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한국무도 성인 수련생이 없는 이유가 있다.

*아래 글은 8년 전에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글을 수정해 옮겼습니다. 

한국에 무술도장들이 대부분 어린이 회원들로 구성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래 사진에서처럼 60년대만 해도 거의 성인들이 수련을 하였습니다. 그것도 지방에서 말입니다. 요즘은 서울 뿐만 아니라 지방 어디에서도 성인들이 수련하는 도장을 찾기가 어려워 졌습니다.

부친이 운영하였던 위 사진에 도장을 보면 도장 바닦이 맨 땅입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수련했던 옛날에 비해, 좋은 시설에 집 앞까지 통학 시켜주는 지금 오히려 성인 수련생은 없고 수련생의 연령대가 거의 유치원과 저학년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원인을 찾기위해 여러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은 알지만 태권도 자체에서는 찾질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껏해봐야 외발자전거나 줄넝기로 아니면 명상이나 체조 혹은 타무술 종목인 브라질 유술, 무에타이, 찬바라, 검도에서 그 해답을 찾고 있는 듯 합니다. 태권도장에서 타 무술을 섞어서 가르치는 컬리큘럼을 가진 도장이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그 예입니다.

성인도장 운영은 정말 어렵습니다. 운동도 깊이가 있어야 하니 어렵고, 무술에 대한 소양도 있어야 하고 경력도 무시할 수 없으며 어느선생에게 무엇을 배웠는지도 중요해 집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감각적 깊이라고 할 수 있는 느낌이 무엇보다 좋아야 합니다.

대체로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개성이 일반인들에 비해 독특하거나 강한 면이 많기 때문에 인품은 크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내가 해외에서 만난 최고의 선생들 중에는 성격이 대쪽같거나 괴팍하고, 답답할 정도로 고리타분하고, 무서울 정도로 거친분이 있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마케팅에서 강조하는 것 중에 하나가 실력이나 경력 혹은 무엇인가 내 세울만한 것이 없을 때에는 남다른 친절을 펼치며 인격있는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그러한 면에서 대학을 나온 태권도 지도자들의 인품은 모두 높아졌지만 실제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뒤쳐지거나 빠진 것이 많습니다.

이전에 대학교에서 합기도부를 개설하기위한 상담이 들어왔는데 학교쪽에서 요구하는 것이 졸업할 때까지 합기도 4단증과 사범자격증을 준다는 조건을 내 놓았습니다. 협회 발전과 합기도의 저변확대를 위해서는 거절하기 어려운 좋은 거래입니다만 저는 거부했습니다.

제가 요구하는 조건은 간단합니다. 대학교에서 합기도 학과를 다니는 학생이라고 해도 지도할 수 있는 실력이나 자격있는 선생이 없다면 일반 도장에서 자격있는 스승을 별도로 모셔야 하는 것입니다.(원로우선 원칙) 물론 4년동안 모두 4단을 승단하는 것은 자격있는 스승이 있다해도 무리입니다. 만약 학교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태권도처럼 될 것입니다.

대학 태권도학과를 졸업하고 태권도장을 오픈한 지도자를 살펴보면 경력이나 실력보다는 시설과 마케팅쪽에 더 치우쳐진 현상이 있습니다. 대학에서 무도를 상업화시킨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운동을 해야하는 무도를 학과로 개설하게 되면 훈련하며 단련하는 시간보다 이론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입니다. 그 이론이라는 것은 어린이들을 어떻게 더 많이 모을 것인가 하는 마케팅과 심리학이 위주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대학의 태권도 학과 개설은 일반 스포츠와 같이 저변확대 부분에서는 성공했지만 너무 상업적인 발전으로 인해서 원로들이 설 자리를 잃어버렸습니다. 헬스크럽처럼 시설경쟁이 되었고 무도로서의 깊이와 정신은 희미해 졌습니다.

아이키도 수련은 선생에 대한 경외감으로 시작된다.

아이키도는 정말 어려운 운동입니다. 기술적으로는 일반인들이 알기 어려운 애매모호한 힘에 따라 레벨이 달라지고 정신적으로는 생의 마지막까지 끊임없는 수련과 공부를 해야하며 끝이 없는 노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은 선생이 주는 감각적 느낌을 통해서 마음으로 전달되는 언어가 있습니다. 그것은 내부에서 경외심으로 바뀌어 집니다. 제자는 평생을 통해 경외감을 주었던 선생의 감각적 느낌을 연구하며 공부합니다. 그것은 형태가 없어서 불과 물과 공기와 같이 변합니다. 학생은 선생의 그런 형태를 몸으로 익히기 위해서 항상 스승을 가까이 하려하는 것입니다.

단기간에 승단을 주고, 사범자격증을 주는 것은 나이 어린사람들에게나 좋은 선물이 되겠지만 지성있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멸시와 외면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수많은 사범을 만들어낸 태권도가 왜 성인 수련생이 없다고 하는지? 또 세계인으로 부터 존경받는 스승을 찾기 힘든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