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기]초단 승단심사를 준비하면서

저는 무술이 취미라고 말합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책장에 꽂혀있던 ‘영웅문’이라는 책에 빠져 밤을 새워가며 읽고, 홍콩 무협영화를 보며 자랐기 때문이었는지, 무술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취미가 무술인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친구 따라 강남 간다’라는 말처럼 ‘무술덕후’인 친구 덕분에 여러 가지 무술들을 좋은 분들을 통해 접하고 때론 배울 기회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좋은 기회를 얻어 손식 태극권을 배우게 되었는데, 알려주시던 선생님께서 다른 무술에도 조예가 깊으셔서, 각 투로 동작에 숨겨져 있는 타격과 금나(擒拿)에 대해 설명해 주시는 중에

‘이 무술에서는 이렇게, 저 무술에서는 이렇게 표현됩니다.’라고 다른 무술들과 비교 설명해 주시는 일이 많이 있었고, 그때 받아본 기술 중에 꼼짝도 못 하고 신기해 했던 기술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아이키도의 사교(四敎)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또한 당시 제 몸 상태에 문제가 있었던 터라 그때 수련하고 있던 유도와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며 기회가 되면 아이키도를 수련해 보라고 권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제 인생 버킷리스트에 아이키도를 담게 되었습니다.

실제 아이키도 지도원 분들을 처음 만나 무언가를 배우게 된 건 세미나를 통해서 였습니다.

중앙도장 공개 수련 때 윤준환 도장장님을 만나 뵙기도 했었고, ‘중심’이라는 주제로 열린 연합 세미나 때 인천 삼성당 성주환 도장장님 외의 몇 분들을 만나 뵙기도 했습니다. 그 세미나들은 제가 알고 있던 아이키도에 대한 인식을 바꿔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수련해 보고 싶다. 이거 뭔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뇌리에 강렬하게 새겨졌습니다.

아마 그런 기회가 아니었다면 아이키도를 수련해 봐야지 했던 생각은 제 기억 속에서 잊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후에 인천 삼성당 3주년 합동 수련을 외부인에게도 개방해 주셔서 친구와 같이 참석했다가 주말 수련을 하신다고 해서 입문 상담을 잠시 했었는데, 그때 안산도장 윤낙준 도장장님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바로 입문하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 안산도장의 문을 두드릴 수 있었습니다. 다시 흰 띠를 매고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이 어려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잘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꽤 컸습니다.

하지만 지도하시면서 늘 친절하게 차근차근 설명해 주시는 도장장님과 항상 웃으면서 연습할 수 있도록 받아주시는 선배님들 덕분에 그런 걱정은 쓸데없는 기우가 되었고, 마치 몇 년 동안 함께 해 온 것처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너무 즐겁게 수련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에겐 도장에서 즐겁게 웃으며 수련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 놀랐습니다.

엄숙하고 상명하복에 가까운 도장 환경에 익숙했던 저에게는 문화충격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대놓고 드러나진 않아도 관원들 사이에서 흐르는 그 미묘한 긴장감, 그리고 이겨야 한다는 경쟁심에 익숙해져 있던 저는 도장이 이렇게 편할 수 있다는 것에 너무 행복했습니다.

같이 운동하는 사람을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사라지자 온전히 제 모습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일요일 오전 늦잠을 자고 나와서 나른한 느낌으로 도장에 들어서면, 기분 좋은 햇살을 맞으며 깨끗하게 도장을 정리하고 계시는 도장장님을 뵐 수 있습니다. 땀내에 절고 먼지가 쌓인 모습은 절대 볼 수 없는 기분 좋은 상쾌한 도장에서 땀 흘리며 수신을 하고 나면 일주일 동안 쌓였던 마음속 불쾌함이 모두 사라집니다.

체술과 무기술이 상통하는 원리에 기반하여 설명해 주셔서 머릿속이 명쾌해지고, 그간 다른 무술에서 배웠던 수많은 이론이 서로 연결되며 ‘아 그게 이런 뜻이었구나’ 하는 순간이 수업 때마다 찾아오니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었습니다.

무기술이 체술을, 체술이 무기술을 서로 이끌어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몸이 피곤해서 하루쯤은 빼먹고 싶은 수련이 아니라 하루라도 더 하고 싶은 수련이 이어지고 있습니다.가끔 도장장님께서 공유해 주시는 영상에서 단정하게 하카마를 입고 연무를 보이는 고단자들의 모습을 볼 때면, 정말 아름답다는 표현이 절로 나오게 합니다.

그 모습에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며 나게의 모습에 제 모습을 투영해 보기도 하고, 나도 저렇게 받아보고 싶다고 우케의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기도 합니다. 너무 마음 졸이지 않고, 꾸준히 도장장님의 지도를 따라 도우 분들과 함께 수련을 쌓다 보면 어느새 저도 저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열심히 수련하려고 합니다.

승단을 추천해주신 윤낙준 도장장님께 감사드리며, 승단심사를 허락해주신 윤대현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함께해 주시는 도우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드립니다.

여러분이 계셔서 같이 멀리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2022, 09,
대한합기도회 안산도장 김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