으뜸입니다.

사의 구조(샤노가마에) / 영화 7인의 사무라이 한장면
사의 구조(샤노가마에) / 영화 7인의 사무라이 한장면

상대가 먼저 공격할 수 있도록 음의 자세를 취하는데 그것은 빈틈을 보이는 것입니다. 만약 의도치 않았던 실수로 인해 빈틈이 생기면 적은 일순간에 공격하게 되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빈틈을 보이자 상대가 들어오는 것은 처음부터 유도된 것이므로 결과가 달라집니다. 음의 구조에는 감춰져 있는 기술이 있습니다.

사나운 맹수(猛獸)들이 공격할 때는 상대가 공격하며 덤빌 때와 등을 보이며 도망갈 때 포악하게 공격합니다. 싸울때는 인간도 맹수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공격하는 상대에게 더욱 난폭하게 반격하고 등을 보이는 상대에게 기회를 잡은 듯 맹공합니다.

경계하는 자세를 취하고 시합하는 모습
경계하는 자세를 취하고 시합하는 모습

무술이 공격을 위한 자세를 취하는 것은 그 자체로 경쟁 구도가 되는 것입니다. 싸울 의지를 상대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형태는 권투나 태권도, 검도, 격투기 같이 시합으로 우열을 가리는 스포츠에서 하는 구조입니다. 스포츠는 누가 더 빠르고 센지 경쟁합니다. 나이나 신체 조건처럼 경쟁에는 한계가 따릅니다.

경쟁은 마음에서부터 일어나고 시합은 자세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모든 무술은 기술을 펼치기 위해 접근할 때 상대의 펀치나 발길질에 당하지 않도록 조심합니다. 생각없이 접근하면 코뼈나 이빨이 부러지는 상해를 입게 됩니다. 적이 칼을 들었을 때는 더욱 위험해 집니다. 유도처럼 서로 붙잡고 시작하는 것은 무술의 자세가 아닙니다. 스포츠 경기를 위한 약속된 행위입니다.

호신술이 주먹이나 발길질 사정거리 안에서 손목을 잡거나 의복을 잡는 행위는 매우 위험한 접근 행위로 무술에서는 있을 수 없는 구조입니다. 기술을 걸었을 때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위 사진처럼 주먹으로 반격 당할 수 있는 간격이나 위치에서 놓이게 되면 기술이 걸렸다 해도 끔찍한 상해로 이어집니다. 기(技)는 조금만 틀려도 기가 아닙니다.

약자 입장에서 잡히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가 공격할 수 있는 간격 안에 있는 것 부터가 최악의 상황 입니다. 앞에서 설명한 양의 자세와 음의 자세를 이해 한다면 호신술이라고 해도 절대 상대의 공격 가능한 위치나 거리 안에서 무언가를 하는 것은 크게 잘못하는 겁니다.

소극적인 대항
소극적인 자세

위 사진처럼 피해자가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는 것은 저항없는 피해자가 되지만, 적극적인 호신술을 펼치려다 오히려 더 큰 피해를 키우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호신술을 잘못 배우면 더 위험해 질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을 무술이라고 하기가 어렵습니다. 무술은 구조라고 하는 접근하는 자세에서 부터 시작합니다.

아이키도 자세는 검술을 이치를 따르고 있습니다. 그것은 상대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공격 자세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경쟁을 위한 시합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아래 사진처럼 무기를 들고 있는 상대 앞에서 불리하게 보이는 자세로 서있는 것은 상대가 마음 놓고 공격할 수 있게 유도하고 있는 샤노가마에와 같은 음의 구조입니다.

무기를 든 상대가 마음 놓고 공격할 수 있도록 서있는 자세
무기를 든 상대가 마음 놓고 공격할 수 있도록 서있는 자세
음의 구조로 상대 공격을 유도하는 아이키도 자세와 반대로 상대를 경계하게 만드는 자세
음의 구조로 상대 공격을 유도하는 아이키도 자세와 반대로 상대를 경계하게 만드는 자세

아이키도 연무를 보면 항상 공격하는 상대가 당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것은 힘과 힘이 부딪치는 시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런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단칼에 잘려나가는 검술처럼 유도되었기 때문입니다. 검술은 매우 빠릅니다. 상대의 공격이 힘을 쓰기 전에 안으로 들어가 힘을 차단하고 흘리거나 제압 또는 공격선 밖에서 안전하게 상대를 자르듯 던집니다.

아이키도는 경쟁적인 자세나 태도를 취하지 않습니다. 두 주먹을 올리고 자세를 낮추며 공격해 올지 모를 상대를 향해 눈을 부릅뜨고 소리 지르며 위협하듯 경계하는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무(無)가마에’라고 하는 자세가 없는 자세로 자연스럽게 서서 상대의 공격을 유도하며 검술을 펼치듯 제압하고 던집니다.

<아이키도 공인 수련장>
https://aikidonews.co.kr/archives/97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