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무진법이 가져올 변화를 예상한다

11월 19일 충주국제무예센터 개관식에 합기도 대표로 참석하였을 때, 한국과 일본이 서로 다른 운동형태를 보이고 있어서 명칭 문제만 해결된다면 아주 좋을 것 같다며 아쉬워하는 관계자가 있었다. 유독 합기도에서, 아니 한국에서만 겪을 수 밖에 없는 문제에 대한 고충 토로로 들렸다.  

현재 한국에 합기도(合氣道) 대표 단체로는 GAISF 산하 국제합기도연맹(이하 IAF) 인정 한국대표 대한합기도회(A)가 있고, 세계무예마스터십 위원회에서 인정하는 단체(B)와 대한체육회에서 인정하는 단체(C)가 있다. 아울러 아직 정식 종목 승인이 된 것은 아니지만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곧 결정될 전통무예진흥법(이하 무진법)에 의한 종목선정에서 결정되기를 기다리는 단체(D)가 있다. 더 지켜봐야 하지만 현재 대한체육회 내부에서 IOC 종목과 생활체육을 따로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참고로 합기도 명칭 문제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나 대한체육회 직원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한자 合氣道의 한국어 발음 ‘합기도’와 일본어 발음 ‘아이키도’를 다른 무술로 봐야 하냐는 대한체육회에 보낸 질의에 대해서 명칭문제는 대한체육회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것은 당연한 말이다.

국립국어원에서 합기도는 한자 合氣道에서 나온 것이고 검도, 유도, 공수도와 같이 일본에서 전래되어 오랫동안 한국식 한자음으로 사용한 것이 굳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 Hapkido나 Aikido는 한자 合氣道의 로마자 표기법에 따른 표기일뿐 그 자체가 영어 이름일 수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서 그동안 여러 학자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지적해 왔었다.

대한체육회가 국민생활체육회와 통합하면서 합기도 종목 단체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합기도 대표권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을 때, 대한체육회 담당 공무원은 조직간에 상반된 주장에 대해서 여러 정황을 들어보고 조정해 주어야 하는 역할을 했어야 한다. 그러나 합기도에 대한 지식이 없는 공무원이 한쪽 주장을 문서로 보내왔고, 어이없게도 그 문서를 가지고 체육회 결정이라고 주장하는 단체가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체육회는 단체를 지정할 수는 있어도 종목의 명칭을 결정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실무 행정을 담당하는 직원도 업무 처리에 난색을 표했다.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추정한다. 

다시 현재 진행되는 상황을 살펴보면, 무진법에 의해 앞으로 정부에서 결정되는 종목선정에서 합기도는 한국의 ‘전통무예’가 될지 아니면 그동안 학계 및 국제기구에서의 위치 등을 고려해서 ‘외래무예’가 될지가 관건이다. 만약 정부조직인 문체부에서 무진법의 의해 합기도가 외래무예로 결정되면 그동안 한국전통무예라고 주장하던 곳에서는 기원과 유래에 대해 불가피하게 재정리를 해야하고, 명칭에 대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리라 예상한다. 대한체육회 및 여타 관련 단체에 압박으로 작용될 것으로 사료된다.

반대로 합기도가 한국의 전통무예로 결정된다면 문체부에서 새로 승인하는 합기도 단체(D)가 힘을 얻게 된다. 또 대한체육회가 IOC 종목을 전문으로 육성하고 나머지 종목은 생활체육으로 조직을 분리하게 되면 문체부에서 전통무예종목을 생활체육으로 관리하게 될 전망이 높다.

한합기도회(A)는 IAF의 대응과 결정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그것은 정부기관이 하나의 合氣道를 ‘합기도’와 ‘아이키도’라는 두개의 다른 무술로 구별하고 무진법으로 정하게 된다면 대한합기도회는 GAISF에서 인정하는 Aikido(合氣道) 종목으로 저항없이 대한체육회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반면 무진법에 의해 Hapkido(合氣道)가 한국전통무예로 결정되면 GAISF와 같은 국제스포츠 조직으로부터 상당한 저항에 놓이게 될 것이 예상된다. 이런 문제가 야기되는 것은 그동안 한자 合氣道를 도용함으로써 여러 학자들이 제기해 왔던 명칭변경에 대한 대안을 무시해온 결과라 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대한체육회에 있는 단체(C)가 合氣道에 대한 명칭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고는 전세계 스포츠를 대표하는 IOC와 그 산하 조직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제경기에 참가 하지 못한다. 그 예로 작년에 GAISF 인정 국제대회인 2019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에서 합기도 종목은 국제연맹(IAF)에서 한국대표 단체로 지정한 대한합기도회가 유일하게 참가해서 치러진 대회였다는 점을 보면 알 수있다.

그동안 명칭 문제로 혼란을 주었던 합기도는 이제 무진법에 의해 전통무예인지 외래무예인지 결정될 수 밖에 없다. 어느쪽으로 결정되든 대한합기도회(A)는 한가지 문제가 해결되는 좋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