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합기도를 다시 배워야 했던 이유

번역해서 한국에 처음으로 알린 아이키도 책 ‘AIKIDO 정통합기도’

일본에서 처음 아이키도를 도입하고 있을 때 쉬운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전하지도 않았고 아이키도에 관한 정확한 자료가 국내에는 하나도 없었을 때입니다.

1988년도에 대만에서 처음으로 合氣道(합기도)가 아이키도 였다는 것을 알았고 동두천에 있는 미군부대에서 ‘Aikido and the Dynamic sphere’ 라는 책을 보고 나서야 창시자에 대한 연혁과 기술을 이해하게 되고 창시자의 직계제자인 고바야시 야스오(小林保雄 1936.9.20~ ) 선생에게 배우기 위해 일본까지 가게 된 것입니다.

처음 고바야시 선생을 만나서 합기도를 다시 배울 때만 해도 배반이나 파문이라는 것은 영화 속에서나 보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 당시 국내 합기도가 왜 수많은 협회로 나뉘어지는지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은지 알려고도 하지 않았고 궁금해 하지도 않았습니다.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상적인 일처럼 여겼기 때문에 생각도 하지 않았던 일입니다. 일본에서 여러 선생들을 만나면서 하나같이 스승과 계보가 정확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당시 국내 합기도 단체장들 중에서 자신을 가르쳐준 스승과 제자의 계보를 명확하게 해주는 지도자가 없다는 것을 알았고 합기도가 태권도처럼 정부기관에서 인정 받는 단체가 되려고 애쓰는지도 이해하게 됐습니다.

한국인이라면 태권도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태권도장에서 배우고 있는 학생들까지도 누가 태권도를 만들었는지 아는 학생들이 많치 않습니다. 시작한지 몇십년도 안된 얼마되지 않은 합기도 또한 누가 만들었고 스승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그 길을 가려고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환경에 대해서 2013년 4월 5일자 인터넷 글이 있어 옮겨 봅니다. 내가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얘기한 것이라고 봐 주시면 됩니다.

⌈세월만 가면 얻는 것이 있는데 나이입니다. 참 훌륭합니다, 값 없이 거저주니 말입니다. 저의 부친은 합기도가 8단이셨습니다. 사실 8단이라는 것이 실력이 있어야 받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일본에서 합기도를 다시 배울 때까지는 말입니다. 혹시 8단이신 아버지가 자식에게까지 숨기는 실력이 있었을까 생각해 보지만 그럴 일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왜 8단을 받았을까? 세월만큼 나이가 많아지듯 단도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 것은 국내에서 합기도 8단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실력이 제대로 갖춰져 있다고 볼만한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8단은 이런 실력이라고 보여주는 사범이 있었다면 나는 그분을 따랐을 것입니다. 유도를 다시 배우기 위해서 멀리 일본까지 가는 수고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고바야시 야스오(小林保雄) 선생과 필자

한국에는 합기도 스승이 없다고 말하는 부분입니다. 지금도 수많은 조직으로 갈라서서 정돈되어있지 않은 합기도 조직을 보면 무엇이 합기도인지 혼란스러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고바야시 야스오 선생에게 합기도를 다시 시작하면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였습니다. 고바야시 야스오 선생이 8단 승단을 기념하는 축하회를 호텔(김대중 납치사건이 일어났던 호텔) 연회장에서 하니 참석해 달라는 것입니다. 나는 그때 정말 이해를 하지 못했습니다.

8단을 승단하는데 축하를 유별나게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아버지를 비롯해서 수많은 관장들의 8단 승단을 보아왔지만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호텔을 빌려 축하회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별일이다는 생각에 고바야시 선생의 8단 승단 축하 모임에 가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큰 실수를 한 것입니다.

이게 한국에서 합기도를 배운 사람의 일반적인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한국에서 8단에 대한 의미나 가치가 크게 없는게 사실입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지금에 와서야 그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지만 그 당시에는 전혀 이해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일본과 한국의 문화 차이라는 정도로 대수롭지않게 생각했습니다.

