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 선생 초단을 응시하면서
‘짜고? (짜고치는 고스톱)’
호주에서의 경험이 없었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책장 넘기듯 사람을 넘기는 장면을 보면서 일부러 넘어가주는 것처럼 보였다.
몇 년전에 만난 영국친구가 떠올랐고 그가 했던 무술이 이거구나 싶었다.
호주의 아름다운 바닷가. 친구를 물 속에 빠뜨리려고 달려들었다. 덩치가 작은 영국 친구였다.
달려들고 2초 뒤에 내가 물에 쳐 박혔다. 한 번 더 달려들었다가 똑같은 일을 당했다.
세 번째는 하지 않았다. 두 번의 경험은 충분했다.
나도 다치지 않았고 기분 나쁘지도 않았다.
마치 계단이 있는 줄 알고 밟았다가 없어서 몸이 휘청 한 느낌이었다.
그 친구는 뭔가 아는 사람 같았다. 그가 아는게 아이키도였나보다.
묘한 매력이 있다.
아이키도를 만나기 전까지 어떤운동 2개월 이상 한 적 없었다. 태권도 노란띠, 권투 2개월, 헬스장 2개월. 이런 내가 어느 덧 3년째 운동을 하고 있다.
당구에 빠지면 칠판이 당구대로 보이듯, 문을 열 때도, 아이를 품에 안고 일어날 때도,회전문을 들어설 때도 기술처럼 느껴진다.
아이키도란 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는 기분이다. 푹 빠졌다.
무거운 유리문도 손가락으로 밀 수 있다. 경첩 덕분이다.
관장님의 시범, 어깨를 꽉진 상대의 손을 때내지 않고 오히려 놓지 못하게 고정시킨다.
회전문처럼 스스로 축이되어 돌아서는 모습을 보며. “저거구나!”
오프라 윈프리는 스탠포드 강연에서 말했다.
안 좋은 상황에 저항하지 말고, 합류하라. (don’t react the bad situation, merge with it.) 저항하는게 아니라 되려 이용하는 것.
수련 때마다 느낀다.
관장님과 선배님들 덕분에 몸과 마음이 뿌듯해진다. 말이 직업인 강사이지만, 이 기술의 느낌을 10%도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말에서 벗어나 몸으로 한땀 한땀 수 놓는 기분이다.
어릴 적 강한 성격은 왕따를 당하게 했다. 그래도 고칠 줄 몰랐고 결국 암초를 만나 산산조각이 났다. 그 충격 이후 마찰을 피하게 되었다.
아이키도엔 마찰이 없어서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모님이 말해주셨다.
“아이키도에는 입신도 있어. 물러서지 말아야 될 때도 있는거지.”
너무 강하지 말라고 전환이 말해주고, 너무 물러서지만 말라고 입신이 알려준다.
관장님 말씀이 남는다. 100이 필요하면 101도 안되고 99도 안된다. 적절함을 찾아라. 정말 좋다.
두부를 자를 때 적절한 힘, 강철을 자를 때 적절한 힘을 알고 싶다.
초단 승단을 앞두고, 3년을 회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관장님의 깊은 뜻에 감사드린다.
정리를 하다보니 앞으로 더 나아갈 힘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느껴진다.
무거운 물건을 처음 들다가 도르래를 처음 본 사람들은 사기라고 생각할 것이다.
병따개로 쉽게 병을 따는 장면을 처음 본다면 놀라울 것이다. 처음 경첩을 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병따개를 보면서 이상해하는 사람은 없다.
도르래를 보면서 이상해 하는 사람은 없다. 경첩을 보면서 이상해하는 사람은 없다.
아이키도를 보면서 이상해하는 사람이 없어질 세상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계속 공부하면서 세상과 아이키도의 즐거움을 나누고 싶다.
2016. 05. 19.
글쓴이: 이민호 (제이라이프스쿨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