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밖으로 드러내기 보다는 안으로 들여봐야 한다

노년이 되어서도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는 석봉준 고문의 4단 승단 모습

 

난(蘭)에는 고유의 향(香)이 있지만 난이 뿜는 향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살다보면 남들이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것을 유독 잘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 좋은 것만 보고 따라하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쁜 것만 따라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 타인에 대해서 느끼고 반응한다. 그것이 물욕이든 성욕이든 말이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하는 것은 인간은 개인과 개인이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한다는 의미다. 즉 끊임없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인간은 자신에 대한 타인의 반응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사람에 따라 자신의 행위가 누군가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미용과 운동 등으로 외모를 가꾸는 것도 타인의 시선을 배제할 수 없다.

사람은 수평과 수직 교류의 영향에 따라 성격이나 취향이 달라지곤 한다. 예술가, 체육인, 종교인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통해 누군가에게 기쁨과 슬픔을 주려는 욕구가 있다. 이 역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기저의 욕망과 분리해서 설명할 수 없다.

젊음은 끊임없는 도전의 기회가 있기에 인정받을 기회가 많다. 하지만 정년 퇴직을 맞이할 무렵이면 도전의 기회는 극도로 줄어든다. 다만 자신이 걸어온 길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없다면 인정은 커녕 무시의 대상 혹은 조롱거리가 될 수 있다. 적절한 시선 의식은 자기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선을 넘어설 때는 관심을 넘어서 비아냥이나 무시로 이어지는 이른바 관심병 환자가 되어버린다.

젊어서의 피땀어린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기를 바란다면 인생의 황혼기를 앞두고 정리가 중요하다. 잘 사는 것이 중요하지만, 잘 죽는 것 역시 그 이상이다. 기적의 무인(武人)으로 알려진 사가와 유키요시 선생은 죽음을 예측하고 제자인 기무라 타츠오 선생을 불러 마지막 지도를 하셨다. 그 힘이 얼마나 강했던지 머리를 매트 바닥에 3번이나 부딪칠 정도였다고 말한다. 그리곤 그날 저녁에 숨을 거두셨다.

아이키도 세계본부 사범이신 야마구치 세이고 선생은 수련을 마치고 “오늘이 마지막 수련이 될 것 같다!”라는 말을 남기고 그날 저녁에 숨을 거두셨다. 열반송(涅槃頌)을 남기고 떠나는 선승(禪僧)에 비견하지 못할 바 아니다. 그 제자들은 오늘도 스승을 닮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명문정파(名門正派)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스승의 가르침을 제대로 깨우치지도 못하고, 주객관적인 성찰이 없으면 결국 허세와 배금(拜金) 그리고 하잘 것 없는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 노릇에 빠져들게 된다. 자신의 말과 행동이 어느 순간 자신도 남도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 버린다. 결국 혹세무민하는 사이비 교주와 다를 바 없어지는 것이다.

學然後知不足, 教然後知困.(학연후지부족 교연후지곤)『예기(禮記)』

배우고 난 뒤에 자신의 부족함을 알게되고, 가르치고 나서야 고달픔을 알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