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키도 후쿠오카 도장 방문기 – 류민형

코로나 때문에 몇 년간 포기하고 있던 여행이었습니다만 한일간 무비자 입국이 다시 가능하게 되어 친구 두 명과 함께 규슈 여행 계획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친구 중 한 명은 같은 아이키도 수련생인 ‘김주한’씨였습니다.
여행 날짜는 4월 29일(토)로부터 5월 7일(일)까지 8박 9일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 5월 5일은 어린이날이라 휴가 3일만 사용하면 9일짜리 황금연휴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놓칠 수 없는 기회였습니다.

오랜만에 일본에 가는 것이라 하고싶은 일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 중엔 코로나 중에 시작한 아이키도에 관한 것도 있었습니다. 저와 주한씨는 울산 ‘아이키도 성지관’에서 수련중인 하얀 띠입니다.
제 선생이시며 성지관의 도장장이신 김성일 도장장님은 항상 바르고 정확하게 지도해 주시는데 수업 중에 일본의 문화나 도장에 관한 이야기를 예로 들어주시곤 합니다. 또 아이키도를 잘하기 위해서 다양한 사람의 손을 경험해보라고 해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이번 여행에서 꼭 일본의 아이키도 도장을 방문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규슈에는 한국과 달리 아이키도 도장이 정말 많았습니다. 또, 다른 유파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가장 헷갈리는 점은 유파가 같아도 굳이 어느 유파인지 이름과 사진에 잘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구글지도로 처음 찾을 땐 합기회 소속의 유파가 없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도장 하나하나 검색을 통해 그 소속을 알아본 결과 1977년 스가누마 선생님께서 창립자이신 ‘우에시바 모리헤이(植芝 盛平)’ 선생님과 2대 도주 ‘우에시바 기쇼마루(植芝 吉祥丸)’ 선생님의 이름에서 한 자씩 가져와 개설하신 ‘쇼헤이주쿠(祥平塾)’라는 도장이 있었습니다.

합기회 소속 도장을 찾은 저희는 본부도장에 일본에서 보낼 일정을 알려드리고 참여할 수 있는 수업시간과 수업료에 관한 문의를 드렸습니다. 친절하고 자세한 답변을 받았고 방문일정을 5월 6일(토) 쇼헤이주쿠 직할 도장인 후쿠오카 ‘텐진도장’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대망의 도장 방문 날. 저와 주한씨는 5분 지각하고야 말았습니다! 건물 밖에서 여기에 도장이 있는지 잘 못알아보고 입구와 계단이 두개라서 조금 헤매고 만 것입니다. 도장에 들어오니 꽤나 넓은 곳에 사람이 꽉 들어차서 다들 체조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희를 보자마자 한 분이 체조 중에 다가오셔서 친절하게 탈의실과 화장실을 안내해 주셨습니다. 그분의 이름은 아마 마츠다씨(유단자)였던 것 같습니다.

안내를 받고 환복 후 도장으로 돌아오자 마츠다씨가 저희를 앞으로 데려다 주셨습니다. 앞으로 나온 저희 앞에는 웬걸 스가누마 선생님이 서 계셨습니다. 선생님께서 한국에서 온 수련생이라는 설명을 들으시고 도장의 모두에게 저희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이후 저희도 자리를 잡고 함께 체조 후 수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스가누마 선생님의 수업일이라 그런지 도장엔 대략 30~40 명 정도의 사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이 유단자였습니다. 하얀 띠인 저에게 있어서 약간 위압감도 들었습니다. 마츠다씨가 저희를 맨 앞 열에 앉히시고 스가누마 선생님이 동작을 알려주시면 처음에 저의 손을 잡아 주셨습니다.   바짝 긴장하고 있었던 터라 배운 동작들이 거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마츠다씨가 친절하고 아주 정교하게(말도 잘 통하지 않는 상태에서) 도와주셨습니다.

수업을 들으면서 배웠던 기술도 있고 배우지 못했던 기술도 있고 또 배웠지만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기술들이 있었습니다. 마츠다씨 외에도 다른 분과 함께 손을 잡아봤는데 잡는 분마다 이렇게나 다르구나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날 수업에 2교 마무리를 많이 받았는데 처음에는 아무런 느낌을 받지 못해서 탭을 해야 하나 고민 들정도로 아프지 않게 해 주셨습니다.

하얀 띠를 대하는 유단자들의 배려를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날은 처음 당해보는 마무리 기술도 있었는데 나중에 가서 김성일 도장장님께 여쭈어 보니 유단자들에게 가르쳐주는 동작이라고 하셨습니다. 아무래도 대부분 유단자들이 참여하는 수업이라 그랬던 것 같습니다. 수업 중간엔 스가누마 선생님이 돌면서 수련생들의 동작들을 유심히 관찰하시고 바로잡아 주시곤 했습니다. 그런데 주한씨를 근처에 와서 유심히 봐주셨던 게 느껴졌습니다(기분 탓일지도 모릅니다.). 그러고나서 좌기호흡법을 직접 선생님이 잡아 주시는 영광도 누렸습니다.