지난 10월 일본 요요기 센타에서 열린 합기도 국제회의 때 지도자의 자질이 제일 중요하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지도자의 자질?” 중앙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주겠다는 것도 아니고 또 어떻게 하라고 하는 것이 아닌 지도자 즉 여러분의 자질이 합기도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지도자 중에는 제자들의 실력을 끝없이 향상 시켜주는 지도자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발전을 저해하거나 오히려 실력을 떨어트리게하는 재주를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는 앞뒤가 투명하지 못한 사람이고 조직적으로 봤을 때는 배반을 일삼는 사람입니다.

“평생을 노력해도 우리 선생과 같아 질 수 없다!”는 이야기를 일본에서 함께 훈련했던 수련생으로 부터 들었는데 한국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결국 한국에 8단 선생들은 주변의 실력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실력을 낮춰버리는데 높은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기여하는게 없습니다.

최고 단인 8단을 받았을 때는 8단에 맞는 실력을 가지고 있어야 그것을 보고 제자들이 똑같아 지려고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욕심이 많고 교만할 수록 인연을 쉽게 생각하고 끊습니다. 일본에서 시작된 합기도는 창시자로 부터 지금까지 서열이 정확하게 정돈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배반하거나 독립을 했어도 자신을 가르쳐준 스승에 대한 서열을 불분명하게 하고 속이거나 숨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합기도를 살펴보면 몇십년 되지않은 길지 않은 세월을 가지고도 스승과 제자, 선후배의 계보가 비틀어지고 감춰지고 숨겨지고 불분명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스승과 제자 계보를 끼워 맞추듯이 만들고 이용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최고단이라고 하는 8단이 계속 만들어 지고 있습니다. 

기술적 체계는 아직까지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기술적 독립이라고 볼 수도 없는 것을 가지고 배반에 배반을 거듭하며 인간관계를 끊어가면서 얻은 결과가 지금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느선생에게 배웠는지 하고 있는 기술의 출처를 알 수가 없습니다. 더욱이 제자들의 소통과 교류를 막아가면서 단도리 합니다. 자신의 실력을 밝히지 못하고 숨깁니다. 그런 결과중에 하나가 발차기가 없는 일본무술이 한국에 와서 발차기 위주로 변한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복싱을 섞어서 더 완벽해 졌다는 인도의 ‘복싱합기도’처럼 부족한게 많아서 발차기를 도입했고 그래서 더 완벽해 졌다고 말하지만 그것이 발전인지 아니면 퇴보인지 비교할 수 있는 선생과 선배가 없으니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스승을 정확하게 밝히고 따르는 자만이 8단에 올라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초단은 이쪽에서 받고 2단은 저쪽에서 받고 3단은 또다른 곳에서 받았다면 매 단(段)마다 배반을 죽끓이듯 한 것입니다.

그렇게 8단을 받고 나면 누구에게 기본을 배우고 누구에게 그 깊이를 완성했는지를 알 수가 없는 것입니다. 사기꾼은 무언가 분명한 것을 들이대면서 믿게 만듭니다. 그리고나서 사기를 칩니다. 단증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조금만 할 줄 알면 선생과 선후배 관계를 모두 끊어버리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아마 협회가 많은 이유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겁니다.

관계가 끊어지고 소통이 없는 곳은 실력이 저하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각자 도생하듯이 살다보니 이것 저것을 섞습니다. 초단까지 배운 사람은 유투브 영상을 보고 많은 것을 배웠다 해도 초단의 감각을 넘어서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스승과 선후배가 중요해 지는 것입니다. 자신을 가르치고 있는 선생이 몇단의 실력을 갖췄는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종이에 적혔는 숫자를 보지말고 똑같은 단을 가진 다른 선생이나 선,후배의 단위(段位)을 비교해 보아야 판단이 가능해 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비교할게 없습니다. 8단이라고 해도 비교할 선배가 없으니 그냥 8단이라고 생각해 버릴수 밖에 없습니다. 세월만 가면 얻어지는 나이처럼 단위(段位)가 그런 것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몇십년동안 끊임없이 노력을 했는데도 다시 배워야하는(내가 합기도를 다시 배우고 있는 것처럼)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현재의 자신을 넓게 비교할 수 있는 곳에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정통한 조직에 일원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