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합기도 단체의 무리수 – 『삼일신고』는 그런 게 아니란 말입니다! (2)

– 합기(合氣)의 원리를 『삼일신고』에서 찾으려는

사이비 합기도 단체의 시도는 왜 잘못된 것인가 –

 

 

■ 촌극은 어디서 시작되었나

 

사이비 합기도의 수련 원리가 『삼일신고』에 들어있다고 말하는 촌극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나는 그 근원지를 조심스럽게 사이비 합기도계의 원로 지한재 씨로 추정한다.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자료를 조사하던 중에 ‘지한재 씨의 잘못된 생각을 동료와 후배들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거짓이거나 왜곡 또는 과장된 정보가 지금까지 확대, 재생산돼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여러 차례 했다.

 

 

아래 내용을 읽어 보자.

이것은 2003년 영언문화사, 2011년 뿔미디어에서 출판된 『고수를 찾아서(한병철 저)』의 ‘제4장 풍風 – 호언장담’ 편에 나오는 인터뷰 일부분이다. 인터뷰는 본래 저자(한병철)가 발행인으로 있던 무술 전문잡지 「마르스(2002년 9/10월호)」에 게재했던 것을 책에 그대로 옮긴 것이다.

「마르스」 인터뷰 원문을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고수를 찾아서』를 e-book으로 구입해 인터뷰를 확인했다. 책 제4장의 제목이 ‘바람 풍風’에 ‘호언장담’으로 심상치 않은데 4장에는 지은이가 ‘호언장담 하는 사람’으로 꼽은 세 명의 인터뷰가 실려 있고, 지한재 씨가 그 중 한 명이다.

 

고수를 찾아서 표지(교보문고)

< 『고수를 찾아서』 표지 >

 

마르스(출처 무카스)

< 「마르스(2002년 9/10월호)」인터뷰 지면(출처 : 무카스) >

  •  필자(정성진) 주 : 인터뷰는 책의 원문과 달리 편의상 필자가 <한 : 한병철 / 지 : 지한재>로 구분하였다. 줄바꿈 위치도 책과 조금 차이가 있다.

 

 

< 인터뷰 >


한 : 그러면 합기도라는 명칭은 누가 제일 먼저 쓰신 겁니까?

 

지 : 제가 제일 먼저 썼습니다. 합기도는 내가 명명한 겁니다.

그러다가 1962년도에 박정희의 군사 쿠데타가 나고 나서 일본에서 들어온 책을 보니 『합기도』라는 이름의 책이 있어서, 비로소 일본에도 합기도라는 동일한 명칭의 무술이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내용은 다르지만 이름만 같았던 것이지요.

그래서, 그 때 합기도에서 ‘합’자를 빼고 그냥 ‘기도(氣道)’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그 후에 국민운동본부 등에 한국의 국기로 ‘기도’를 지정하자는 팸플릿을 돌리고, 사단법인체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보니, 최용술 씨 밑에 있던 김정윤(현재 한풀의 대표)이라는 사람이 내 후배인데도 나보다 포지션이 높더군요. 나를 서울지부장으로 만들어 놓고, 자신은 이사장을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각자 갈 길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나는 그냥 합기도를 쓰다가, 미국으로 갈 때 ‘신무합기도’라고 명명했습니다. 그 이유는 일본 합기도와 차별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한박사님은 역사를 아십니까? 신라에는 화랑이 있었지요. 그러면 고구려와 백제에는 무엇이 있었습니까?

 

 

한 : 조의선인 등이 있었지 않았습니까?

 

지 : 고구려에는 선비도가 있었고, 백제에는 삼랑도가 있었습니다.

(중략)

나는 백제 삼랑도의 정신도법을 닦았습니다.


 

 

 


한 : 그러니까 백제 삼랑의 무술을 전수받아 수련하셨다는 말씀입니까?

그리고 저는 삼일신고, 천부경, 참전계경, 신단민사 등등의 서적을 읽어본 적이 있지만,

삼일신고 어디에 삼랑도가 나오는지요? 전혀 본 적이 없습니다만.

 

지 : 삼일신고 회삼경 부분입니다. 단군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쓴 책입니다.

단시간에 다 설명하려면 참 힘든데, 어쨌든 삼일신고, 천부경을 말씀하셨습니다.

이 책을 읽어본 적이 있습니까? 회삼경 읽어봤습니까?

 

 

한 : 읽어봤습니다.

 

지 : 아마 대종교에서 경전으로 삼는 삼일신고를 읽어봐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본 적이 없을 것입니다. 종교 쪽에서 보는 삼일신고와는 다릅니다. 내가 본 것을 본 적이 없을 겁니다.

삼랑들은 회삼경에 기초해서 수련을 했어요. 삼일신고에 체술로는 ‘태기’라는 것이 있습니다.

 

 

한 : 삼일신고, 회삼경에 태기라는 기록이 나옵니까?