수업은 중간에 한 번씩 약 2분 정도 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때는 각자 수건으로 땀도 닦고 각자 텀블러에 담아온 물도 마시고 했습니다. 저희는 수건도 없고 물도 안 챙겨왔습니다. 한국에서 도장을 다닐 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도장장님께 설명을 듣고 갔음에도 금세 까먹어버린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한 숨 돌리며 다른 분들과 함께 도복에 써 있는 제 이름 읽는 법이며 어디서 왔나 가벼운 담소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 나눈 분 중에는 캐나다에서 오신 여성 수련생도 있었습니다. 도장엔 프랑스인 유단자 분들도 계셨고 다른 백인 분도 계셨는데 해외에서 스가누마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려고 오신 거였습니다. 직접 다른 인종의 수련생들을 보니 신기한 기분도 들었다고 할까요?

도장에는 에어컨도 없고 비도 내려 습하기도 하여 땀은 줄줄 나고 슬슬 저질 체력에 무리가 오려나 싶을 때 선생님께서 마무리 체조를 시키시고 한 시간가량의 수업이 끝났습니다. 한 시간동안 정신없이 배우느라 힘들지만 아주 빠르게 지나간 것 같습니다. 수업이 끝나자 마치 제 역할이 있는듯 각자 빗자루와 걸레를 들고 도장 바닥을 청소하기 시작했습니다.

눈치 빠르게 저희도 걸레 하나씩 집어서 청소를 시작했지요. 이제 집에 가는 분들도 있고 이야기 나누시는 분들도 있고 나머지 수련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저와 주한씨도 좀 전 함께 수련하시던 분들이 오셔서 궁금했던 것이나 어려웠던 것을 물어보셔서 저는 2교에 대해 여쭈었고 한 번씩 더 수련을 하게 도었습니다.

운동을 끝내고 캐나다에서 오신 분과 일본인 아주머니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영어, 일본어 섞어가면서 되는대로 서로 말을 주고받게 되었습니다. 스가누마 선생님의 시중을 드시는 분들이 돗자리를 깔고 차와 다과를 준비하셔서 저희도 두 분과 함께 합석했습니다. 저는 선생님 옆에 앉게 되었습니다. 어느 분이 대만에서 사 오신 과자와 일본 양갱을 나눠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여러 이야기가 있었지만 저희와 함께 나눈 대화 중에 스가누마 선생님께서 대만에서 누군가 사온 선물을 받으시곤 한자가 달라 저에게 읽어보라며 여쭈어 보셨는데 한국에서는 한자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렸더니 놀라시며 합석하신 다른 분께서 자세하게 한국의 한자와 한글에 관한 설명을 대신해 주셨습니다(일본어를 꼭 배워가야겠다는 다짐이 들었습니다.).

또 같이 계시던 아주머니는 아이키도를 한국에선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물으셔서 ‘합기도’라고 발음한다고 알려드렸는데 일본어엔 ‘ㅂ’받침이 없어서 ‘핫키도’라고 발음하시며 어려워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다과를 즐기고 나서 선생님께 사진을 요청 드렸는데 선생님이 흔쾌히 받아 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사진 한 장 찍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도장장님께서 선생님과 사진을 찍을 때는 뒤에 앉으면 안 된다며 저의 실수를 지적해 주셨습니다. 일본 도장에서 예절에 신경 쓴다고 많이 노력했는데도 이런 실수를 하다니 참 부끄럽습니다.

텐진 도장을 떠나기 전 일일 수업료를 지불하고 도장에서 기념품으로 파는 일본 전통 손수건인 ‘테누구이(手ぬぐい)’를 울산 성지관 도우분들과 도장장님께 선물하려고 몇 장 샀습니다. 스가누마 선생님의 체조 영상도 있다며 어느 백인 유단자 분이 영어와 일본어 버전이 있다며 보여주셨는데 사오지 않은 게 지금은 조금 후회됩니다.

다양한 손을 잡아보라고 권해주신 저희 도장장님의 지도가 없으셨다면 일본여행에서 이렇게 쉽게 도장 방문을 할 생각이 들었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저는 울산에서 김성일 도장장님께 아이키도를 처음 배우게 되었고 울산강습회 때 윤준환 도장장님께 배워본 게 전부인 초심자입니다.

울산에서는 수업 때 상대를 바꿔가면서 연습을 하게 하십니다. 윤준환 도장장님께서는 일본 본부도장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경험들이 아이키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저를 일본으로 이끈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결정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왔습니다. 일본 도장의 구조, 도장에서 해야 하는 예절과 행동들,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배우는 기술과 경험, 한국과 일본의 여러 차이점들 등. 특히 도장에서의 예절에 관해서 많은 배움을 받았는데요. 일본에선 도장에 드나들 때마다 도장에 대한 예로 인사를 하고 수업이 끝나면 다같이 청소하고 선생님과 다과시간을 가지며 귀가할 때 도우와 선생님께 절로 예를 표하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무도에 대한 일본인들의 마음가짐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스승에 대한 예우는 어떻게 하였는가 자기자신은 어떻게 대하였는지 한번 되짚어 보게 되었고 직접 가서 경험해보는 것이 말로만 듣던 것보다 훨씬 귀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달까요. 아마 다음에도 일본에 가게 된다면 저는 무조건 또 도장들을 찾아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때는 지금보다 실력도, 일본어도, 선생님께 대한 예절도 철저히 준비 해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