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 양적완화와 탐욕의 연쇄(2-1)-조현일 에세이

저 사람이 또 라떼 타령을 한다…고 백안시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제가 대학을 졸업하던 1997년은 그야말로 장밋빛 미래와 꽃길이 펼쳐져 있던 아름다운 시대La Belle Epoque였습니다. 입학 때부터 의기투합했던 몇몇은 같은 시기에 군입대를 결정하고 거의 동시에 제대하여 복학생의 설움도 그리 심하게 겪지 않고 대학생활을 마치면 일은 넘쳐나지만 인력이 모자라 허덕이는 대기업 헤드헌터와 3학년 겨울부터 연봉협상을 하며 졸업과 동시에 ‘모셔가는’ 선택지 혹은 회사가 지원하는 장학금을 받아 선진국의 국립/주립대학에 유학가는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는, 그야말로 돈과 기회가 넘쳐나는 시절이었습니다.

모든 대기업들은 미래의 수익을 기대하며 엄청난 채무를 안고도 설비투자를 공격적으로 감행했고 은행들은 성장일로의 재벌들을 지원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여신을 공급하고 있었죠. 국가와 기업이 필요로하는 스킬셋을 갖춘 대학졸업자들은 마이너스통장 대출로 입사와 동시에 자동차와 집을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고도성장기에 사회에 진출하는 ‘우리들’은 무엇을 사고 얼마나 누릴 것인가를 선택할 뿐 불안정한 미래를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저보다 3년 전에 졸업한 선배들은 이미 지방의 대학에서 교수직을 받은 이도 있었기에 고수입의 기업 입사를 선택하기보다는 정신적인 여유를 가지고 외국유학생활을 마치고 교편을 잡아보고 싶다는 막연한 기대에 ‘도대체 이 황금같은 기회를 버리고 지긋지긋한 학업을 더 하겠다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주위의 만류에도 어린시절 동경하던 건축을 공부하기 위해 에어 캐나다에 올랐습니다. 가끔씩 받아보는 성공한 대학동기들의 자랑을 손편지로 읽으면서 혹시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 아닌가… 불안하기도 했지만, 지금 몰아서 공부하고 나중에 돈벌어야지…라는 만화같은 인생플랜을 짜고 그냥 이대로 밀고나가자는 결의를 다짐했습니다.

에어캐나다 [연합뉴스]
공부도 좋지만 적절한 시기에 사회진출도 중요하다고 조언하신 부모님께서도 묵묵히 지원해 주셔서 호황기에 돈 벌 기회를 상실했다는 불안을 누르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가을 학기가 끝나갈 즈음 한인사회에서도 꽤 이름이 있던 형이 그렇게 자랑하며 타던 머스탱을 살 의향이 있느냐는 말을 건네기에 깜짝 놀라 되물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거예요? 아직 졸업전도 안했는데?’ ‘졸업작품 전시고 뭐고 다 끝났어. 아버지 회사가 부도야. 다음주에 귀국이다.’ 명품을 몸에 두르고 다니던 선배는 불우한 학생인 저에게 학생식당에서 햄버거도 자주 사주던, 오만하고 비열한 인성이지만 고마운 형이었기에 담주 점심은 누가 사주나 겁이 나긴 했지만 그래도 친분이 있었던 바, 공항까지 따라가 배웅했습니다.

주립대학에서 공부하던 저는 학비보다는 생활비 걱정을 하는 상황이었고 학교에서도 생활 지원금이 있었기에 피부로 체감하지는 못했지만, 공부를 마치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의 눈물섞인 하소연을 들으며 고국에 문제가 있기는 있는가보다…하고 막연한 한숨을 쉬었습니다.

97년 12월 3일, 국내 기업들이 연쇄도산하면서 외환보유고가 바닥이 나고 IMF에 긴급융자 20억 달러 요청이 접수됩니다. 외환보유가 39억 달러까지 급감하면서 국가가 부도를 내 버린 것입니다. 태국, 홍콩,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로 이어지는 연쇄적 외환위기를 보면서 충분히 예상했을 터였지만 어쩐지 강경식 경제부총리는 외환관리의 심각성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IMF는 구제금융의 댓가로 국가경제 구조조정을 요구하였습니다.

