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디, 리듬, 하모니”

학교다닐 때 음악수업 시간에 “음악의 3요소”라고 배우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멜로디, 리듬, 하모니”라는 것이 그것입니다.

첫번째로 “멜로디Melody”는 일반적으로 머리에서 음의 높낮이와 시간적인 배열들을 기억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냥 문장이나 단어를 외우는 것보다 선율에 붙여서 외우면 더욱 오래오래 잘 기억할 수 있게 됩니다. 그것을 상업적으로 잘 이용한 것이 CM송이라는 것이고, 영화 “기생충”에서 여주인공인 딸이 “독도는 우리땅” 멜로디에 신상을 꾸민 가사를 붙여서 외우는 장면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두번째로 “리듬Rhythm”은 몸에서 주된 박자를 인식하면서 그 맥놀이를 기억하게 됩니다. 심폐소생술(CPR)을 할 때 “100~120rpm으로 흉부를 압박하라”는 기술적인 표현보다 “아기상어” 노래를 부르며(물론 속으로 부르는 게 보기 괜찮을 겁니다) CPR을 하라는 표현이 훨씬 쓸모가 있다는 말입니다. 일반인들에게 rpm이 어쩌고 저쩌고 설명해봐야 이해하기도 어렵고 그게 얼만큼 빠른지 설명하기도 힘든 일이니까, 그 정도 빠르기로 이미 몸이 기억하고 있는 노래의 박자를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임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모니Harmony”는 머리도 몸도 아닌 순간순간 상당히 예민한 감각이 필요합니다. 멜로디나 리듬과 달리 하모니는 기억의 영역으로만 보기는 힘듭니다. 완벽한 하모니를 위해선 완벽한 하모니가 어떤 것인지 알려주고 경험하게 해 줄 기회가 필요합니다. 어느 정도 대충 맞는 하모니가 아닌 배음倍音마저 일치하는 완벽한 하모니는 학생들의 수준에서는 올바로 구현하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이렇게 써놓고나니까 음악을 표현할 때에 머리, 몸, 감각 이 세가지를 동원해야하는 것이 아이키도 수련과 닮아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먼저 앞에서 보인 기술을 눈으로 보고 머리로 이해하고 기억해서 수련에 임하는 것이 “멜로디”의 개념과 닿아있습니다. 기술들을 구분해낼 머리가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단 여러 기술들의 모양들을 머리 속에 잘 넣어놓아야 합니다.

몸이 외울 때까지 반복 또 반복하는 시간들이 필요합니다.

그 다음은 그렇게 기억한 기술들을 몸이 외울 때까지 반복 또 반복하는 시간들이 필요합니다. 같은 노래를 계속 반복해서 들어야 그 노래의 리듬이 외워지는 것처럼 말이죠. 몸이 기억하게 되면 그 다음 완벽한 하모니를 통해서 음악의 완성을 향해가는 것과 같은 과정이 필요합니다.

음악에서 어떤 음이 발생했을 때 우리에게 딱 들리는 그 음을 기음基音 혹은 기본음基本音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그 음 위로 그 음의 정수비에 해당하는 음들을 배음倍音이라고 부릅니다. 이 배음이라는 것은 듣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어떤 힘이 있습니다. 어떤 음악가의 연주회에서 곡은 잘 몰라도 왠지 모르게 그 음악에 나도 모르게 녹아들었다면 그 음악가는 배음을 잘 살려 연주하는 법을 터득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초심자가 연주하는 바이올린 소리나 유독 목소리가 시끄럽기만한 가창자는 음악의 요소에서 기본음만을 연주하기 때문에 소리가 빡빡하게 들리게 됩니다. 이 기본음만을 연주하는 것은 겉으로 보이는 기술의 모양만을 따라 하는 것과 느낌이 비슷합니다.

그렇게 빡빡한 소리로 연주하던 아이가 좋은 지도를 받아 계속해서 연습을 통해서 활을 긋는 팔이 유연해지고 운지하는 손이 정확해지면서 점차 현絃의 자연스러운 진동을 만들기 시작하고 그것이 쌓여가면서 듣는 이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배음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물론 그러한 과정에서 그 아이에게 왜 기본음만 내면 시끄러운지, 배음이 뭔지, 배음이 있는 소리를 들려주고 그것이 왜 좋은지, 배음은 어떻게 내는지를 알려줄 선생님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올해로 음악활동에 몸을 담근지 30년이 된 저의 음악가로서의 인생을 뒤돌아봤을 때 어느 선생님인가 그런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저 또한 자연스레 알기는 어려웠을테니 말이죠.(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대부분은 배음이라는 단어조차 처음 들으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입니다.) 이렇듯 겉으로 보이는 기술을 넘어 합기의 길合氣道을 알려주시는 선생님들에게 왜 단위가 올라갈수록 기술의 모양만으로는 기술이 안 들어가는지, 합기가 뭔지, 합기의 감각을 알려주시고 그것이 왜 좋은 지를 배워야 합니다.

이와 같이 선생님의 가르침을 통해서 처음에는 기술의 모양을 모방하는 단계에서 차차 몸에 익숙해지는 단계를 거쳐 기술의 모양 너머에 있는 상대와의 조화調和의 감각을 차차 익혀나가는 것이 음악과 아이키도가 완성도를 갖춰나가는 동일한 과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무반주 독창곡을 부르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과, 또는 여러 가지 악기와 화음을 맞춰 환상적인 앙상블Ensemble을 만드는 것이 훨씬 감동적이고 풍부한 음악이 되듯이 상대와의 조화를 맞춰감을 통해 서로가 서로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도우道友가 됨으로써 더욱 감동적인 수련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글쓴이: 박준서 소개

바리톤 박준서

–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졸업

– 이탈리아 프로시노네 L. Refice 국립음악원 예술가곡부 비엔뇨 디플로마(만점 졸업)
– 이탈리아 로마 국제음악 아카데미아 오페라과 디플로마
– 이탈리아 Europea 음악 아카데미아 바로크음악과 수료
– 2008 이탈리아 로마 국제 성음악콩쿨 로마주 특별상 수상
– 현 한세대학교 공연예술학과 출강
윤준환 편집장
대한합기도회 사무국장 및 대한합기도회 중앙도장 도장장 2013년 러시아 월드컴벳게임즈 한국대표로 참가 세계본부도장에서 내제자 생활을 했음 ※ 중앙도장 위치 ※ - 서울시 동작구 사당로 28길 6 (3층) - 4.7호선 총신대입구(이수)역 9번출구 도보 3분거리 - 수련문의 : 02 - 3444 - 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