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강해진 것 만큼 변해야 한다.

아이키도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의 추구다.

 

아이키도(合氣道, 이하 합기도)가 부드러움을 추구하지만 궁극에서는 강함을 찾고자 하는 노력은 여타 무술과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 강함은 파워나 스트렝스만의 강함이 아니고, 과거 선비와 사무라이, 서양의 기사와 신사가 추구했던 문무(文武)를 겸비한 그런 강함이다. 세월앞에 장사없다는 말이 있듯이, 그 세월을 거스르지 않고 단련하는 방법으로 태극권이나 합기도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강력한 킥과 주먹이 남자의 로망일지는 모르지만 부상이 알게 모르게 따라오는 사실은 부인하지 못한다.

 

건강은 단순히 질병이나 허약함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한 안녕 상태(Health is a state of complete physical, mental and social well-being and not merely the absence of disease or infirmity). WHO, 1948.

 

문무를 겸비한다는 것은 완성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어야 한다. 문무를 겸비하기 위한 노력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의 추구다. 그 어느 것이라도 잃으면 결국 다 잃게 된다. 무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은 그저 싸움의 기술, 고상하게 호신술 정도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한국에는 무도를 하는 나이 많은 분들이 거의 없다. 힘들고 귀찮은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라 말하기도 하지만, 무술의 가치에 대한 이해부족이 팽배한 사회가 되어 가는 모습이 평생무도를 추구하는 입장에서는 한없이 아쉽다.

 

승패의 겨룸이 가장 치열한 올림픽 경기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선수가 어느 순간 경기장을 떠난다. 승패를 가리는 일은 결국 나이가 걸림돌이 된다. 기량의 발휘가 한계에 직면하는 것은 물론이고 부상의 위험이 높아진다. 몸을 다치면 마음도 다친다. 행여 후배에 밀려 매트를 떠나는 모습을 보면, 존경과 함께 그 애잔함은 어떻게 표현할 도리가 없다. 떠남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세월과 함께 몸의 움직임이 원숙해지고, 쉽사리 파악할 수 없는 호흡의 기세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내 입장에서는 더 아름답다.

 

합기도는 검술을 베이스로 하는 체술이다. 늘 칼과 칼이 맞대고 있는 상황을 가정한다. 간합을 유지하고 상대의 움직임과 호흡을 읽어야 한다. 검을 맞서는 것이 아니고 무력하게 만들어야 하고, 나아가 검을 뽑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또한 공수(功守)의 구분이 없는 움직임 속에서 상대를 제압해야 한다.

나무를 보는 미시(微視)와 숲을 보는 거시(巨視)를 함께 키워야 한다. 이것이 모두 검술의 원리고, 그것을 구현하는 체술이 합기도다.

체술의 깊이는 호흡력(합기)으로 알 수 있지만, 이는 아는만큼 보이고 보이는만큼 익힐 수 있다. 이는 아이키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이끄는 단면이기도 하다.

    

합기도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인 안녕을 추구하는 무술이다. 잦은 부상으로 매트를 떠나서도 안되고, 승패에 대한 집착으로 자신과 타인을 불편하게 만들어서도 안되며, 수직의 가르침과 수평의 교류없이는 발전할 수 없는 무술이다. 몸의 수련은 부드러움 속에서 궁극의 강함을 추구해야 하고, 만유애호(萬有愛護)의 정신으로 경쟁이 아닌 상생의 길을 걷고, 인류평화를 추구한 창시자 우에시바 선생이 추구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우수한 인재가 배출하는데 일정 기여를 해야하는 일은 합기도인의 숙명이라 생각한다.

 

합기도는 부드러움 속에서 나를 강하게 만든다. 그 강함은 씨줄과 날줄이 만나 옷감을 만들듯, 스승에게 배우고 도반과 함께 익혀나갈 때 얻을 수 있다. 지게는 지팡이 없이 홀로 설 수 없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을 위해 노력하되 청(靑)이 남(藍)에서 비롯됨을 잊어서는 안된다.

 

부드러움은 강함을 품고, 강함은 부드러움을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