경기악화와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고 나서야 경각심을 되살린 우리나라는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대대적인 각성을 통해 은행개혁, 산업장려정책, 재벌통폐합, IT산업발전/인프라투자, 코스닥과 벤처, 남북정상회담 등 완전히 새로운 체제에서 새롭고 건전한 국가로 거듭났습니다. 97년의 위기를 극복한 우리는 2001년 8월 모든 차관을 상환하고 외환보유고를 1028억 달러까지 늘려 두번다시 외환위기를 겪지 않을 세이프가드를 장착하고 IMF 관리체제를 졸업했습니다. 이후 중국의 경제발전을 기반으로 우리나라는 수차례의 경제적 도약을 통해 반도체와 바이오, 최근에는 전기자동차산업의 호황으로 배터리 산업 등 성장동력을 확실히 갖추고 오늘날의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출처:네이버 불로그 이지미

2000년 이후에 태어난 젊은이들은 놀라운 속도로 성장한 우리나라의 황금기를 경험하지 못하고 결과물만을 볼 수 있으니 조금 안타깝기도 합니다. 더구나 오늘날의 우리 상황을 호시절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이가 있을까 의구심이 들기도 하네요. 좋은 일만 계속 벌어지면 혹시 우리의 호우시절好雨時節은 지나간 건 아닐까 괜한 걱정을 하게 되죠. 모두가 IMF 위기를 망각한 오늘날 단단한 세이프가드를 갖춘 우리나라에 누가 감히 또다시 국가적 위기가 오리라 걱정하겠습니까. 기우杞憂일 뿐이죠. 과연 그럴까요?

2008년 말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미국 금융시스템이 붕괴합니다. 우리나라라면 거의 국가부도이지만 세계경제의 토대인 미국은 국가가 부도가 날 수 없는 구조이기에 우리는 이후에 벌어진 대혼란을 ‘글로벌 금융위기’라고 부릅니다. 미국의 중앙은행은 특별히 ‘연방준비제도’ 혹은 줄여 ‘연준’이라고 부르며, 미국의 달러화는 이 연준이 찍어내는 화폐입니다.
기축통화라 불리는 환율기준화폐이기도 하기에 우리나라의 원화도 달러화에 상대적으로 움직이는 변동환율로 그 가치를 결정하죠. 달러는 미국통화의 별칭으로서 정식명칭은 ‘연방준비은행권’입니다. 우리나라의 원화도 엄밀히 말하면 ‘한국은행권’이죠. 전세계 사람들은 연방준비은행권을 사용하면서도 연방준비은행권제도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해보지 않습니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는 미국의 중앙은행으로서 달러를 창출해낼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유일한 기관인 셈입니다. 앞서 언급한 2008년의 금융위기는 미국의 금융시스템 전체를 완전히 붕괴시키고 1920년대의 대공황을 다시 일으킬 위험 소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IMF 위기가 구제금융이 없었다면 국가가 소멸할 수 있을 심각한 위기였듯이 08년의 금융위기는 미국의 정치경제적 패권을 위협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기록적인 실업률, 정치불안과 경제혼란, 기업의 줄도산이 눈에 선했던 연준은 리만 파산 이전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실험’을 감행합니다.

1913년부터 2008년 사이에 연준은 통화량을 50억 달러에서 8470억 달러로 서서히 증가시켜 왔습니다. 달러의 점진적인 증가로 통화량은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립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2008년 말에서 2010년 초 사이에 연준은 무려 1조 2천억 달러를 신규 발행합니다. 100년에 걸쳐 증가할 화폐량을 1년만에 급하게 공급해 ‘본원통화’가 두 배 이상이 되었죠.

골드만삭스(왼쪽)와 JP모건의 로고. /트위터 캡처

연준이 화폐를 발행하는 방식은 단 한 가지. 연준이 믿고 맡기는 24개의 금융사의 계좌에 입금을 해 주는 방식입니다. 연준이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전자거래시스템 페드 트레이드FedTrade에 접속하여 프라이머리 딜러, 즉 골드먼삭스, JP모건, 시티그룹, 크레디트스위스와 같은 거대금융사와 노무라증권, 캔터 피츠제럴드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지만 연준이 좋아하는 중소금융사에게 국채매입 거래의사를 밝힙니다. 연준의 트레이더는 장기 국채와 모기지대출담보부증권에 대해 매수주문을 내고 매도 의사를 가지는 프라이머리 딜러를 기다리죠. 이 입찰은 연준이 달러를 발행하는 유일한 기관이기때문에 언제나 성사될 수 밖에 없습니다.

연준과 프라이머리딜러가 가격에 합의하면 트레이더는 연준에 국채를 보내고 연준 트레이더는 거래 대금을 위한 금액만큼의 달러를 발행합니다. 연준이 딜러의 국채를 매입하면 딜러가 연준에 가지고 있는 지급준비금 계좌에 해당 금액이 입금되고 거래는 마무리됩니다. 자산을 매입하고 신규발행한 연방준비은행권을 프라이머리딜러의 지급준비금 계좌에 입금하는 시스템이죠. 처음 듣는 분은 아니, 이렇게 돈이 발행되는 게 맞나? 하고 의아해하실 지도 모릅니다. 예전에 거시경제학 교과서를 읽으신 연배 있으신 분은 화폐발행기준이 되는 금金 본위가 있어야 하는거 아니야? 하시겠고, 미시경제만을 공부하신 분은 뭘 복잡하게 국채매입을 하나, 그냥 종이에 인쇄하면 되지…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은 브레튼우드체제 이후 금본위제에서 벗어나고 페트로달러, 즉 원유거래를 달러로 독점하면서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얻고 어불성설처럼 보이는 위의 두 가지 방식을 실질적으로 직접 실행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연준은 달러화를 발행하는 데 있어서 어떤 원칙과 기준을 가지지 않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기관이라는 말이죠. 연준은 이 초과준비금을 2008년 20억 달러 수준에서 2010년 2월 기준 1조2천억 달러로 600배 증가시킵니다. 이 과정을 통해 금융위기는 간신히 넘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연준은 앞서 언급했던 새로운 경제실험을 감행합니다.

