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기도(Aikido)는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출처: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에서

일본 에도시대 유명한 다도가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날 다이묘의 부탁으로 쇼군을 만나기 위해 사무라이 복장으로 길을 걷고 있는데 낭인 사무라이가 자신의 검술을 뽐내고 싶어 지나가던 다도가에게 다짜고짜 도전을 해왔습니다. 그 당시는 사무라이들이 자신의 검술을 과시하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그는 사무라이가 아니었기에 싸우면 죽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자신이 모시던 주군의 명예가 걸린 문제이기도 했기에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의 다도 실력을 잘 알고 있던 당시 최고의 검술가로 부터 “도전자를 만났을 때, 검을 들고 당신이 다도를 했을 때와 똑같이 생각하시오” 라는 충고를 듣습니다.

검술가의 말대로 그는 검을 들어 다도를 했을 때처럼 똑같이 집중했습니다. 도전자인 낭인은 검을 겨누고 조심스럽게 다도가에게 접근 하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다도가의 자세에서 헛점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파고들어갈 빈틈이 전혀없는 검술가를 공격하는 것은 확실한 죽음이라는 것을 잘 알고있던 낭인은 한참을 탐색한 후 검을 내리고 “난 당신을 이길 수 없소” 라며 도전한 것을 사죄하고 떠났습니다.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 장면>

검술을 배우다보면 한가지 특징을 알게 되는데 검술에서는 ‘먼저 공격하는 자가 당한다’는 사실입니다. 공격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유형, 무형의 압박을 가하며 공격 시점을 잡기위해 노력하는데 검술에서는 이것을 세메(攻め)라고 합니다. 일본에 탄생한 아이키도(合氣道 합기도)가 바로 그러한 검리(劍理)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먼저 공격하는 것을 하지 않습니다.

네이버 블로그 ‘윤대현 무도이야기’에 올린 이전 글 ‘초대하지 않으면 다가오지 못한다’ 에서 설명해 놓았고 ‘그래서 아이키도가 실전이다’ 에서도 이해를 구할 수 있는 설명이 있습니다. 아이키도는 일중신 즉 반신이라는 구조를 통해서 옛 검술을 표현합니다. 먼저 공격하는 자가 불리한 것은 검술의 이치가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키도에서는 상대가 먼저 들어올 수 있도록 초대를 하고 그 다음 기술을 펼치는 것입니다.

기본자세를 카마에(構)라고 합니다. 아무런 자세를 잡지 않는다는 무(無)카마에가 있지만 똑같은 원리입니다. 아이키도는 무카마에 형태인 반신(半身)을 기본으로 합니다. 카마에를 취할 때는 긴장을 풀고 마음을 비웁니다. 이러한 자세는 몸의 중심 축이 흐트러지지 않고 견고해서 접근하는 상대가 두려움을 갖게 합니다. 다수가 접근할 때도 같은 인상을 갖게 합니다.

<아이키도는 먼저 상대가 들어올 수 있도록 초대한다.>

상대에 대한 두려움으로 어떻게 할지 기술과 기교를 생각하면서 부자연스럽게 자세를 낮추고 긴장하는 모습은 검술에서는 적에게 마음 상태를 노출시키면서 속임에 빠지기 쉬워지고, 자신이 유리하다 싶으면 가볍게 행동하게 함으로써 절대절명의 위험에 빠져버립니다. 따라서 최상의 자세는 자신의 계획과 승리에 대한 욕망을 비우는 것입니다. 그것이 순간적인 반사작용을 일으키며 방어를 자유롭게 합니다.

생각은 행동보다 느리기 때문에 마음을 비우고 반사신경을 발전 시키는 것입니다. 아이키도의 반신자세는 마음을 비운 자세이고 그런 자세는 빈틈을 보이지 않는 자세입니다. 검술이 일반 격투기와 전혀 다른 준비자세를 보이는 이유가 이런 것입니다. 처음 다도가가 비록 검술은 몰랐지만 마치 도통한 것처럼 마음을 비운 초연한 자세가 오히려 도전자를 당황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검술에서 자세 만으로도 승부가 결정되는 옛날 이야기가 많습니다. 실제로 검술에서는 우세한 자세를 지닌 자가 대결에서 패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합니다. 공격하는 자는 공격하려는 의도를 먼저 보임으로서 목숨을 잃게 됩니다. 아이키도가 먼저 공격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이키도는 특정한 자세가 없는 완전한 자연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약점이 없습니다.

<검을 상대하는 우에시바 모리헤이 아이키도 창시자의 카마에>

공격은 대상을 필요로 합니다. 그 대상이 자신을 방어하려고 할 때 공격성이 더욱 강하게 나타납니다. 맹수들은 상대가 저항하려 하거나, 달아나려 하면 공격 본능이 즉시 깨어납니다. 아이키도는 역설적이게도 카마에 즉 자세에서 상대가 공격할 수 있는 빈틈을 보여 줌으로써 상대가 공격을 도발하도록 만들고 이끕니다. 그렇게 함으로서 보이지않게 공격자를 조종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공격자를 다루는 기술을 수련함으로서 두가지 형태의 카마에를 펼치게 됩니다. 하나는 마음을 비운 반신 자세로 견고하게 서있는 자연체가 상대의 공격 의지를 꺽거나 잊어버리게 만들어 싸움을 하지 않는 것과 수련을 위해 상대가 공격을 하게끔 유도하여 접근해 오는 상대를 기술로 정확하게 제압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아이키도는 기본자세에서 부터 표시가 나지 않게 은밀이 공격자를 다루는 수련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키도 이름은 들어 봤지만 아직까지 아이키도가 타무술과 전혀 다른 무술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아이키도는 평화를 추구하면서도 매우 합리적이고 실용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평생무도로써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입니다. 아이키도의 성격에 대해서는 이전에 올린 글 ‘합기도의 실전성과 윤리성’에서 잘 표현되었습니다.

<창시자의 반신자세, 일중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