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한국합기도가 나아가야할 길

<한국일보 기사>

『합기도신문』에 올린 칼럼 가운데 조회수가 꾸준히 상승하는 것이 「태권도와 합기도가 걸어온 길」이다. 태권도 시작과 합기도의 투명하지 못한 시작을 가감없이 밝힌 글이다. 아직도 한국합기도는 그 시작이 불분명한 부분이 많다. 아니 충분히 알려져 있지만 드러내기를 불편해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진실의 열매는 쓴 경우가 많다. 하지만 팩트는 변하지 않는다. 

최근 미국 NBC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아메리카 갓 탈렌트」에서 태권도 시범단이 멋진 공연을 보여 세계인의 기염을 토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과장된 퍼포먼스라 하더라도 다른 무술이 아닌 한국의 태권도라는 사실은 한국인으로서 뿌듯함을 느끼게 한다. 만약 合氣道를 표방하면서 한국 유래의 무술이라 주장하고, 아크로바틱한 헐리우드 액션으로 그 무대에 올라섰다 상상해 보자. 무술사에 대한 약간의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바로 이의를 제기하거나 비웃음을 샀을 것이다.

몇몇 사람들은 아이키도(Aikido)와 합기도(Hapkido)는 별개의 무술이라고 주장을 하겠지만, 그렇다면 무명(武名)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合氣道는 분명히 아이키도이고 합기도이지만, 결코 발차기를 하고 쌍절곤을 휘두르는 짬뽕 무술이 아니다. 어설픈 주장은 오히려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든다. 『2019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에서 合氣道=합기도=아이키도라고 정확하게 명시하였다. 이미 알려진대로 Hapkido는 “한국합기도”라는 명칭으로 참가하였다. 

<2019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 홈페이지>

금년 말로 예상했던 문화체육관광부의 전통무예 종목지정이 다시 미뤄지고 있다. 국회에서 통과된 『전통무예진흥법』이 14년 동안 종목지정도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담당부서 변경과 담당공무원의 교체 때마다 기초기구 조사부터 다시 시작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14년 동안 종목지정도 못하는 이유는 그것으로 인해 발생될 법률적 문제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19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 홈페이지>

그동안 지켜본 전통무예와 관련한 자문기구에서 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어떻게 한국합기도를 살릴 것인가’라는 합리적 의심까지 하게 된다. 합기도는 분명히 일본 기원의 현대무술이다. 한국합기도가 한국전통 무술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명칭변경이 우선이다. Hapkido라는 명명에 일정 정도 기여하신 지한재 선생께서는 무술계 대선배로서 대승적 차원에서 결자해지를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길만이 한국합기도가 한국전통무예로 당당한 지위를 가질 수 있는 시발점이라 생각한다.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서 분명하게 항의하고 분개하면서도, 합기도역사에 대한 왜곡 행위에 대해서 전혀 문제의식이 없는 표리부동한 사람들이 있다. 한국합기도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실천이 필요할 때다. 그러한 노력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 건승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