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이키도를 배우는 방법

저는 수학강사입니다.

학원강사들은 학생들의 시험성적에 민감합니다. 최근 중간고사가 끝나고 주변의 선생님들이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의 성적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입니다. 제가 말했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시험 성적이 다 잘못 나왔는데, 오히려 학생이 늘었어요.”

다른 선생님들이 묻습니다.

“왜 그럴까요?”

제가 대답합니다.

“전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할 것은 가르치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문제집이나 학교프린트를 가져와서 질문을 합니다. 어떤 문제들은 아무리 자세히 설명해도 학생이 알아들을 수 없는 내용입니다. 억지로 이해한다고 해도 시험장에서 맞출 수 없는 문제들입니다.

가르치는 저에게도 손해이고, 그 설명을 듣고 있는 학생에게도 시간 낭비일 뿐입니다. 아직 학생의 수준이 그 문제에 대한 설명을 들을 정도가 아닌 것입니다. 그 문제를 배우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이키도를 배울 때의 느낌이 딱 이렇습니다.

저는 몸치입니다. 아이키도를 배우기 전까지 ‘땀 흘린 횟수보다 피 흘린 횟수가 더 많은’ 그런 생활을 하던 사람입니다. 음치에 박치라 리듬감도 없었습니다.
아이키도가 아닌 다른 것을 배운다고 해도 쉽지 않았을 것 같지만 아이키도에서 말하는

– 팔에 힘을 빼고 허리를 써라.
– 몸을 무겁게 하라.

라는 표현들은 뭐라고 할까요?

그 기술을 표현하는 선생님이나 선배들이 있다는 것을 겪지 않았다면 사기꾼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팔에 힘을 빼고 상대를 당기거나 밀라니 이게 뭔 황당한 말인지?

일단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팔이 축 늘어질 만큼 힘을 빼라는 것인지, 아랫배가 아플 정도로 힘을 줘야 허리를 쓰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당연히 제대로 된 움직임을 표현할 수도 없습니다.

많은 초심자들이 이런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저에게 수학을 배우는 학생들을 생각했습니다.

경험이 부족하면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설명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기술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다만 내가 아직 그것을 알아들을 수준이 되지 않은 것뿐입니다.

아직 내 수준에 맞지 않으니 미리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알아들을 수 있는 부분만 열심히 하면 됩니다. 알아들을 수 있는 부분이 지금 내 수준에 필요한 것이라는 얘기일 테니까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 조금씩 더 알아들을 수 있게 됩니다.

제 경우로 말하면 그렇습니다. 수부리(검을 휘두르는 동작)를 하면서 등의 근육이 잡히기 시작한 후에, 허리를 편 자세를 유지한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허리를 펴는 자세가 조금 익숙해진 후에야 팔에 힘을 뺀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침이나 저녁마다 누워서 다리들기를 하면서 코어 쪽 근육이 만들어지기 시작할 때 즈음에야 허리를 쓴다는 느낌이 이런 것일까 하는 상상을 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런 기술들을 제 몸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 이제 겨우 귀가 열리기 시작한다는 의미입니다.)

배운다는 것은 나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다고 해도, 내가 이해할 수 없고 표현할 수 없다면 지금의 나에겐 무용지물입니다.

흔히 어떤 목표와 기준에 자신을 비교하곤 합니다. 자신의 현재 상태와는 동떨어진 채로요. 여기서 많은 문제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세계 챔피언이 되고 싶은 사람만 권투를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전국 1등만을 위해서 수학을 배우는 것도 아니고, 대박요리집을 차리기 위해서만 요리를 배우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지금의 나보다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해서 배우는 것입니다.

어제 안 풀리던 문제가 조금 더 잘 풀리면 되고, 지난 주보다 조금 더 맛있는 찌개를 끓일 수 있다면 됩니다. 지난 시간의 나보다 나아지기만 하면, 배운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배운다는 것은 자신의 현재 상태가 기준이 되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나의 모습에 필요한 것이 있고, 이것이 채워져야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습니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조급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내 수준에 적절하지 않은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해할 수 있는 것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나아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느끼는 것이 즐거움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