달러 <사진:연합뉴스>

화폐를 무한정 발행하여 돈이 어마어마하게 풀린 상태를 기본 전제로 하는 경제논리로 모든 금융시스템을 운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경제논리는 경제관련 모든 사람들과 기관들의 행동양식을 변화시켰습니다. 연준은 경제권력을 휘두르는 상황에 머쓱해져서인지 이 실험적 프로그램에 일부러 모호한 이름이 붙였습니다. 오늘날 모든 경제신문과 웹사이트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양적완화quantative easing’라는 용어이죠.
양적완화를 통해 시장에 공급된 화폐는 기존의 화폐에 압력을 가하게 되고 연준은 이 문제를 금리 설정을 통해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연준은 6주에 한 번씩 열리는 FOMC라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설정하는데, 이를 통해 초단기대출의 가격을 결정합니다.

일반적으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경제는 둔화되고 금리를 내리면 경제가 촉진됩니다. 더 많은 이자를 내고 대출을 받아야 하니 부담이 되고 기업의 투자가 연기되면서 과도한 활황이거나 인플레가 발생할 때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하게 되죠. 그런데 화폐를 무한정 공급하면 기존의 화폐에 압력이 가해져 어딘가에서 풀어주지 않으면 인플레이면서도 경제 둔화가 일어나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나게 될 것을 걱정한 연준은 기준금리를 확 내려버립니다. 금리가 내려가면 위험한 방식의 출자와 대출이 발생하게 될 것인데 이렇게 되면 달러 압력은 줄지만 투자의 리스크는 무한정 올라가게 되죠. 이를 제로금리정책 혹은 ZIRP; zero interest rate policy라고 부릅니다.

기존의 경제학자들은 0% 금리를 제로바운드zero bound라고 특정하고 0% 금리가 절대로 깨질 수 없는 하한선이라고 여겼습니다. 금리가 낮으면 화폐의 가격이 낮은 것인데, 금리가 제로라는 건 연준이 발행하는 화폐를 직접 제공받는 프라이머리딜러 은행들에게는 사실상 화폐가 무료인 셈이 됩니다. 경제학자들은 화폐의 조달 비용이 0 이하가 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에 제로바운드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자 연준은 금리를 낮추어 제로바운드에 고정합니다.

무료 화폐를 공급받은 은행들은 대출로 이익을 낼 수 있으니 비용을 들이지 않고 손쉽게 돈을 버는 시스템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2010년 무렵에 FOMC는 제로금리 ZIRP로도 경제성장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합니다. 실업률은 여전히 심각한 침체 수준에 가까운 9.6%였으며, 이 수준이 장기적으로 유지된다면 사람들은 숙련 기술을 잃고 침체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실업자의 자녀도 장기적으로 소득 잠재력이 감소할 것이며 장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었습니다.

딜레마

화폐를 무한정 공급하는데도 어째서 성장과 실업은 여전히 지지부진했을까요? 성장동력을 잃은 선진국의 전형적인 딜레마입니다. 불가피한 상황인 겁니다. 하지만 연준은 이 팩트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불가피한 침체를 긴급상황으로 판단하고 회복세를 얻기위한 특단이 필요하다고 본 거죠. 2010년 11월 사상최초로 금리를 제로 아래로 떨어뜨리는, 소위 ‘마이너스금리’의 실험이 시작되었습니다. 마이너스금리는 은행계좌에 돈을 저축해 놓고 운용을 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점점 잔고가 낮아진다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해 리스크를 안고 투자하지 않으면 자산이 줄어든다는 이야기이죠. 여기에 반대한 일부 연준위원은 전례없는 화폐공급의 양적완화가 시중이 아니라 거대은행으로만 흘러갈 것이고 결과적으로 배분문제, 즉 부유한 사람은 더 부유하게 되는 소득격차를 더욱 크게 벌리는 효과를 일으키게 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충분한 자산을 보유한 극소수는 혜택을 보지만 월급과 저축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계층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죠. 더우기 풍부하게 공급된 화폐의 파도를 금융기관의 트레이더들은 보다 큰 리스크를 걸고 투자에 나서게 될 것이고, 이는 애초에 글로벌금융위기를 불러왔던 파괴적 금융버블을 발생시키는 씨앗이 될 것이었습니다.
손실이 발생해도 상관없잖아, 어차피 공짜로 받은 화폐가 아니던가. 날아간 돈은 다시 찍어서 채우면 되지… 악의를 가지고 보면 모두 나쁜 놈들이지만 사실 은행은 제로 금리에서 대출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없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리스크가 낮은 채권 투자가 아닌 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하이리스크 상품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습니다.

