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엘 마이어 3단과 인터뷰

2016년 10월 28일 신촌 본부도장 오후 7시부 수련 시간에 오스트리아와 홍콩 합작 유기농 식품 무역·유통업체인 클리-마이어 상사(Klee-Mayr Handelsgesellschaft)의 대표인 미하엘 마이어(Michael Mayr) 3단이 참여하였습니다. 이번이 우리나라 본부도장에서 두 번째 수련이라는 미하엘 3단을 만나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아이키도가 삶의 중요한 한 축이라는 미하엘 3단과의 대화는, 아이키도 도우라는 인연의 끈으로 이어져서인지 마치 잘 알던 지인과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유쾌하고 즐거웠습니다.

<미하엘 마이어 3단과 필자>

 

동 민: 언제부터 아이키도 수련을 시작했습니까?

미하엘: 1997년부터였습니다. 내년이면 이제 수련한지 20년이네요.

동 민: 아이키도를 20년 가까이 꾸준히 수련하실 수 있는 원동력은 아이키도만이 가진 어떤 특별한 매력이나 장점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미하엘 3단을 20년간 아이키도를 수련하게 해 주었던 아이키도의 매력, 장점은 무엇일까요?

미하엘: 아이키도는 평화의 무술입니다. 어느 도장에 가더라도 신사적이고 친절한 분위기 속에서 평화롭게 수련에 임할 수 있습니다. 저는 사업상 2003년부터 2010년까지 홍콩에 거주했습니다. 홍콩은 제 고향인 오스트리아와는 거리도 멀고 사회적, 문화적 분위기도 크게 다른 곳이었지만, 그곳의 아이키도 도장 역시 저를 언제나 따스하고 친절하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사실 무술을 가르치는 도장이나 체육관에 가 보면 과도하게 경쟁적이고 공격적인 분위기가 감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도장이나 체육관에는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이키도 도장에는 누군가를 공격한다거나, 꺾는다거나, 이기려는 분위기를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아이키도 수련을 함께 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도우, 친구들이지 꺾거나 이겨야 할 상대가 아닙니다. 이런 점이야말로 아이키도만이 가진 최고의 가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동 민:
그 부분은 저도 동감합니다. 아이키도는 상대를 공격하는 대신 배려하는 평화의 무술이지요. 슬로건만 평화의 무술이 아니라, 실제로 배려와 평화를 실천하는 무술임은 저도 너무나 절실히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미하엘 3단이 무려 20년 가까이 아이키도 수련을 계속해서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은 이것 말고도 더 있을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평화의 무술이란 점 말고도 아이키도만이 갖는 특별한 매력이 더 있을 것 같습니다.

미하엘: 아이키도는 늘 새로운 도전을 가져다 줍니다. 아이키도를 처음 시작했을 때, 저는 그야말로 신세계를 접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새로움이 승급을 하고 승단을 하면 할수록 또다른 새로움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초심자를 겨우 면하고 초단을 허락받고 나니, 아이키도에 익숙해져서 지겨워지기는커녕 초심자 시절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습니다. 2단, 3단을 허락받은 뒤에도 여전히 제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높은 무술의 깊이는 그야말로 사그라들지 않는 거대한 도전이었습니다.

하루하루의 수련마다 새로운 도전이 이어지는 것, 이것이야말로 아이키도만이 가진 매력이자 특색이라고 믿습니다. 이처럼 20년이 다 되도록 익숙해지거나 질리기는커녕 매일매일 새로운 도전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아이키도라는 무술이 무한한 깊이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키도가 이와 같은 무한한 깊이를 갖지 못했더라면, 저는 진작에 싫증을 내고 다른 운동을 찾았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키도는 단순히 몸을 쓰는 기술의 수준을 넘어선, 무술을 통한 하나의 철학이자 탐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아이키도는 단순한 운동을 넘어, 제 삶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동 민: 그렇군요. 아이키도의 무한한 수준과 깊이에는 저도 공감합니다. 한국에도 오랜 시간 수련하신 단위가 높은 선배님들이 많습니다만, 그 분들 역시 아이키도의 깊이에 비하면 부족한 점이 너무나 많다는 이야기들을 하시곤 합니다. 그렇다면 아이키도 수련이 미하엘 3단의 생활, 이를테면 사업이나 가정 생활에는 어떤 의미를 주나요?

