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후기-본부도장 한세희 2단

아이키도는 제가 처음 입문했던 무술이며 지금도 하고 있는 무술이고 앞으로 하고 싶은 무술입니다.

2002년 종로에 있던 아이키도 도장을 잠깐 다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만두고 이후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내다 레지던트 과정을 마쳐가던 2017년 연말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다시 운동을 찾던 중 예전에 다녔었던 아이키도 도장이 신촌에 있는 것을 알고 방문하였습니다. 예전 그 모습 그대로이신 관장님께서 반갑게 맞아 주셔서 다시 즐겁게 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처음 다녔을 때는 무언가 복잡한 철학과 원리가 있어 어려웠는데 이제 나이가 들어서 보니 이해는 되는데 몸이 따라가지 못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그래도 예전과 달리 철학과 원리를 깨우치면서 하나하나 배우다 보니 너무 재미있게 배우고 있습니다. 응급실에서 근무하고 있어 매일매일 시간을 내기는 어렵지만 가능한 한도 내에서 꾸준히 도장에 나오려고 했고 지방에서 근무할 때도 서울에 올라오면 도장을 늘 찾았습니다. 코로나 기간은 업무량이 늘어 바쁘기도 했고 코로나에 걸리면 안 되기 때문에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았지만 무사히 출석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하는 응급의학과 일과 아이키도 수련과 관련하여 두 가지 부분에서 비슷하고 도움이 되는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는 전체를 보는 힘이 길러진다는 것입니다. 상대가 공격을 할 때 그 손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보고 있어야 하며 때로는 다른 공격자가 있는지도 염두에 두고 반응해야 합니다. 응급실에서 일할 때도 어느 한 구역, 한 환자를 보고 있더라도 응급실 전체를 신경 쓰면서 눈과 귀를 열어 두고 있어야 합니다.

다음은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힘이 길러진다는 것입니다. 응급실은 중환이 오는 곳이라 열심히 치료를 했지만 결과가 안 좋거나 심지어 사망하기도 하고 또 무례한 환자나 보호자들 때문에 마음이 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계속 밀려드는 다른 환자들을 진료해야 하기 때문에 바로 생각을 전환하고 다음 환자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키도 역시 수업을 통해 다양한 기술을 배우고 연습하고 잘되는 것도 있고 때때로 잘 안되는 것도 있지만 다음 기술을 배울 때는 생각을 전환하여 다음 기술에 충실해야 합니다.

지금 근무하는 대학병원의 응급실은 여느 응급실 이상으로 중환이 많고 정신이 없는 곳입니다. 정신없이 환자를 보고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녹초가 되어서 퇴근하지만 도장에 오면 관장님 말씀처럼 그런 것들을 잊고 무도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렇게 수련을 하고 나면 어느새 복잡한 생각들도 정리가 되고 재충전 되어서 다시 일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바빠서 운동을 못 한다고 생각했는데 진작에 수련을 시작하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혼자서 하는 운동, 서로 경쟁하는 운동과 달리 아이키도는 모든 연습에 같이 할 수 있는 우케가 필요하고 좋은 관계를 맺고 같이 성장하는 무도입니다. 내향적이고 소심한 사람이지만 아이키도를 통해서 인간관계의 조화에 대해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윤대현 관장님과 신선생님, 여러 도우들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수련을 이어올 수 있었으며 덕분에 이번 2단 승단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본부도장 -한세희 2단(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