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기]합기도를 바로 아는 것은 나에게 갈망이었습니다.

유년 시절부터 HAPKIDO(한국형합기도)를 시작해 도복 입는 것을 개념 없이 마냥 좋아했고, 대학 진학 후 HAPKIDO 시범단 동아리 활동을 하며 생활했습니다. 대학 시절, HAPKIDO의 문제점(단체 난립에 따른 기술 체계 미확립, 역사 왜곡, 명칭 개명 문제 등)을 알게 되는 과정에서 같은 명칭(合氣道)을 사용하고 다른 유형의 AIKIDO(합기도)를 자연스럽게 알게 됐습니다.

AIKIDO와 동명이체(同名異體)의 현실은 안타깝고 실망스러웠으며, 정체성의 혼란을 야기했습니다. 이미 정립되어 세계화(국제화)를 이룬 AIKIDO의 신체활동이 궁금했습니다. 합기도를 바로 알고 싶다는, 갈구하는 나의 마음을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졸업 후 직장을 다니며 환경, 시간상으로 기회가 닿지 않아 도복을 입을 수 없었지만, 반드시 회귀하겠다는 마음으로 직장 생활을 이어 오던 중 본부 도장이 위치한 서울 마포로 발령받았고, 2019년 4월 신촌 본부 도장에 입관하였습니다. 무도가 스포츠화되고, 도장이 상업화되면서 무도의 본질이 흐려지고 도장의 개념이 상실되어가는 시대에 소중한 것(AIKIDO)을 만났습니다.

AIKIDO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무(武)’적인 신체활동으로 표현합니다. 수련을 거듭하며 느껴지는 것이 상대로 인해 나의 존재를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모가 나 있고, 그 모로 인해 상대를 다치게 하고 나 또한 다치게 됩니다. 도장은 그 모를 다듬는 곳이고,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적 범위를 벗어나 상식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합기도(合氣道)의 ‘합기(合氣)’가 나에게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다’라는 의미로도 새겨집니다.

승급심사 때 모습

완벽할 수 없지만, 완벽에 가까울 수 있도록 노력하는 내가 되어야 하고, 그것이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마저 위할 줄 아는 내가 되어야 함을, AIKIDO를 통해 깨닫게 됩니다. 끊임없는 연구와 연습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AIKIDO를 배운다는 것은 인생을 배운다는 것 같습니다. 부족함이 많은 나에게 성숙할 기회를 준 AIKIDO입니다.

우리는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것을 이용하고 사용하며 살아가고 있고, 약속으로 정해진 규칙 속에서 삶을 살아갑니다. 누군가, 무언가로 인해 나는 성장했고 그들이, 그것들이 있었기에 현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 AIKIDO를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존재하게 해 주신 윤대현 선생님께 머리 숙여 감사함을 전합니다. 그리고 다가올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 주는 선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는 도우들께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합니다.

2022년 9월 9일, 초단을 준비하며…
신촌 본부도장_김태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