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키도 수련후기- 중앙도장 박성원

승급심사

아이키도를 수련한지 2년이 조금 넘어 초단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삶에서 몸과 마음을 닦아 가는 일이야말로 모든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복잡다난한 현대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많은 사람이 대부분의 시간을 경제 활동과 그에 대한 물질적인 보상에 몰두하게 되는 상황에서 아이키도는 몸과 마음을 닦는 도의 길을 열어준다.

아이키도의 아이키 또는 합기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동서양의 철학과 종교 그리고 영성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여 온 나에게 진정한 합기는 불교의 해탈이나 기독교의 거듭남과 같은 깨달음의 경지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무도적 관점”

무도적 관점에서의 합기는 상대와 하나가 되어 상대의 흐름을 느끼고 그에 대해 물리적으로나 감각적으로 나아가서는 기의 반응으로 기술을 풀어나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불교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는 색수상행식의 오온의 영역이다. 사실 대부분의 중생이 이 과정에 있고 열반의 경지는 그 너머에 있다고 본다.


열반의 경지는 진여, 즉 우주 만유의 평등하고 차별이 없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는 참되고 한결같은 마음을 얻는 것을 통해 이루어진다. 쉽게 풀어본다면 나와 남이 다르지 않다는 순수한 의식과 그로 인해 가능해지는 사랑의 표현인 만유애호는 열반의 경지에 이르러서야 진정성 있게 표현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기독교의 아가페적 사랑, 구체적으로 자신을 버리고 십자가에서 돌아가심으로 인류를 구원하고자 하신 예수님의 모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현재 모든 종교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이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다. 특정 기독교 종파는 어떠한 인간의 노력으로도 구원을 얻을 수 없고 이는 오직 신의 은총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본다. 반대로 힌두교 등의 종교는 인간의 고행과 수행으로 해탈에 이를 수 있다고 가르친다. 불교 내에서도 단박에 깨달아 속세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돈오돈수의 관점과 수행을 이어 나가 깨달음에 이르는 돈오점수의 관점들이 첨예한 대립을 이루고 종파가 나누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필자는 단번에 진리를 깨친 뒤 번뇌와 습기를 차차 소멸시켜 가는 돈오점수의 길을 가장 선호한다. 무언가 알아내고 깨닫는 것은 방향을 제시해 주고 동기를 부여해 준다. 하지만 깨달은 바를 진정성 있게 이루기 위해서는 수련을 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이키도가 제시하는 합기는 분명 기존 종교들이 제시하는 가장 높은 경지와 다를 바 없다. 이 깨달음을 바탕으로 가장 직관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단련하여 진정한 합기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길을 걷는 것이 아이키도 또는 합기도라고 생각한다. 이 길을 걸을 수 있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

<중앙도장, 박성원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