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기] 아이키도. 삶의 버팀목.

2020년 9월 결혼식장에서

안녕하십니까. 아이키도 춘천도장의 김동현 수련생입니다.

초단을 승단하고 난 후 2년이란 시간 동안 저에게는 인생에 중요한 사건이 2가지가 있었습니다.
첫번쨰는 결혼을 하게 되었고 두번째는 아들이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결혼과 동시에 신혼집을 위례에 마련하게 되어, 주중에는 춘천에서 근무를 하고, 주말에는 위례에서 가정을 돌봐야 하는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가정을 이루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의 탄생이 마냥 기뻤지만, 두 집 살림을 하게 되면서 제 인생에서 가장 바쁘게 보낸 2년이 시작되었습니다.

결혼 이후 전보다 도장을 나가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일, 육아, 운동을 병행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 삶을 지탱해 주었던 아이키도 였기에,
바쁘다는 이유로 수련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가족들은 위례에 있었고, 주중에는 춘천에서 근무했었기 때문에 아무리 바빠도 수련시간에는 꼭 참석하고자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마음뿐이었고, 점점 자신도 모르게 출석률이 떨어졌습니다. “아이키도는 감각의 무술이다” 라는 도장장님의 정의에 입각하지 않더라도, 출석률이 떨어지니 ‘형태’는 그대로인데 ‘감각’이 떨어지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습니다. 점점 힘을 쓰게되고 억지로 기술을 한다는 기분이었습니다.

확실히 숙련도는 도장을 출석하는 횟수와 비례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2단 승단을 준비하라는 도장장님의 말씀에 스스로도 잘 느끼지는 못했지만 조급함과 압박을 받았던 모양입니다.​
2단을 준비하면서 초단과 2단의 차이점과 제 자신의 기술 기본 숙련도가 얼마나 부족한지도 깨달았습니다. 앞서 말한 형태, 기술을 하는 방법은 알고 있지만 구현하는 감각은 많이 부족했습니다. 일교가 안들어가서 힘을 쓰기 시작했고, 반격기는 우케를 끌어당기기만 하였으며, 연속기에서는 기술이 뭉개지는 것을 스스로 느꼈습니다. 기술이 점점 더 억지스러움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는 근무지가 바뀔 가능성이 있어, 스스로의 아이키도 여정에 어떠한 방점을 찍고자 하는 소망이 있었고, 연습을 하다 보니 점점 그 기술의 의미와 감각이 이해되기 시작하는 신기한 경험도 하였습니다.
“내가 실력이 있어 심사를 보는 것이 아니라, 심사 연습을 하면서 역량이 크게 발전하는 것입니다.” 하는 평소 도장장님의 말씀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힘을 빼고, 하체와 단전(허리) 중심을 유지하고, 나게가 움직임을 끝까지 보면서 기술을 하도록 노력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승단촬영을 모든 도장 식구들의 응원과 도움으로 무사히 마칠수 있었습니다.

다만, 초단 승단 때는 제 자신이 뿌듯하고 만족스러웠지만 이번 2단 승단 응시에는 뭔가 아쉬움이 크게 남았습니다. 왜 그럴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초단과 2단의 난이도, 기본 기술 숙련도 등 보다는 제 자신감이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또한 도장에서 평소 듣던 비유 중 ‘산’ 의 비유가 있는데, 숲 속에서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갈 때는 나무와 길 밖에 보이지 않고 내가 향하는 정상이 가장 높은 곳이라 생각하고 올라가지만, 작은 산 정상에 올라서게 되면 내가 정상을 올랐다는 기쁨보다 주변의 더욱 큰 산들이 그제서야 보이게 되어, 더욱 겸손해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출석률이 떨어지니 숙련도와 함께 자신감도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초단 승단 후 다른 그림들이 보이게 되니까 눈만 높아져 있었던 것입니다.
2단 응시 후의 초라함과 아쉬운 느낌은 아마도 이것에서 기인하지 않았나 생각하였습니다.
결혼과 아들의 탄생 등, 여러가지 여건에도 불구하고 수련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아이키도는 제 삶에서 제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저의 인생에 큰 버팀목이었던 것이 아닐까도 생각하였습니다.

도장장님은 지금의 상황에서도 출석을 이어나가는 것이 훌륭하다며 가끔 도장장 부재시 지도경험도 부여해 주시고 계십니다만, 최근들어서는 다른 높은 산들의 볼 수 있게 되어서인지 조금 더 잘하고 싶은 욕심만 가득하고 응시 후에는 아쉬움만 컸던 것이 아닐까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여건으로 인해 도장을 출석하기가 어렵게 되자, 오히려 하루하루 출석할 수 있는 날이 소중하고 출석할 수 있는 날의 수련은 더욱 재미있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
언젠가 장성한 아들과 아이키도 수련을 함께 하는 날을 기다립니다.

언젠가 저도 윤대현 선생님처럼 장성한 제 아들과 아이키도를 함께 하는 날을 꿈꿉니다.
모든 아들가진 아버지들의 꿈이지만 의외로 아들이 허락을 잘 안해준다고도 하더군요.(웃음)

앞으로도 꾸준히 수련하여 즐겁게 아이키도를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부족한 실력임에도 2단 심사를 허락해 주신 윤대현 선생님과 춘천도장 이우림 도장장님께 감사드립니다.

2022년 9월 21일
대한합기도회 아이키도 춘천도장 김동현

언젠가 저도 윤대현 선생님처럼 장성한 제 아들과 아이키도를 함께 하는 날을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