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토리 신토류 목록을 허락 받았습니다. 

춘천강습회에서 선생님과 함께 오월당에서

가토리 신토류는 일본의 무형 문화재로 지정된 검술로 현존 일본 검술유파들의 사실상 조상과 같은 역할을 하는 유서 깊은 유파입니다. 저는 스가와라 선생님의 지도와 윤대현 선생님, 여러 선배 교사면허, 목록들의 도우심으로 14년도 11기 입문 7년만에 목록를 허락받았습니다. 감사의 마음을 주 재료로 ‘좀더 열심히 수련했어야 하는데…’하는 반성의 마음도 양념삼아 졸필이지만 감사의 글 올립니다.

7년의 수련을 돌이켜 보았습니다. 고교 시절 농구의 워킹 바이얼레이션을 전혀 이해못하는 저주받은 운동 신경으로 체포자(체육포기자)의 삶을 살던 저는, 호구를 뒤집어 쓴 모습이 너무 멋져서 30대가 되어서야 죽도 검도(대한 검도)로 무도에 입문했습니다. 죽도 수련 기간동안 점차 얻어 들은 풍월이 늘어감에 따라 진검술/ 고류 검술에 대한 욕심이 생겼습니다.

한동안 수련하던 거합술이 손에 좀 익는다 싶으니,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며 각 유파의 엑기스만 뽑아 검술의 달인이 되리라….’같은 방자함이 마치 80년대 공중 목욕탕에 떠오르던 때처럼 올라오더군요. 10여년 전에 가토리 신토류의 고명을 듣고 당시 다니던 잠실도장의 신수철 도장장께 입문 추천을 신청했는데, 보기좋게 거절당했습니다. 이유는 합기도 수련 연한 부족…

우여 곡절끝에 인천 대한도장에 몸담게 되었고, 당 도장 임병규 도장장님의 추천으로 겨우 겨우 입문을 허락 받아 처음으로 입문 인사를 드렸을 때만 해도, ‘대충 한 2-3년 순서 외우고 연습하면 되겠지….’ 했는데, 솔직히 그게 이렇게 즐거운 어려움의 길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허허허…처음에 가졌던 불순한 오만함은 이미 다 휘발해 버렸고, 배우면 배울수록 모자람만이 보이네요. 이제와서야 왜 교차 수련을 막고 당류의 수련에만 매진하게 하셨는지, 왜 카타를 수련하면서 이게 대련 만큼이나(어쩌면 대련보다도 더)무서운 수련이 되는 것인지 살풋이 이해가 갑니다. 당류의 가르침의 깊이, 수련의 내용등 공부하고 익혀야 할 것들이 타류까지 같이 수련하기에는 너무나 벅차고 깊습니다.

스가와라 테츠타카 선생과 도우들

끝도 보이지 않는 순서의 암기에서부터 천변 만화하며 전혀의 예측을 불허하는 변화기까지 매번의 수련이 제게는 새로운 세계였습니다. ‘자네는 대련을 하지 않고 왜 가타만 암기하나? ‘라며 시비를 걸던 동문을 격파했다는 나카니시하 잇도류 데라타 고로우에몬의 일화를 읽으며 ‘에이, 그런게 어디있어???’ 라며 반신 반의하는 상상의 세계를 펼쳤더랬는데, 그게 현실로 구현되는 수련을 반복하면서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릅니다. 반복되며 들어오는 선생님과 선배들의 목검이 명치, 손목, 목, 팔꿈치, 발목에 닿을때 마다, ‘허걱, 허거걱’ 놀라며 ‘이런 공격이 가능하다니?’ 같은 신기함을 느꼈습니다.

선배들이 던지는 나기나타 날끝의 정확한 타격이 배꼽부터 명치를 가르고 들어오는 때는 테니스 라켓의 스윗 스팟을 정확히 맞추며 팔을 통해 전해오는 쾌감 비슷한 것을 느끼곤 했지요. 제가 변태스러워서 그런건 아닙니다. 정신 차리고 보면 여기 저기 멍들고 긴장된 몸에 뻐근해도 남아있는 그 상쾌함과 만족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수준이죠…

‘한번을 연습하는 거 보다는 두번을 연습하는 것이, 두번을 연습하는 것보다는 세번을 연습하는 것이 낳다. 가타는 왕도가 없다. 반복하는 사람을 당하기 힘들다.’ 라는 선생님과 선배님 말씀에 비추어 볼때,  좀더 열심히 하지 못했던 것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고질적 허리 부상과 테니스 엘보를 핑계삼아 출석과 연습을 게을리 했어도, “1년에 단한번 성탄절에 교회를 가도 신앙이 있는 사람은 기도를 드릴줄 안다. 그러면 기독교인이다. ” 라는 어느 선생님의 말씀대로 스스로 가토리 문하생임을 잊지 않고 자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단 한번을 칼을 휘둘러도 가토리에는 가토리만이 줄수 있는 독특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즐거움은 선생님, 선배들과 같이 수련하면 배가 되죠. 책장을 넘기면 새로운 장면이 나오는 만화책처럼 기발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신기한 가타들은 신체의 단련과 함께 지적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합니다. 이 즐거움이 먼길을 마다 않고 신촌으로, 춘천으로 가게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수련후 즐기는 오월당의 바베큐와 맥주를 포기못해 가토리 문하생임을 자각하는 약간의 간사함은 좀 용서해 주세요…. 코로나 때문에 못 모인지 2년 되니까 오월당으로 달리던 그때가 되게 그립습니다….)

다시한번 지금껏 이끌어 주시고 가르침 주신 스가와라 선생님과 윤대현 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또 무개념한 칼 받아주시며 교검지애 아낌없이 베풀어 주신 여러 선배/ 목록/ 도반들께 아울러 감사드립니다. 더욱 열심히 정진하겠습니다.


글쓴이: 정종우
약력: 신경외과 전문의, 재단법인 합기회 합기도 2단,
대한 검도 4단, 북진 일도류 초단, 몽상신전류 거합술 오전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