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합기도는 선생을 보고 배우는 운동

합기도(Aikido)는 선생을 보고 배우는 운동이다.

무술 지도자들 중에는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수련해 오면서 지도자로 발전한 사람보다는 한 때 유행하는 무술을 단기간 섭렵해서 도장을 차리는 지도자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이 매우 실용적이고 강력하다는 것을 어필하려고 노력한다. 사실 모든 무술들이 똑같은 말을 하곤 한다. 나도 물론 내가 하고 있는 무술이 결코 약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합기도(Aikido)가 타 무술과 다른 것이 있다면 대선생(大先生)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합기도는 스승이 있는 무예다. 대선생을 큰스승이라고 말한다. 합기도는 큰 선생을 보고 배우는 것이 있다. 스승이 없거나 또는 스포츠 논리를 펼치는 운동들은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단순한 시합으로 우월감을 표현하려 한다.

루마니아에서 합기도 창시자를 소개하고 있는 국제합기도연맹 케이 이자와 회장

국제합기도연맹 케이 이자와 회장은 전세계 합기도인들에게 시합이 없는 평화의 무술을 갈망했던 대선생이 어떤 분이고 무엇을 가르치려고 했는지 세계를 순회하며 알려주고 있다. 합기도장에서 지도자가 가르치는 것은 테크닉이 전부가 아니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도장에는 여러무술을 했던 사람들이 오곤 한다. 더이상 강할 것이 없을 것처럼 선전하는 무술을 배운 사람도 있다. 군대에서 북파공작원에게 살인기술을 가르쳤던 장교도 있다. 그렇게 강한 사람들이 합기도를 좋아하고 오래도록 수련하는 것은 그만큼 뛰어난 것이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스포츠는 경쟁과 순위를 통한 상대적인 승리를 통해 성취감을 갖지만 합기도는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잘먹고 잘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멋지고 명예스럽게 살고 있는가에 더 큰 가치를 둔다.

얼마나 멋지고 명예스럽게 살고 있는가에 더 큰 가치를 둔다.

무도 스승은 싸움의 명분을 가르친다. 만약 꼭 싸워야 한다면 주먹보다는 돌맹이가 더 효과적이다. 그렇게 현실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을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대응하는 방향으로 이끈다. 합기도 기술은 부드럽고 평화로우며 조화로움이 있다. 일반 사람들은 좀 더 폭력적이고 더 큰 상처를 입히는 싸움기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합기도는 강함이 유연함으로 표현되며 더 큰 수련의 효과를 얻기위해 오래도록 수련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오직 강함만을 찾는 사람들의 특징은 거의 다 한 때 운동으로 끝나버린다. 무술을 그저 싸우는 살인기술 정도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일찌감치 은퇴해 버리고 만다. 합기도 시각에서 그들은 이미 패배자다.

싸워서 이기는 것 보다,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것을 무술로 깨닫기는 쉽지 않다. 살면서 보고 배우고 느낄만한 스승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알지 못한다. 에베레스트와 같은 명산은 목숨을 위협받는 도전이 있어야 정복이 가능하다. 무도에도 그런 깊이가 있어야 한다.

산에 왜 올라가야 하는지 그 의미를 일깨워 주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다. 산이 있으니 올라간다는 말은 도전과 정복이라는 DNA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무도에는 따를만한 스승이 있어야 한다.

합기도 지도자는 명예롭게 사는 것이 무엇이고, 멋지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조언하고 실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