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기]저는 대구초심도장에서 수련하는 올해 21살 전형준입니다.

대학시절 현재

저는 대구초심도장에서 수련하는 올해 21살 전형준입니다.

2018년에 초단 심사를 본지, 4년만인 2022년에 2단 심사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4년 동안 운동을 하면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은 몇 달 못하고 포기하는 일을 종종 보게 되었지만, 저에게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해결하려는, 일종의 근성과 같은 성향이 저에게 내재하여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는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아이키도 수련의 영향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특히 수업 중 파트너와 기술을 주고받으면서 끊임없이 넘어지고 일어서는 반복된 훈련과정이 먼저 떠오릅니다. 훈련은 자율적이었지만 꾀부리지 않고 수업에 참여했던 것들이 돌이켜보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제가 고등학생 때부터 현재까지 가장 흥미를 느끼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문이 물리입니다. 물리를 공부할수록, 아이키도가 과학적으로 아주‘영리하게’만들어져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물리에는‘벡터’라는 개념이 존재합니다. 아주 간단히 설명하면‘방향성을 가진 힘’을 뜻합니다. 제가 ‘영리하다’라고 표현한 것은 아이키도가 바로 이 벡터(상대의 공격)를 자유자재로 다루기 때문입니다.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무술이 아이키도만 있는 것은 아니나, 다른 무술보다 훨씬 변화의 폭이 크며, 공격자에 비해서 폭발적인 속력을 내지 않고, 동작의 크기가 크지 않아 에너지의 소모도 상대적으로 적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들이 수련할수록 매력으로 다가온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2019년 일본 부토칸에서 열린 전일본연무대회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여행에 대한 기대도 컸고, 일본 수련생들이랑 같이 수련을 할 생각에 걱정 반, 기대 반이었습니다. 당시 한국팀의 연무 순서가 거의 다가오고, 그 와중에 일본팀의 연무를 가만히 앉아서 보니 분명 이제껏 배운 동작과 형태는 같은데 느낌이라던지 중압감이 사뭇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일본팀의 연무를 본 후로, 한국에 돌아와서 당시 보았던 일본팀의 연무가 보여줬던 느낌을 재현하기 위해 지금도 노력 중입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학문에 열중하느라 자연스레 수련을 빠지게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시험 기간에 15시간 이상 공부하고 와서 수련에 참여할 때면, 내가 이렇게까지 나를 혹사해서 얻는 게 무엇일까라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이러한 학업과 운동의 병행은 고3까지 이어졌으며, 돌아보니 수능 전까지 참여했던 주 1회 수업은 펜데믹 상황에 맞물려 부족했던 체력안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일본 고바야시 도장에서 훈련중

수능이 끝나고, 우연히 중학생 시절 수련 영상을 보게 된 적이 있습니다. 보면서 여러 감정이 들었지만, 무엇보다 가장 신경 쓰였던 것은 제 자세였습니다. 부도칸에 다녀온 이후로 단순히 동작을 빠르게 하는 연습보다, 거울을 보며 천천히 정확한 자세를 만들어가는 것에 중점을 두고 수련했습니다. 때론 거울을 보면서 연습하다 보면 성장하는 자신의 키를 못 알아보는 것처럼, 실력이 늘지 않고 제자리 걸음 하는 것 같은 불만스런 경험을 하곤 합니다. 그래서 본인의 성장을 체크하고 격려해주시는 선생님과 선배들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직도 눈을 감으면 초단 심사를 보던 그때의 그 긴장감, 그 순간이 생각납니다. 코로나 19로 인한 영상심사의 아쉬움은 있지만, 심사를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를 성찰하고 다짐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끝으로 태어나서 지금까지 저의 아이키도 수련을 이끌어주신 선생님이자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강습회 때마다 여러 조언과 수련의 방향성을 잡아주시고, 좋은 말씀을 해주셨던 윤대현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폭풍 성장을 지켜본 두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