지 : 삼일신고에는 안 나옵니다. 삼일신고는 대종교 경전이에요.

 

 

한 : 좀 전에 삼일신고에 태기가 있다고 하셨잖습니까?

그러면 어디에 삼랑도가 나오고 태기가 나옵니까?

 

지 : 삼랑도에서 배우던 것이 태기입니다. 지금 택견이라는 말은 전혀 잘못된 것입니다. 택견이라는 말은 원래 없었습니다. 문헌 근거도 전혀 없습니다.

원래 태기하는 것을 ‘태기련(鍊)’이라고 했지요. 태기련을 빨리 말하다 보면 ‘택견’이 됩니다. 택견은 태기를 말하는 것입니다.

 

택견은 송덕기 옹이 50년대에 청도관 출신의 김병수 씨와 만나면서 알려지게 된 겁니다.

그러나, 택견의 어원은 태기입니다. 삼랑도에서 하는 태기가 택견으로 변한 겁니다.

(중략)

내가 신무합기도를 만든 이유는, 합기도를 종합 무술이라고 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잡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다시 합기도를 정립한 것이 ‘신무합기도’입니다.


 

 

 


한 : 뒤돌려차기, 즉 회축을 세계 최초로 지한재 선생님이 만드셨다는 겁니까?

 

지 : 내가 만들었지요. 다들 뒤돌려 옆차기는 있었지만 뒤돌려차기, 즉 스핀킥은 없었습니다.

 

한 : 중국 무술이나 가라테에도 뒤돌려차기가 없었다는 말씀입니까? 이거, 중국 무술에서 선풍각이라고 하는 것 아닙니까?

 

지 : 아니요. 옛날에는 없었어요. 내가 장담하는데, 중국 무술에도 뒤돌려차기는 없었어요.

우리 삼일신고를 보면서 영감을 얻어 손으로 해 보니, 손으로는 되지 않아서 발로 해 보니 되었습니다. 그래서 뒤돌려차기가 탄생했지요.


 

 

 


한 : 처음 도장을 내신 것은 언제, 어디서입니까?

 

지 : 안동입니다.

(중략)

최용술 선생은 야와라의 보급자일 뿐인데, 최용술 선생을 합기도의 도주로 만들면, 외국에 나가서 우리는 일본인에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신무합기도를 만들었습니다. 일본의 정신도법을 능가하는 단군 할아버지의 삼일신고를 가지고 이것을 완성했습니다.

(중략)

단군 할아버지가 12절기를 만들어, 그 때마다 우리에게 찹쌀떡을 먹게 했습니다.

왜 찹쌀떡을 먹게 했느냐? 삼일신고에 보면 단군께서 고시를 시켜 농사를 짓게 했는데, 높은 데는 기장을 심고, 낮은 데는 찰벼를 심게 했습니다.

나는 이 구절을 가지고 몇 달을 씨름하여 깨달았습니다. 찰떡을 먹으면 뼈가 튼튼해져서 무술하기에 좋은 몸이 됩니다. 찹쌀이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이하 생략)


  • 필자(정성진) 주 : 야와라(柔ら)는 유술柔術의 옛 명칭이다. 국내 사이비 합기도 단체에서 한국형 합기도의 도주라고 지목하는 덕암 최용술(1899~1986)은 자신이 가르치던 무술을 ‘야와라’로 불렀다고 한다.

 

 

 


한 : (질문 앞부분 생략) 합기도가 인도에서 유래했고, 불교 무술이라고 하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십니까?

 

지 : 누가 그런 소리를 합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맹세코 없습니다.


  • 필자(정성진) 주 : ‘합기도가 인도에서 유래했고, 불교 무술이하고 하는 주장’은 한풀의 창시자 김정윤 씨가 1962년에 쓴 『合氣術(합기술)』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合氣術』은 이번 연재 마지막에 소개하겠다.

 

 

 


한 : 합기도의 발차기는 언제, 누구로부터 시작되었습니까?

 

지 : 그건 나부터 시작한 겁니다. 내가 만들었어요.

원래 최용술 선생의 야와라에서 발 기술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건 고류 검술에서 쓰는 족기(상대 하단을 후려서 중심을 허무는 기술)처럼 몇 가지 기술이었습니다.

그것 빼고 나머지 대부분은 다 내가 만든 겁니다.

 

 

한 : 그러면 그 발차기 기술을 어디서 배우신 겁니까?

 

지 : 태기지요. 태기하는 서악사의 이 도사에게서 배웠습니다. 이 도사는 스님이 아니고 선도의 도인이지요.

(중략)

지금 택견하는 사람들이 다 개발질을 하고 있어요. 특히 택견의 스핀킥을 보면, 그게 내가 만든 것인데, 한국 고유 무술이라면서 왜 내가 만든 스핀킥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 태기를 배우셨다는 것은 오늘 처음 들으며, 최용술 선생의 무술과 태기 이외에 더 배우신 무술이 있습니까?

