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합기도(Hapkido)계에서 Hapkido의 역사라며 써 놓은 글을 읽어보면 Hapkido라는 이름을 가진 무도의 역사가 어쩌면 이렇게 제각각일 수 있는지 씁쓸한 웃음이 나온다. 사이비 합기도(Hapkido)인들도 본인이 수련하는 무도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속이 시끄럽고 머리가 복잡해지지 않을까.
나는 사이비 합기도(Hapkido)인의 입장이 되어 그들의 고민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다. 그렇게 해 보니 그들의 고민을 다음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었다.
① Hapkido를 역사가 오래 된 우리나라의 전통무술로 만들고 싶다.
② 合氣道라는 이름을 자기네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사이비 합기도인(Hapkido)들이 신라삼랑원의광(新羅三郞源義光)을 거론하는 것도 이런 고민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이들에게 창시부터 현재까지 Hapkido라는 무술의 계보를 말해보라고 하면 “현대 Hapkido는 일본에서 대동류합기유술을 배워 온 최용술 선생*이 창시(또는 보급)했다.”고 말한다. 사이비 합기도(Hapkido) 단체가 이합집산을 반복하며 수십 개의 조직으로 분산돼 있지만 ‘시작은 최용술’이라는 점에서는 대체로 일치된 의견을 보인다.
* 최용술 선생이 일본에서 머물 때의 행적을 두고 많은 논란이 있지만 여기서는 생략함
그런데 ‘현대 Hapkido’라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말은 현대 이전에도 Hapkido가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인용하고 소개하는 역사 자료의 종류와 범위가 단체마다 다르기 때문에 나는 이것을 종합해서 그들의 논리를 재구성해 보았다. 맥락이 이렇다는 뜻이니까 세세한 표현에 너무 얽매이지 않기를 바란다.
① 현대 Hapkido가 최용술 선생이 대동류합기유술을 배워 와서 보급한 것이라고 하면 일본 무도의 아류나 파생형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② 하지만 어떻게든 Hapkido를 한국 고유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
③ 그런데 현대 Hapkido가 계승한 것이라고 주장할 만한 전통 무예를 찾기 어렵다. 게다가 Hapkido의 뿌리가 일본의 대동류합기유술이라고 했던 것이 자꾸 걸린다.
④ 그렇다면 고대 국가 시기에 우리나라가 일본의 문화 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으니, 이를 근거로 대동류합기유술 자체가 우리 문화의 영향을 받은 무도였다고 하면 어떨까? 이른바 「(합기도의) 일본 전래 후 국내 재유입설」이다.
⑤ 그럴듯한 근거를 찾아 보자. 옳지! 다케다 소오가쿠 가문의 선조 중에 신라삼랑원의광(新羅三郞源義光)이란 사람이 있구나. 신라는 삼국 시대의 신라, 삼랑은 신라 화랑의 관직이었다고 하면 되겠군.
⑥ 또, 이렇게 하면 대동류합기유술을 배웠던 우에시바 모리헤이가 만든 Aikido와 한국의 Hapkido는 合氣道라는 같은 한자를 쓰는 이란성 쌍둥이쯤으로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지 않을까.
국내 사이비 합기도(Hapkido)인들이 신라삼랑원의광(新羅三郞源義光)을 강제 소환한 것이다. 이것은 사이비 합기도(Hapkido)계의 희망사항 혹은 자기최면이 만들어낸 창피스런 일이라 하겠다.
여기서 전편에 소개했던 대한합기도회 윤대현 회장의 칼럼(http://www.aikido.co.kr/xe15/information/1884)을 다시 읽고 돌아와 보자.
칼럼의 핵심 내용이다.
신라삼랑원의광(新羅三郞源義光)이라는 이름에서 ①신라(新羅)는 원의광(미나모토 요시미츠)이 성인식을 치른 곳이 신라대명신을 모시던 신라신사였기 때문에, ②삼랑(三郞)은 원의광이 미나모토가의 셋째 아들*이었기 때문에 붙은 것이다.
* 첫째 아들은 태랑(太郞 타로), 둘째 아들은 차랑(次郞 지로)
사실 게임은 여기서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사이비 합기도(Hapkido)인들은 “우리나라 상고사 기록을 보면 삼랑(三郞)이라는 관직이 있었는데, 신라삼랑원의광(新羅三郞源義光)이라는 이름도 이것과 연관이 있다.”면서 신라삼랑원의광(新羅三郞源義光)을 좀처럼 놓아주지 않는다.
나는 이런 주장이 사이비 합기도(Hapkido)계의 ‘무리수+자충수*’라고 평가한다.
* 자충수(自充手) : 바둑 용어. 일상에서는 내가 한 행동이 나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를 비유하는 말로 쓰임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