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屠龍之技 도룡지기

가능하다면 좀 더 평화적이고 좋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그런 마음의 움직임이 동작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이키도’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안전하게 수련할 수 있는 무술, 아이키도

屠龍之技 도룡지기

용을 죽이는 기술(技術)이라는 뜻으로,용이 이 세상(世上)에 없는 동물(動物)이므로 세상(世上)에 쓸모 없는 기술(技術)을 이르는 말

전국(戰國) 시대(時代) 주평만(朱泙漫)이란 자는 지리익(支離益)에게서 용을 잡아서 요리하는 기술을 배우는데 천금이나 되는 가산을 탕진(蕩盡)하여 3년 만에 그 재주를 이어받았지만 그 재주를 쓸 곳이 없었다는 데서 유래(由來)함. (學屠龍於支離益, 單千金之家, 三年技成而无所用其巧.)

 

아이키도를 일반 격투기와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키도는 시합을 통한 경쟁을 하지 않으므로, 파워와 스피드를 추구하는 운동이 아니다. 가시적인 기준으로 우위를 평가하기 힘든 면이 있지만,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감각을 깨워가는 과정을 통해 터득해야하는 기술이 많다.

수련자는 일상과 마찬가지로 훈련 과정에서도 조화를 지향하고 갈등을 멀리하려 노력하기에 여느 운동보다 안전하다고 자부한다. 아이키도는 기술의 숙련 뿐만 아니라 개조 우에시바 선생이 추구한 정신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메말라가는 개인의 품성을 더 윤택하게 만들고, 질풍노도 시기의 청소년을 지도하기에 적합하다고 자부한다.

<1985년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격투기 참피온전에서 우승한 필자>

필자 스스로 타격기를 통해 경쟁의 정점을 맛 본 경험을 비추어 보건대, 극도의 경쟁에 대해서는 더 이상 누구에게 권하고 싶은 사안이 아니다. 상대를 배려하며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고 안전하게 가는 길을 추구한다. 유튜브 등의 매체에서 아이키도와 타 무술에 대한 자의적 비교를 해놓은 영상을 보면, 역시 아이키도 뿐만이 아니라 타 무술에 대한 이해의 깊이 역시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전근대 사회가 아니고 사람을 존중하고 법치에 따라야 하는 사회다. 격투기 선수가 아닌 사람이 상대를 일격에 죽이려는 마음을 가지고 단련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사회와 동떨어진 삶을 살고있거나 현실감각이 떨어진 철부지로 보인다.

싸우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 피할수 없는 싸움일지라도 더 안전한 방법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한 마음을 몸의 움직임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이키도(合氣道)이며, 인간의 몸이 표현할 수 있는 최상의 행위라 생각한다. 아이키도는 시합도 없고 능동적 싸움을 전제하지 않으므로 공격하지 않는 점이 타무술과 다른 점이다.

아이키도는 킥이나 펀치가 아니라 검술을 통해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간접 체험한다

실전에 대한 감각은 검술을 통해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옛 검술을 권장하고 있는 무도는 아이키도와 검도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검도는 명문유파의 검술을 바탕으로 현대검도의 틀을 통해, 아이키도는 검술을 체술로 전이하여 수행의 방편으로 삼는다. 따라서 아이키도는 현대 격투기에서 구사하는 킥이나 펀치 등에 대한 대응 훈련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그에 대한 대응은 군대나 특수 목적집단에서나 훈련하면 되지, 굳이 아이키도 수련자가 그런 훈련을 할 필요는 없다.

아이키도 고수가 스치기만 해도 쓰러지고 하는 것은 오랜수련으로 이른바 코어에서 나오는 힘을 자유자재로 가볍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격투기 선수 생활을 해온 필자는 과거 무지하던 시절, 저런 노인들 돌려차기 한방꺼리도 안된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그러나 아는만큼 보인다는 이야기처럼, 몸의 움직임에 대해서 공부해 갈 수록 그러한 움직임을 배우고 싶은 욕망이 샘처럼 솟아올랐다.

아이키도는 강하지 않으면서 강한 감각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계속 체험해 나갔다. 아이키도를 직접 배워보지 않으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많다. 단순한 시각으로는 보고도 이해할 수 없으며 보이지도 않는 기술들이 많다. 처음 접한 사람들은 군대체육 같은 단순한 무술에 비해 복잡하고, 그 철학적 배경자체가 생소하여 이해가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연구할 것도 배워야 할 것도 많고, 평생 따를 스승이 있으니 또한 즐겁지 않은가?

코어에서 나오는 힘을 자유자재로 가볍게 사용하고 있다.
윤대현
국제합기도연맹(IAF) 한국대표 아시아합기도연맹 한국대표 (사)대한합기도회 회장 국제합기도연맹 공인 6단 신촌 본부도장 도장장 국제합기도연맹(IAF) 공인사범 도장연락처: 02-3275-0727 E-mail:aikidokore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