 

지 : 그 두 가지입니다. 나는 우리나라 선도를 닦았습니다. 불교, 기문둔갑 장신법, 능엄경 공부, 삼일신고 회삼경 공부를 했지요. 나는 이런 공부를 함으로써 신무합기도의 정신도법을 이룩한 겁니다.

현재 무술계에서 도주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사람은 나 혼자 남았습니다.

(이하 생략)


 

 

저자(한병철)는 인터뷰 녹취기록을 책에 옮긴 뒤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지한재 씨는 한국 합기도사에 큰 족적을 남긴 역사적 인물이다. 그의 발언과 주장을 내 마음대로 첨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되어, 무술 전문잡지 「마르스」에 실었던 인터뷰 녹취 기록을 그대로 여기 옮겼다.

(중략)

지한재 씨가 합기도의 사상적 근거라고 주장하는 삼일신고, 천부경은 우리나라 단군교의 경전인데, 이 안에는 백제 삼랑도의 이야기나 무술에 관련된 부분은 전혀 없다.

 

특히 회삼경은 삼일신고에 포함된 것이 아니며, 일제시대 때 김좌진 장군과 함께 청산리 전투를 이끌었던 백포종사 서일 장군이 계시를 받고 저술한 저서이므로, 백제와는 당연히 관련이 없을 수밖에 없다.

 

인터뷰하면서 나는 지한재 씨가 과연 삼일신고의 내용을 알고 있는지 의문스러웠고, 회삼경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발언하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나도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지금 남아있는 『삼일신고』

1) 대진국(발해)의 고조 대조영의 「어제삼일신고찬문(御製三一神誥贊文)」

2) 대조영의 동생 대야발의 「삼일신고서(三一神誥序)」

3) 『삼일신고』 본문

4) 고구려 개국공신 마의극재사(麻衣克再思)의 「삼일신고독법(三一神誥讀法)」

5) 대진국 문황제(文皇帝)의 「삼일신고봉장기(三一神誥奉藏記)」로 구성돼 있는데

그 어디에도 지한재 씨의 말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삼일신고』가 대종교를 통해 널리 알려진 『삼일신고』와 다르다는 지한재 씨의 주장 역시 납득하기 힘들다. 맥이 끊어진 『삼일신고』를 세상에 다시 알린 인물이 대종교를 창교한 홍암 나철 선생인데 대종교와 무관한 『삼일신고』는 도대체 어디서 나왔다는 말인가.

 

『회삼경』에 대한 내용 또한 한병철 씨의 말이 옳다고 본다.

『회삼경』은 『삼일신고』에 나오는 삼일(三一)의 원리를 강해하기 위해 백포 서일(白圃 徐一, 1881~1921) 장군이 쓴 대종교 경전이다. 『삼일신고』와 『회삼경』은 서로 독립된 경전으로, 지한재 씨의 말처럼 ‘ 『삼일신고』의 『회삼경』’이라는 개념은 성립하지 않는다.

  • 필자(정성진) 주 : 서일 장군은 독립운동가이면서 대종교(大倧敎) 지도자였다. 대종교를 정신적 구심으로 삼아 독립군을 양성했으며, 선도 수련법과 교리에 정통하여 『삼일신고강의(三一神誥講義)』, 『진리도설(眞理圖說)』, 『삼문일답(三問一答)』, 『회삼경(會三經)』과 같은 대종교 경전을 저술하였다. 1921년 자유시 참변으로 휘하의 독립군 장병 다수가 희생당하자 책임을 지고 자결하였다.

 

나는 대종교를 믿지 않기 때문에 『회삼경』의 존재를 이번에 처음 알았고, 지한재 씨 인터뷰를 찾아낸 덕분에 『회삼경』을 읽어볼 기회를 얻었다. 『회삼경』을 살펴본 결과, 『회삼경』이 우리 민족의 삼원三元 사상을 자세히 설명한 것은 맞지만, 그 안에서 사이비 합기도 수련의 원리와 연관 지을 수 있는 곳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대종교 경전 표지

< 참고한 대종교 경전 표지 >

 

대종교 경전 목차

< 대종교 경전 목차 >

 

 

『삼일신고』와 『회삼경』… 나의 독해력이 부족한 것인지, 지한재 씨의 상상력이 풍부한 것인지 너무 혼란스럽다.

 

다음 편에서는 본격적으로 『삼일신고』를 소개한다.

『삼일신고』 안에 지한재 씨의 말처럼 ‘태기’라던가 ‘뒤돌려차기’, ‘단군 할아버지와 농사’ 이야기가 나오는지, 그리고 사이비 합기도 단체의 주장처럼 합기(合氣)의 원리라고 할 수 있을만한 내용이 나오는지 모두 같이 살펴보자.(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