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 심사를 준비하며,-김포도장 권상혁

생각해보면 국민학교(저는 국민학교를 졸업한 사람입니다.) 4학년 때입니다. 흐린날 칠판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앉은 자리를 3째 줄에서 2째 줄로 바꿔 달라고 하던 저에게 담임선생님은 안경을 써야 한다고 하셨고, 집에서는 눈에 좋다는 간유구(肝油球)라는 걸 먹게 하셨습니다.

그 때부터 입니다. 제몸은 점점 불어나더니 5학년이 되자 저는 키 작은 보통 아이에서 키 작고 눈 나쁜 비만한 아이가 되었습니다.

– 지금 구글 검색을 해보니 제가 먹은 건 간유구가 아닐수 있네요. 저는 반투명의 타원형 연질 캡슐을 먹었다고 기억하는데. 불투명한 바둑알 모양만 나오네요. 전 대체 뭘 먹은 걸까요? –

상대적으로 놀림 받기 쉬운 외모와 동네 끝에 있는 집, 대학생인 삼촌과 같이 사는 환경 등으로 사춘기의 저는 당시에 출범한 프로야구라에도 불구하고 공을 치고 달리는 것보다는 책 보는걸 더 좋아하는 내성적인 성격이 됩니다.

그런 배경에서 지역 사찰에서 중·고등 학교 시절을 보냈고, 대학교도 동국대학교에 진학하여 불교학생회에서 선배들과 스님들께 지도와 가르침을 받으며 수행과 수련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면서 취업도 조계사로 하게 됩니다.

계속 불교 수행을 하면서 느낀 육체적 문제는 ‘늙어도 강强 할 수는 없는 것인가?’라는 것입니다. 올림픽 모토인「 Citius, Altius, Fortius 더 빨리, 더 높이, 더 세게」를 보면 ‘강하다’라는 것에 대한 서양의 가치관을 바로 볼수 있습니다. 바로 빵빵한 근육의 힘입니다.

우리가 배운 현대과학과 의학은 인가는 30대만 되어도 근육이 줄고, 반응속도가 느려지는 노화가 시작되어 노인이되면 절대 젊은이를 이길수 없는 신체가 되어버린다는 것입니다.

무술적으로 얘기한다면 10대에 무술 수련을 시작해서 30년이 되어 40대에 7단, 8단이라는 무술의 달인이 되어도, 반사신경이 무뎌지고, 근육량이 줄어 20대에게 이길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 같이 국민.학교를 나온 사람은 ‘30년 정도 계룡산에서 도를 닦으면 흰 두루마기, 삿갓 쓰고. 지팡이 짚고. 흰 수염 휘날리는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의 도인이 되어 육체적 한계를 극복해 버린다.’고 믿었었기에 과연 우리 동양인이 생각한 것은 뭐지? 라는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많은 무술이 무도武道를 표방합니다. 전투의 기술이 아니라 깨달음의 방법이라고 주장하지만 어떤 시합에서도 30년 수련한 사람이 챔피언이 되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이런 무술에 궁국의 깨달음에 이르는 방편이라는 방법이라는 ‘도道’를 붙일 수 있을까요?

이런 근본적인 물음을 가지고 살면서 정말 나이들어도 약해지지 않는 도道를 실증한 흰수염 휘날리는 할아버지의 무술 아이키도를 수련하게 되었습니다. 20대 말에 종로에서 선생님께 입문하여 잠깐 수련하고, 직장일로 10여년의 시간이 지나 또 직장을 옮겨서 다시 시작하여 또 10년을 수련하여 장장 2년이나 3단 심사를 준비하였습니다.

예전 직장에서 직원들이 모여(그 직장이 종로에 있는 조계사입니다.) 대승불교의 핵심이라는 ‘금강경金剛經’을 배울 때, 스승으로 모신 범어사의 무비스님께서는 공부하는 방법을 「“교과서”는 외울 정도가 되어야 확실히 이해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대학 시절 불교 공부할 때도 스님들로부터 한문 공부는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이니 많이 읽어야만 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이분은 아예 ‘그 길고 내용이 반복되는 금강경을 외우라니 확실히 옛날 분’이라고 생각하며 강의만 알차게(?)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2단 때와는 다르게 3단을 두 번 준비하면서 무술이라는 몸을 가지고 하는 공부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기술표의 처음부터 끝까지 막히지 않고 해내는 것을 준비하던 처음과는 달리 이번에는 각각의 기술이란 무엇인가를 저절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케가 들어오는 힘의 방향, 맞이하는 손이 만나는 곳, 우케를 유도하는 방향, 쿠즈시 동작에서 힘을 집중시킬 지점, 나게가 발을 디딜 자리, 우케의 중심선을 어떻게 흐트려야 하는가? ……

하나하나의 기술에서 지켜야 할 것들이 교재(Text)가 되어 하나의 ‘책처럼 외우고 몸이 익어서 틀리지 않게 구사해야 하는 것이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금강경을 이해하려면 본문을 외워야 한다고 했던 스님의 말씀을 아이키도 수련를 통해서 이해하게 된 것입니다.

저희 직장사람들 끼리는 ‘종교(종파)는 설산을 올라가는 여러 루트중 하나씩일 뿐’이라는 말을 합니다만. 이번 심사를 준비하면 저는 반대로 공부하는 방법은 마음공부와 몸공부가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찬찬히 이 공부의 방법을 직업의 세계에서도 적용해 보면 어떨까 생각 합니다. 끝.

김포 청파도장 권상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