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이비 합기도가 짬뽕무술이 된 이유

경락

70년대 중반 무렵 침구사 제도가 부활 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침구사 시험을 준비했는데 그때 나도 침구사 공부를 했습니다. 나중에 한의대 학생과 한의사들이 침구사 제도를 반대하는 데모를 하면서 철회되고 말았습니다. 침을 놓기 위해 경락과 경혈의 위치를 외워야 하는데 가장 먼저 외우는 것이 침을 놔서는 안되는 위험한 혈자리들 입니다.

무술에서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무술은 댄스가 아닙니다. 혼자서 춤을 추듯 검을 휘두르고, 화려한 형으로 기분만 내는 것은 승부를 가리는 무술에서는 결격일 수 있습니다. 중국에 ‘쉬샤우둥’ 격투기 선수는 폼만 잡는 중국무술 고수들을 나무라며 실제 경기에서 모두 쓰러뜨려 버린 것이 세계적인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무술에서는 실제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칼싸움하던 고대전투를 재현해서 승부를 가리는 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현대무술이라고 하는 것은 안전이 보장된 것을 말합니다.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옛 무술을 현대스포츠라 하지 않습니다. 칼을 들고 싸우면 죽거나 장애인이 되기 십상입니다. 옛 무술이 누구나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스포츠화 되면서 검술은 검도로 유술은 유도로 그리고 공수도로 세분화 단계를 거쳐 현대무도로 탄생했습니다.

검술과 유술의 경계가 없는 고대무술

합기도는 현대화된 일본 무도 중에서 가장 늦게 스포츠화 된 무술입니다. 사무라이 시대에는 검술, 유술(야와라),기타 병법으로 나뉘어 하나로 통합되어 있었으나 현대화가 되면서 검술은 경기에 이용할 수 있는 것만 선별해서 ‘현대검도’로 재탄생이 되었습니다. 실제 옛 검술은 공격부위가 한정되어 있는 현대검도와 다르게 다양한 방법으로 공격에 제한이 없습니다. 자세부터 현대검도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옛 검술이 현대검도로 재 탄생된 것은 안전하게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유도는 가노우 지고로우에 의해 경기화 되면서 올림픽에까지 들어갔습니다. 유도가 스포츠화 되었다는 것은 옛 유술을 안전하게 재정립 했다는 뜻입니다. 원래 유술은 칼싸움하면서 상대 칼을 빼앗거나 쓰러트리며 관절을 부러뜨리는 매우 공격적인 무술입니다. 유럽의 레스링을 따라 자유대련 형태를 취하면서 경기화가 가능한 유도가 되었습니다.

유술을 한때 ‘야와라’ 즉 부드럽다는 단어를 썼는데 이유는 단단한 칼에 비해서 손은 약하고 부드럽기 때문에 붙혀진 이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술이 부드러워서 붙혀진 이름은 아닙니다. 일본 에도말기에 군인과 경찰이 수련하며 일본 최고의 유술이라고 하는 다케우치류를 ‘야와라’라고 했습니다. 야와라는 손을 사용할 때 새의 날게(羽手)처럼 부드럽게 사용하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자세는 반듯하게 손은 깃털처럼

유술이 기술적으로 부드러운 형태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우에시바 모리헤이 선생이 평화의 무술로서 ‘합기도’를 내 놓으면서 부터 였습니다. 그는 먼저 대중화를 시도한 검도나 유도 그리고 공수도에서 채택하지 않은 기술을 가져와 이용함으로써 유도나 공수도 형태와 확연히 구별되는 모습을 갖게 되었습니다. 타 종목에서 이미 하고 있는 것을 가져와서 이름만 바꾼 사이비 짬뽕무술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합기도를 창시한 우에시바 모리헤이를 일본에서 ‘천재 무술가’라고 알려진 이유가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유술을 잊어버린 검도, 검을 버린 유도와 다르게 옛 검술과 유술의 기술적 경계가 없는 그리고 만유애호의 도()라는 가장 안전한 현대 스포츠로 합기도를 탄생 시켰습니다. 기술을 연습할 때는 상대를 절대 다치게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어 조화로운 기술수련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앞에 침술에서 언급한 것처럼 위험해 질 수 있는 혈(급소,사혈 등)을 먼저 외우는 것처럼, 합기도에서도 처음부터 숙지해야 하는게 있습니다.

-타인의 인격을 존중하는 것,
-상대를 위험하게 할 수 있는 과격한 힘을 쓰지 않는 것,
-기술을 펼치는 중에도 검을 사용하듯 반듯하게 몸을 유지하는 것,
-상대 공격 가능한 위치에서 기술을 걸지 않는 것(사각의 위치를 점할 것),
-검술 자세를 취하듯 항상 반신자세로 위험에 대비하는 것,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상대에게 먼저 공격하지 않는 것,
-싸우려는 마음을 없애고 기술 적용시 상대가 위험해 지면 멈추는 것,
-훈련은 절차탁마 하며 기술은 부조화가 들어설 틈을 주지 않는 것,

절차탁마 하며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운동

싸움은 피하는 것이 최우선이고 만약 싸워야 할 때는 적극적으로 자신을 보호해야 합니다. 연습을 할때는 해서는 안되는 그리고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먼저 습득해야 합니다. 이런 행위들은 승부를 가리려는 격투기 시합에서는 적용이 될 수 없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상대 공격을 피한 후에도 일격에 가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가능한 피해가 덜하고 좀 더 안전하게 쓰러뜨리거나 제압하는 것이 합기도 입니다.

만약 이것을 시합에 적용한다면 펀치나 킥을 사용하지 않고 피해가 덜한 손목뒤집기로 꺽고 있거나 덜 심한 방법으로 던지는 것을 하게 되므로 시합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것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 지금까지 오리지날 합기도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공격적인 타격기나 유도를 섞어 가르치게 되면서 짬뽕무술이 된 요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합을 하지 않는 합기도를 이해하지 못한 겁니다.  

싸움은 내가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것이 있을 때 싸우는 겁니다. 그때는 주변에 있는 도구를 이용해서 단번에 효과적인 제압을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사이비를 보면 출처가 불분명한 검술은 해동검도를 모방하고 있고 태권도를 모방해서 시합을 하고, 유도를 따라하고, 중국무술을 흉내내는 것을 합기도라고 속이고 있는 곳이 많습니다. 그 중 일부 양심있는 사람들은 이제라도 무명(명칭)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합기도 창시자 우에시바 모리헤이

 

 

윤대현
국제합기도연맹(IAF) 한국대표 아시아합기도연맹 한국대표 (사)대한합기도회 회장 국제합기도연맹 공인 6단 신촌 본부도장 도장장 국제합기도연맹(IAF) 공인사범 도장연락처: 02-3275-0727 E-mail:aikidokore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