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코로나-19로 바라본 도장문화

한국에 무술도장과 그동안 봐왔던 일본에 무술도장을 비교해 보면서 앞으로 무술도장이 가야할 길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던 선생이 운영하는 도쿄 외곽에 있는 도장을 찾아 갔을때 도장 위치와 작은 수련장 크기에 놀란적이 있었다. 명성에 비해 너무 초라해 보였기 때문이다.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합기도 소림(고바야시) 도장
한적한 동네에 위치한 합기도 교본(하지모토) 도장

합기도 고바야시 도장 연무대회에 참석했을때 한 도장과 그 지부의 연무대회인데도 불구하고 참석한 회원의 숫자와 규모를 보고 또 놀란적이 있다. 모인 성인 회원들의 숫자가 왠만한 국내 단체의 전국대회보다 많은 회원이 모여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한국에 무예도장들은 일반 상업지역에 임대료를 내면서 운영하고 있는 곳이 대다수이다. 특히 아파트 상가는 입시학원과 유명 체인 음식점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으로 비싼 임대료를 내야하는 곳이지만 도장도 함께 입점되고 있어 돈벌이로 형성된 일반 상인들의 마인드와 별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처음 일본도장을 찾아 갔을때 골목과 골목으로 이어지며 처음 찾는 사람은 절대 찾아 올 수 없는 곳에 도장이 있었다. 구멍가게를 차려도 장사가 될 수 없는 곳이다. 수련장은 시립 문화체육센타를 시간대별로 빌려서 사용하는 곳이 많았고 개인이 만들어 놓은 도장들은 거의 대부분이 돈벌이가 되는 상업지역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무도 찾을 것 같지 않는 한적한 시골에 위치한 합기도 도장

금년 2월부터 시작된 Covid-19로 인해 문을 닫은 국내 도장들이 많아졌다. 타 협회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가입 도장 50퍼센트 이상이 문을 닫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직원 월급을 주지 못해 사무실 운영을 못하는 협회도 생겼다고 한다. 직장만 있으면 도장을 그만두고 싶다는 얘기를 하는 관장들이 많은 것 같다.

이번 코로나로 인해 한국 무예도장들이 심하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무예을 돈벌이가 되는 사업으로 보고 있는 것이 원인이 아닌가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떤 곳은 아예 돈벌이가 잘 된다고 선전하는 단체도 보았지만 그런 광고를 보고 찾아온 사람에게 돈받고 사범자격증과 단증을 단기간에 주겠다는 것이 실제 모습이었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무예로 돈벌이를 하는 것은 어렵다. 한 때 유행하는 것으로 회원을 잘 모집했다고 해도 실제 3개월이상 계속 회원으로 유지되는 곳이 흔하지 않다는 점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 무예라고 하는 것이 멋지게 기예를 펼치는 것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무예가 무도로 성격이 바뀐 글을 이전에도 올려 놓은 적이 있다.<네이버 윤대현 도장장 블러그, 무예18반>

일본에 도장은 한국에 도장과 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매일 수련하는 곳이 많지 않고, 한번 입문하면 가볍게 그만두는 회원이 흔하지 않다. 전통적인 문화의 하나로 뿌리깊게 정착되어 있어 사회가 무예 수련을 장려하고 있고 선생들의 나이가 많아 뛰어난 자질을 보이는 선생들이 많다는 점이 한국과 다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시에서 운영하는 스포츠센타 대관이 어렵지 않아 많은 수련모임과 행사가 열리고 있다.
최근 만들어진 타나베시에서 운영하는 시립무도관에 설치된 부속도장도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다.

도장(道場)이라고 하는 곳은 몸을 단련하고 강한 정신을 만드는 교육의 장소로서의 개념이 강하다. 선생과 수련생의 관계가 도제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서로간에 믿음이 형성되어가는 것도 도장이 갖는 특별함이라 할 수 있다. 도장은 절이나 교회 같은 종교시설은 아니지만 실제 회원을 대하는 지도자의 자질은 종교지도자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일본에서 시작된 검도(Kendo),유도(Judo),합기도(Aikido),공수도(Karate-do) 도장이 한가지 종목을 전문으로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 기예를 섞어가며 흥미 쪽으로 관심을 이끌지 않고, 하나의 가르침에서 문제의 해답을 찾는 특유의 지도방식이 주요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스승의 가르침이 변질되지 않고 다음으로 이어서 전해지는 것은 그 종목이 가지고 있는 독창성(originality)과 창의성(creativity)이 뛰어남이 인정되고 있는 것이며 그것은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의 인성과 자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도장은 싸우는 기예만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그런 곳은 나이를 먹으면 할 수 없을 뿐더러 오래가지도 못한다.

앞으로도 도장이 어렵지 않게 계속 유지되려면 임대료가 걱정되지 않는 장소에서 수련의 질을 높이고 한번 시작한 사람이 오랫동안 배우며 연습하고 되새기듯 훈련하는 장소로서 찾아오게 해야 한다. 그래서 무력과 도력 그리고 인격을 갖춘 지도자의 자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나 사회 전반에 걸쳐 국민건강을 실현하는 무예를 바라보는 시각이 변해야 하고 공공시설로서 문화센타나 스포츠센타가 다양하게 무예를 지원하며 권장하는 분위기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거리 두기로 많은 회원들이 한곳에서 수련하기 어려워진 세상에서는 적은 인원으로도 운영될 수 있는 도장이 절실히 필요한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