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武威)를 이해하면

合氣道 道主 植芝盛平

도장에서 수련하면서 얻어지는 무위에 대해서 설명할 때면 노자사상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았다. 앞서 올린 글 ‘5단 승단을 축하하면서’에서 ‘합기도(合氣道)’란 명칭에 ‘도(道)’가 들어간 이유로, 도장의 수련을 통하여 발전하고자 하는 본성을 만족시키며, 힘든 수련에 꾸준히 참여하는 과정에서 성실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중용(中庸)에도 나온 글을 간략히 다시 설명하면,

‘자연은 성실하다.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은 성실이라는 자연법칙에서 벗어남으로 인해 문명(明)을 만들어 왔다. 이것이 하늘(天)로부터 받은 인간의 ‘본성(性)’이며, 이로 인해 자연과 멀어진 다시 말해 성실하지 못한 인간을 다시 성실하게 만드는 것이 교육(敎)이다. 자연에서 벗어나 문명을 만드는 것과 다시 자연의 성실함으로 돌아가는 것을 꾸준히 하는 것을 ‘도(道)’라 한다.’

즉 무도 수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실’이다. 몇십 년씩, 움직일 수 있다면 언제든 꾸준하게 수련을 이어가는 것은 자연과 같은 성실함을 갖추었을 때 가능하다. 성실함은 무사가 갖추어야 하는 기본 성품이다. 오랜 세월 수련한 지도자는 성실과 더불어 지도자의 자질로서 무위(武威)를 갖추어야 한다. 무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무용위력(武勇威力)을 구분하면 무용(武勇)은 사전적으로 무예(武藝)에 뛰어나고 용감(勇敢)함을 말한다. 위력(威力)은 상대를 압도할 만큼 강력함, 또는 그런 힘을 말한다. 그것을 두 글자로 줄이면 무위(武威)라는 단어가 된다. 무위의 사전적 의미는 무력(武力)의 위엄(威嚴), 무력의 위세(威勢)다. 중국에서 시작된 무위라는 단어는 옛 일본 무사정권에서 통치수단으로 삼기도 했다.

현대에 와선 그 의미가 다르게 해석되기도 하지만 무도를 수련하는 사람들에게 무위(武威)는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무술에서 무위란 오랜 세월 단련을 통해서 얻는 그 사람의 힘이다. 아우라와 같다. 세상의 모진 풍파를 겪어서 얻는 것과는 다르다. 부모의 부(富)나 권력으로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공부해 박사가 된 사람이 갖는 뛰어남이나 그 품격이 아니다. 그런 힘듦은 실제 무도(武道) 수련으로 얻어지는 것과는 다르다.

고바야시 야스오 노선생의 연무모습

다시 말하면 무위는 노력 없이 세월만 가면 얻는 나이 같은 것이 아니다. 비싼 옷을 입어 생기는 품위 같은 것도 아니다. 겉모습으로 보여지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남이 모르는 것을 나만 알고 있다는 교만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 자격증이나 높은 단증을 받았다고 해서 생기는 것도 아니다. 무위는 누가 줄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오직 무도수련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것이다.

훈련한 세월만큼 쌓여서 저절로 드러난다. 그것은 자세에서도 나타나고 눈의 위치에서도 나타난다. 오랜 세월 훈련한 만큼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당당함이나 자신감 같은 것이다. 정안(중단) 자세 하나만으로도 상대가 위압감을 느낄 수 있다. 검을 뽑기 전에 싸워야 할 상대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무위는 노력 없이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쿠세(癖,くせ. 나쁜 자세나 버릇)는 정신적인 것에서도 나타난다. 매사가 부정적인 사람, 질투로 시기하고 미워하거나 두려움에 항상 경계하듯 조심하는 사람도 그렇다. 선생이 껄끄럽고 무서워 멀리하는 학생은 지도자가 되기 어려운 학생이다. 지도자는 기술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자신감 있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당당함이 있어야 한다. 문(文)을 통해서 얻는 것과는 다르다. 무(武; 굳셀 무)가 아니면 얻을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 그래서 문과 무는 함께해야 한다.

그러므로 무도장(武道場)은 돈을 벌 만한 비즈니스나 싸움 기술이나 가르치는 곳으로 여겨서는 안된다. 도장은 양아치의 허세나 건달의 위압적인 용기를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것을 나쁜 쿠세로 여기고 하나 하나 고쳐나가는 수양의 장(場)이 되어야 한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환경에 의해 고질병처럼 몸에 배인 ‘쿠세’가 고쳐지고 없어지면 아우라 같은 힘이 당신의 진정한 모습이 될 것이다.

프랑스 노사부 크리스티안 티시에 사범(2019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