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오랫동안 그렇게 설명해 왔건만…

合氣道(유사 합기도와 구분을 위해 이하 아이키도로 씀)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질문하는 것을 보면 “권투나 격투기처럼 공격해도 이길 수 있어요?” 가 많다. 근 30년 이상을 아이키도는 시합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해 왔건만 아직도 격투기와 같이 경기장에서 시합하는 운동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

학생의 질문 의도는 “아이키도 고수가 UFC 케이지에서 시합하면 유리한가요?”일 것이다. UFC가 실전이라고 생각하는 대전제가 만든 오류다. 그동안 실전에 대해서 수 많은 글을 올렸지만 마치 소귀에 경읽기처럼 똑같은 질문이 반복되고 있다.

격투기 시합을 생각하는 사람이 아이키도를 배우겠다고 오는 것은 어이없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런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그동안 유투브 영상에 합기도가 태권도와 같은 시합을 하고 격투기 대회에도 나오는 것을 보면 충분히 오해할 만 하다.

<사진설명: 1994년 태국 팔레스호텔 기자 회견장에서 무에타이 회원국 가입을 이끈 필자>
<1994년 한국 무에타이의 가입이 태국 일간지와 국영TV에 방송이 될 정도로 큰 이벤트가 열렸다.>

아이키도를 접하기 이전, 필자는 국내외 타격기 시합 경험을 하였고, 무에타이를 처음 국내에 도입한 장본인이다. 나를 알고 적을 아는데, 멍청하게 케이지 안에 하카마를 입고 들어가는 바보짓을 할리도 없고, 제자들에게 그렇게 가르칠리도 만무하다.

그렇다면 아이키도는 싸움을 못하는 운동인가? 그것은 아니다. 지금부터 설명하는 것을 잘 이해 했으면 한다. 아이키도는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시합을 위한 운동이 아니다. 그래서 시합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무에타이와 같이 경기장에서 승률이 높은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옛부터 무술은 무기술과 체술(體術)로 구분되고 무기술을 대표하는 것이 검술이었다. 유술(柔術)은 검술과 함께 일본에서 발전한 체술이다. 가라데(空手)는 오키나와에서 기원하므로 논외로 하자. 현재 일본 무술 가운데 가장 알려진 유술이 유도(柔道)와 아이키도(合氣道)고, 그외 군소 유술 유파가 있지만 근대화, 대중화 과정이 미흡했다.

아이키도는 검리(劒理)를 몸의 움직임에 옮겨 놓은 유술이다. 검술 훈련에서 가장 강조하는 사항이 메아이(間合, 공간)과 아와세(合わせ, 시간, 타이밍)다. 즉 대결에 임하는 검사(劍士)가 공간과 시간을 장악하지 못하면 생사 주도권을 놓칠 수 밖에 없다. 아이키도의 훈련은 이러한 메아이와 아와세를 체화하기 위한 반복 훈련을 한다.

<국제조직에서 유일하게 승인하는 한국 대표단체인 대한합기도회에서 선전하고 있는 내용>

아이키도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유로이 대응하며 움직일 수 있는 운동이다. 그런 움직임은 옛 무사들 특히 사무라이가 사용했던 실전적인 검술과 유술에서 비롯되었다. 스포츠화 되어 시합을 하는 검도와 유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이전 실생활에서의 실전 형태라 할 수 있다.

검술을 진짜 실전이라고 하는 것은 생사에 대한, 다시 말해서 삶과 죽음을 갈라 놓는 선택만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이 흥미거리로 논하는 실전이라는 것은 그저 경기장에서 누가 이길 수 있는가? 에만 관심을 갖는다.

일본 에도시대에서 메이지 시대로 세상이 변하면서 정부의 폐도령(廃刀令)이 있었고 그당시 실전용으로 검을 가지고 다니던 사무라이들이 더이상 검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유술이 대세로 자리를 잡게 된다. 하지만 지금의 스포츠화 된 유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이키도에 더 가깝다.

올림픽 규정에 맞추어 스포츠화된 검도와 유도는 경기를 하면서 유명하게 되었지만 아이키도는 2차 대전 이후에도 검술과 유술의 옛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창시자의 인류애(人類愛)에 대한 사상(思想)이 상대를 보호하는 안전한 무술로 자리잡게 되었다.

옛 무사들의 실전이 검도나 유도, 공수도처럼 세부적인 분리는 스포츠에서 큰 성공을 이루었지만 더 넓은 시각에서 전체적인 것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실전성을 잃어 버렸다.

경기장의 시합은 승리와 패배에 대한 확률이 관심사이지만 옛 무사들의 실전은 생사(生死)가 중요한 관심사였다. 옛 무사들의 실전을 생각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지만 항상 평화의 마음을 추구하는 것이 아이키도이다.

처음 글에서 “권투나 격투기처럼 공격해도 이길 수 있냐?”는 학생의 질문에 아이키도는 싸우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실전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무모한 짓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여타 무술들이 경쟁적이고 더욱 강한 것을 추구하고 있을 때, 아이키도는 눈앞의 작은 승리에서 벗어나, 평화의 세상을 꿈꾸는 이상적 무술을 지향하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이며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고 절대 지지않는, 그러면서도 경쟁하지 않는, 반듯한 인격체를 추구하는 운동이 ‘아이키도’라고 하는 무술이다.


<참고글>
https://aikidonews.co.kr/archives/8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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