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클럽과 도장, 만유애호의 시작

 

회계사이며 세계적인 서예가이면서 합기도 7단의 실력자인 다키모도 세이죠 선생
프랑스관련 전문번역가 일을 하면서 합기도를 지도하고 있는 야마와키 선생
형사이면서 합기도 6단으로 클럽을 운영하며 지도자 생활을 하는 나카야마 에이잇치 선생
세무사이면서 합기도 클럽에서 지도하고 있는 이시바시 료이치 6단 선생
회사 정년퇴직과 동시에 합기도 전문지도자로 새로운 세계를 펼치고 있는 야마시마  다케시 7단 선생
루마니아에서 규모있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합기도장을 가지고 있는 도린 선생
직업이 판사이며 합기도가 7단 합기도클럽 지도사범인 야마구치 킨야 선생
오랜세월 축적된 실력은 전세계에서 존경 받는 선생으로 각광 받는다. 사진은 전문선생인 고바야시 야스오 8단과 히로아키 7단 선생
누구든 오랜시간 투자한 만큼 실력이 쌓이는 운동이 합기도(Aikido)다.


2020년 새해를 맞아 지난 한 해 동안 함께 해주었던 가족같은 회원 여러분에게 고마움과 함께 감사를 드립니다. UN이 발표한 연령구분에서 60은 이제 청년에 속한다고 합니다. 60이 된 지금 그 말이 실감나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새해 첫날 도복을 정리하면서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외에서의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사지가 멀쩡한 무도 지도자가 나이가 많아서 도복을 입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일본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가할 때마다 부러운 것이 있습니다. 고령의 회원들이 지도자와 함께 멋지게 시범 보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저런 모습들이 언젠가는 우리도 보여주었으면 했는데, 이제는 내가 그 자리에 서야 하는 나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지금까지 한국 무술에는 왜 성인도장이 별로 없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한국에서는 도장을 생계형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사실 나는 지금까지 돈을 벌려고 도장을 차리는 것 만큼 어리석은 것이 없다고 말해 왔습니다. 도장이 잘 된다는 곳을 살펴보면 어린이 위주의 도장이 많고 성인 대상을 하는 곳은 보기 어렵습니다. 

무도는 실력있는 지도자가 단기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다니는 것은 권장합니다. 그러나 도장을 잘 살펴보면 줄넘기 같은 학교체육이 위주이고 쌍절곤 같은 흥미거리를 위주로 가르치는 곳이 많습니다. 물론 재미가 있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주객이 전도되어 가르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이들만 가르치는 도장에서 실력을 높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성인부가 없는 도장에서는 수준있는 지도자가 탄생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렸을 때 인재가 성인이 되어서 실력있는 지도자로 성장하려면 체육대학을 졸업해야 가능한 구조입니다. 도장에서만 수련해서 세계적인 지도자가 만들어질 수 없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무도는 생계형으로 하는게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국내에서 누구도 그것을 지적하거나 바로 잡아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근 30년동안 일본에 도장을 살피면서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내가 만난 무도 지도자 거의 대다수가 별도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무도 선생들 중에는 자영업 이외에도 법조인이나 회계사, 교수 등 전문직도 있었고, 자신의 전공을 살려 본업을 유지하면서도 도장이나 클럽을 운영하며 유명 지도자가 된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정년을 맞이하여 제 2의 인생을 여는 기분으로 전문 지도자의 길을 걷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들은 단기간 속성으로 배워서 새로운 직업을 선택한 사람이 아닙니다. 적어도 몇 십년을 수련하며 기회가 찾아온 사람들입니다. 도장에서 오랜 세월 동안 수련해 온 것을 가지고 지도자가 되었으므로 실력이 대단합니다. 그런 선생을 만나게 된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회원도 있습니다.

문무양도(文武兩道)라는 말이 있듯이 문무 어디에 치우침없이 고루 겸비해 나가는 것을 권장하지, 생계형으로 하는 도장업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무도는 절대 돈버는 사업이 될 수 없습니다.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도장은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리더들이 또한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무도가 살아날 수 있습니다. 낮에는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재지만, 밤에 도장에서는 수 많은 수련생의 일원으로 스승의 가르침을 이어받고 향후 전문 지도자로서의 길을 걸어갈 준비를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나는 근 25년 동안 성인만 가르치는 도장을 운영해 왔습니다. 진짜 실력을 키워 보겠다는 오기 같은 마음이 작동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동안 성인 전문도장으로 버틸 수 있었던 것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일본에서 선생들을 만나 새로운 시각을 갖지 못했다면 지금 쯤은 아마 도장을 그만 두었을 것입니다. 나는 정말 좋은 선생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운도 좋았습니다. 우리 도장에 10년 이상된 수련생들이 많은 것은 그러한 행운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운동을 오랫동안 함께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무도는 앞서가는 스승의 족적을 따라 자신의 발전을 꾀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도장이 생계가 되다 보면 초심을 잃기 쉽습니다.

이런 현상은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문제는 아닙니다. 해외에서도 오래 전부터 문제가 되어 왔습니다. 유럽에는 개인이 운영하는 도장보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스포츠센터나 학교의 유휴 시설을 이용하는 클럽이 매우 많습니다. 돈이 많거나 실력이 뛰어난 선생은 도장을 직접지어서 운영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기존의 시설을 활용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 현상은 자연스럽게 직업을 가진 상태에서 취미로 좋아하는 운동을 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도장을 차려서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부담을 덜 수 있는 구조입니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열심히 운동만 하면 되는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외국에는 전문직 종사자나 오피니언 리더들이 지도자를 겸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수련해 온 것을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은 대단히 기분 좋은 일입니다. 한가지에 집중해서 오랫동안 연습하면 누구든 달인이 될 수 있는 것이 좋은 것입니다. 나이들면 은퇴하는 계속할 수 없는 것이 있고 합기도(Aikido)처럼 세월이 갈 수록 더 나아지는 것이 있습니다.

대한합기도회가 그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교육적인 차원에서 또는 지역 봉사차원에서 혹은 자신을 위해서 합기도를 배우고 클럽을 만들어 가르칠 수 있을 정도가 되어 보십시오. 또 다른 세계의 기쁨이 여러분 앞에 펼쳐질 것입니다. 도장은 좀 더 전문성을 갖춘 지도자가 있는 곳입니다. 클럽은 동호회 형식이므로 가볍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대한합기도회는 유단자라면 누구든 직장과 지역사회의 무도 리더가 되어 클럽 운영을 권장합니다. 이는 바로 “만유애호(萬有愛護)”를 실천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입니다.

*대한합기도회 수련장 확인 홈페이지 www.aikido.co.kr

윤대현
국제합기도연맹(IAF) 한국대표 아시아합기도연맹 한국대표 (사)대한합기도회 회장 국제합기도연맹 공인 6단 신촌 본부도장 도장장 국제합기도연맹(IAF) 공인사범 도장연락처: 02-3275-0727 E-mail:aikidokore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