미하엘: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아이키도는 조화의 무술입니다. 상대를 꺾거나 힘으로 압도하는 무술이 아니라, 힘과 힘의 충돌을 조화시켜 평화를 추구하는 무술입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벌이는 사업이나 가정 생활에도 굉장히 많은 의미를 가져다 줍니다. 사실 사업을 하다 보면 힘과 힘이 부딪히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구요. 그럴 때마다 아이키도의 만유애호 정신이 큰 도움을 줍니다. 그 덕택에 고객들과, 동업자들과, 거래처 인사들과, 심지어는 경쟁자들과 다툼을 빚거나 얼굴을 붉힐 일을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아이키도의 정신을 사업에서도 실천하면 그들 역시 물리치거나 굴복시켜야 할 대상이 아니라 조화를 이루며 함께 해야 할 상대들이니까요. 무엇보다도 아이키도는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파수꾼이기도 합니다. 가정은 누구에게나 사랑과 화목의 대상이고 저 또한 그렇습니다. 그런데 주변을 살펴 보면, 가정을 구려가는 과정에서도 뭐랄까 힘과 힘이 부딪힌다고 해야 할 그럴 상황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이 생길 때마다 아이키도의 정신을 되새기고 수련 시간에 배운 것들을 실천하면서 가족들을 포용하고, 가족들과의 조화를 보다 공고히 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아이키도를 수련한 덕분에 저는 사업에서도 가정에서도 더 많은 조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동 민: 아이키도에 대한 미하엘 3단의 뜨거운 애정과 사랑이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미하엘 3단은 어떤 선생님들께 아이키도를 배우셨는지요?

미하엘: 오스트리아의 크리스토프 스퇴비히(Christoph Stöbich) 선생님은 제게 아이키도를 처음으로 가르쳐 주신 선생님이셨습니다. 스퇴비히 선생님 덕분에 아이키도의 세계에 입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홍콩에서 모셨던 케네스 코틀리어 선생님(Kenneth Cotlier)은 제 아이키도 수련에서 가장 중요한 스승님이셨습니다. 아이키도 7단이신 코틀리어 선생님은 영국 출신으로, 1970년대 홍콩 아이키도협회(Hong Kong Aikido Association)를 창설하신 분이기도 합니다. 홍콩 아이키도의 큰어른이셨던 코틀리어 선생님은 안타깝게도 지금은 이 세상에 계시지 않습니다.

동 민: 코틀리어 선생님이 지금도 계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잘 묻어납니다. 그랬다면 우리 나라 강습회에도 모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 스쳐갑니다. 마지막으로 이번에는 어떤 계기로 한국에 오셨는지, 그리고 한국 아이키도에 대한 인상은 어떠한지에 대해서 말씀 듣고 싶습니다.

미하엘: 한국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 방문은 아마도 2007년이나 2008년 무렵으로 기억합니다. 오래 전 일이라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이번에는 사업차 한국에 와서 본부도장에서 수련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주에는 일본에 들렀고, 이번주 한국을 거쳐 다음주에는 대만을 방문합니다. 한국 아이키도는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한국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잘 묻어나니까요. 좀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한국 아이키도는 아이키도 특유의 깊이와 진지함을 분명히 유지하면서도 수련 분위기가 굉장히 유쾌합니다. 진지한 무술을 즐겁게 수련해 나간다는게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한국 아이키도는 그런 부분을 굉장히 잘 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의 수련은 굉장히 즐겁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열정적이면서도 인정많은 한국인들, 그리고 한국 문화의 특성과도 관계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이동민
대구교육대학교 졸업(2003)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지리교육과(교육학박사, 2014) 전) 대구교육대학교 박사후연구원 현) 가톨릭관동대학교 지리교육과 초빙교수 한국교원대, 서울교대, 서울대, 공주대, 전남대 등 출강 한국문인협회 정회원 한국번역가협회 정회원 주요 저역서: 『세계화와 로컬리티의 경제와 사회』 (역서, 2013, 논형) 『사카모토 료마와 메이지 유신』 (공역, 2014, 푸른길) 『지리의 모든 것』 (역서, 2015, 푸른길) 주요 연구업적: How to design and present texts to cultivate balanced regional images in geography (Journal of Geography, 2013) Mindful learning in geography: Cultivating balanced attitudes toward regions (Journal of Geography, 2015) E-mai: dr.dongmin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