위험도가 높은 상품에서 요행스럽게 큰 손실이 나지 않고 오히려 수익이 나면 투자자나 소비자들도 이 논리에 익숙해지게 됩니다. 높은 리스크에 둔감하게 되는, 더 위험한 선택지를 기꺼이 선택하게 만드는 개미지옥입니다.
높은 리스크의 상품에 투자가 계속되면 결과적으로는 자산버블이 발생합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도 대표적인 부동산버블의 국가이니 ‘쉽게 터지지 않는’ 자산버블의 개념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개념일 것 같습니다. ‘쉽게 터지지 않는’과 ‘절대 터지지 않는’이라는 표현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망각하지만 않는다면…

2008년의 닷컴버블에 따른 주식폭락과 금융위기도 모두 자산버블이 원인이었는데, 버블이 터지면 어쩐 일인지 대중은 상품을 판매한 중개인과 부동산버블을 부추긴 담보대출브로커만을 비난합니다. 은행에 뛰어가 대출담당관의 멱살을 잡고 내 돈을 돌려달라고 흔들죠. 하지만 그 버블의 원인이 경제구조의 상층부, 다름아닌 연준에 있다면 누구의 멱살을 잡아야 하겠습니까.
최근에 발간된 전 연준위원인 크리스토퍼 레너드의 ‘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 미국 중앙은행은 어떻게 세계 경제를 망가뜨렸나'(레너드, 김승진 역, 세종, 2023)와 경제분석가 오건영의 ‘위기의 역사'(오건영, 페이지2북스, 2023)는 2008년 이후의 경제위기를 다름아닌 연준이 일으키고 있으며, 이러한 위기는 언제나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는 주장을 합니다.

레너드와 오건영은 공통적으로 양적완화가 위험한 경제실험임을 다음과 같은 근거로 비판합니다. 첫번째 위험은 일단 양적완화를 시작하면 종결하기가 극도로 어려우리라는 점입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군사개입이 수렁에 빠진 것과 같이 금융 수렁이 될 것이라는 거죠. 무제한 화폐발행이 시작되면 멈출 시점은 언제일까요. 실업률 9%일까요? 아니, 그 때가 되면 다른 이유로 화폐를 더 발행하게 될 것입니다.
두번째 위험은 연준이 국채를 너무 많이 매입하면 연준의 독립성이 깨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국채매입의 목표는 장기 금리를 하락시키기 위함인데, 연준이 양적완화를 멈추면 금리가 상승할 것이고, 연준은 다시 국채 매입의 압력을 받게 됩니다. 자기 목을 향해 창끝을 향하는 상황이죠.

세번째 위험은 양적완화가 결국엔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간접적인 원인이라는 점입니다. 양적완화가 직접적으로 인플레를 일으킨다면 금리조정을 통해 인플레를 억제할 수 있겠지만 사실 양적완화는 직접적 원인이 아닙니다. 양적완화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기업과 금융투기세력은 화폐가 계속적으로 시장에 조달될 것이라는 예상을 기본전제로 투자를 하게 될 것입니다.

위험한 대출이 연속되면 결국 지속가능하지 않은 자산가격에 이르게 될 것이고 경착륙 혹은 파국이 대대적인 실업을 야기하게 될 것이죠. 연준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상관없이 양적완화와 제로금리는 자산가격의 인플레이션을 야기했습니다.

<연준의 양적완화와 탐욕의 연쇄(2-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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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조현일

서울대학교 미술학부 산업디자인과 졸업
캐나다 브리티쉬 컬럼비아 대학 건축대학원 졸업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이과대학 과정수료 (물리학)
2003년 3월 – 2007년 11월 극동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개발부 부장
2007년 12월 – 2012년 12월 주식회사 엔폴드 대표 (일본 동경 소재)
현재 도서출판 접힘펼침 대표 (용인시 기흥구 소재)

조현일
서울대학교 미술학부 산업디자인과 졸업 캐나다 브리티쉬 컬럼비아 대학 건축대학원 졸업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이과대학 과정수료 (물리학) 2003년 3월 - 2007년 11월 극동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개발부 부장 2007년 12월 - 2012년 12월 주식회사 엔폴드 대표 (일본 동경 소재) 현재 도서출판 접힘펼침 대표 (용인시 기흥구 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