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매너, 계고稽古 매너

참고: KBS교향악단 제8대 상임지휘자 요엘레비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종류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퍼포먼스의 완성도만큼 요구되는 것 중에 “무대 매너”라는 것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클래식 음악가들이 워낙 잘 지켜줘서 보통의 청중들의 눈에는 너무 당연하게 보이는 부분이지만 실제로는 그 무대 매너에 속하는 부분들은 무대 출입문이 열리기 전부터 준비해야 하는 의상부터 신발, 헤어스타일, 화장 등 외적인 요소들과 관객들을 대하는 마음까지 다양한 것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 것들에 아주 깐깐한 지휘자 아래에서는 오케스트라 단원이 깜박하고 검은 양말을 구비하지 못 한 채 짙은 남색 양말을 신고 무대에 올라왔다가 지휘자로부터 쫓겨난 사례가 있을 정도로 무대를 대하는 클래식 음악가들의 자세는 고루固陋하다 할 정도로 보수적입니다. 언제나 무대 위에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성장盛裝을 갖추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라고 생각하도록 가르치는 것이지요.

구두는 벌레가 앉으면 미끄러질 정도로 잘 닦아야하고, 바지 주름은 자칫 살이 벨 정도로 세워야 하고요. 새들이 서로 다툴 때에 깃털을 잔뜩 부풀려서 상대를 위협하듯 연주자의 헤어 스타일 또한 한껏 웨이브를 주거나 잔뜩 부풀려서 뭔가 “대단히 신경쓰고 나왔음!”이라는 인상을 주어야 합니다. 낯빛이 좋지않다면 화장을 통해서 좋은 상태인 것처럼 보이는 분장술도 필수입니다.

드디어 무대출입구가 열리면 내딛는 첫 발과 객석을 바라보는 시선마저도 무대 매너의 영역에 속합니다. 관객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을 정도의 당당한 걸음걸이, 그 걸음에 실린 활짝 펴진 가슴, 그 위에 관객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카리스마있는 눈빛까지.

음악이 시작되고 두근거리는 연주의 시간이 지나 첫 곡이 끝나면 다음 곡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시간에 역시 쓸데없이 흔들거리거나 앞에 연주한 곡의 성공적 연주 유무와는 별개로 의연한 자세로 다음 곡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 때에 관객에게 등을 보이거나 인상을 쓰거나 하는 것도 금물이죠. 그렇게 몇 곡을 이은 한 스테이지가 끝나면 관객들이 대부분 박수를 쳐 줄 것입니다. 그 때에도 내가 잘 했건 못 했건 관객들의 박수에 예를 갖춰 감사를 표하는 인사를 올려야 합니다.

인사하는 자세를 따로 연습할 정도로 아주 중요한 부분이죠. 충분한 시간을 들여 박수를 만끽하고 자세를 바로잡고 무대출입구를 통해 무대 밖으로 나오기 전까지의 작은 행진도 여전히 “무대 매너”의 영역입니다. 연주에서의 감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가급적 당당하고 멋진 모습으로 퇴장해야만 합니다. 그렇게까지 하고도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무대 밖으로 나와서도 금방 긴장을 풀게되면 자칫 무대 뒤의 연주자의 상황이 관객에게 노출 될 수 있습니다. 연주를 마치고 무대 뒤로 나온 연주자들 중에 긴장을 풀기 위해서 농담처럼 “아이고 죽겠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연주 잘 하고 관객들이 감동에 빠져 있는데 무대 뒤에서 그런 소리가 들려온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인간적으로야 이해가 가지만 연주에서 받은 감동이 좀 희석되지 않을까요?

<사진:2019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

지난 5월 15일에 일본 도쿄 부도칸에서 열린 제58회 전일본아이키도연무대회 영상을 전부 보며 이전과는 다른 관점을 갖게 되었습니다. 예전같으면 선생님들의 기술들을 보면서 “와~ 저거 어떻게 하는거지?”, “와~ 장난 아니다~” 하면서 기술들을 펼쳐나가시는 모습에 모든 관심이 모아져 있었을 터인데 올해에는 유독 선생님들의 입장과 예를 표하시는 모습, 우케에게 접근하시는 모습, 우케를 던지시고 그 다음 기술을 시작하시기 전까지의 자세, 발놀림, 긴장감 등이 눈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연무의 종료를 알리는 북소리가 울리고 손바닥을 들어 연무를 마쳤음을 표시하시는 모습들마저도 뭔가 웅장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예를 표하시고 연무장을 내려오시는 모습까지.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이었던 2019년 11월에 본부도장에서 지도를 해 주셨던 카나야 히로타카 7단 선생의 계고稽古에서 기술도 기술이지만 앉아있는 자세에 대해서 집요하게 강조하시던 것이 그 때에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때로부터 1년하고도 반이 지나는 동안 그 “자세”의 중요성이랄까, “자세”를 대하는 “자세”랄까 하는 것들이 상당히 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된 것 같습니다.

잘 정돈된 도복과 단정히 맨 띠, 수련을 시작하기에 앞서 꼿꼿한 자세로 앉아 마음을 가다듬는 것, 계고稽古가 시작되면 전면에 감사함을 듬뿍 담아 전심全心으로 예를 표하고 지도하시는 분께도 경의를 담아 예를 표하는 것, 앞에서 시범을 보일 때에 그 시간의 소중함을 하나라도 놓칠새라 집중하는 것, 수련 중 상대방에게 바른 자세로 인사하며 “잘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 수련을 다 마치고 자리를 정돈하고 몸이 고될지라도 바른 자세로 그 고됨을 이겨내고 마지막 예를 표할 때까지 흐트러지지 않는 것 등 계고稽古 매너라고 생각되는 것들이 상당히 많네요.

음악가가 무대에서 자신의 최선의 기량을 뽐내는 것을 넘어 “무대 매너”로 그 무대를 대하는 자세에서마저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것과 같은 아이키도의 “계고稽古 매너”를 함께 만들어가보시면 어떨까요?

                                                                        <글쓴이: 박준서>

바리톤 박준서

–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졸업
– 이탈리아 프로시노네 L. Refice 국립음악원 예술가곡부 비엔뇨 디플로마(만점 졸업)
– 이탈리아 로마 국제음악 아카데미아 오페라과 디플로마
– 이탈리아 Europea 음악 아카데미아 바로크음악과 수료
– 2008 이탈리아 로마 국제 성음악콩쿨 로마주 특별상 수상
– 현 한세대학교 공연예술학과 출강

 

윤준환 편집장
대한합기도회 사무국장 및 대한합기도회 중앙도장 도장장 2013년 러시아 월드컴벳게임즈 한국대표로 참가 세계본부도장에서 내제자 생활을 했음 ※ 중앙도장 위치 ※ - 서울시 동작구 사당로 28길 6 (3층) - 4.7호선 총신대입구(이수)역 9번출구 도보 3분거리 - 수련문의 : 02 - 3444 - 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