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모기, 겨울의 혹한 – 아이키도 내제자 생활(1)

다음 글은 ‘Black Belt Magazine’ 1966년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우에시바 모리헤이 큰선생 생존 당시의 것으로, 내제자内弟子들의 생활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2016년 제22회 전국연무대회 및 강습회를 위해 참석하신 고바야시 야스오 선생께서 당신의 젊은 시절을 한국의 제자들과 공유하고 싶으시다며 제게 번역을 의뢰하셨습니다.

image_3211512931473238208020

고바야시 선생에게서 받은 복사본

선생께서 건재주신 원고는 A4용지 7장 분량의 복사본으로 많은 이들의 손때가 타서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balck-belt-magazine-may-1966black-belt-1966-1
구글을 통해 얻은 원본 스캔본.

그래서 구글 검색을 통해 블랙벨트誌가 제공하는 스캔본을 찾아내었습니다. 연재 중 올리는 사진들은 위 스캔본에서 잘라낸 것이므로 접힌 자국이 있는 것은 양해바랍니다.

(본문 중 주석은 모두 제가 달았습니다.)

여름의 모기, 겨울의 혹한

〈 희망에 가득찬 젊은 아이키도인들이 3년 간의 부단한 수련을 견디며 월 $15씩이나 받는 전업 지도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1-cover

★ 선생의 뒤에 얼굴이 반쯤 가려진 채 정좌하고 있는 것이 고바야시 야스오 선생

아이키도계의 신세대 리더들은 여전히 오랜 전통에 뿌리를 둔 구식 시스템 속에서 다듬어지고 있다. 아이키도의 세계 중심인 도쿄 본부도장의 다다미 위에서는, 세계 속에서 자신의 도장을 이끌려 하는 일단의 젊은이들이 옛날의 도제 시스템을 바탕으로 부단한 훈련을 감내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일본 내에서도 오늘날 일부에서만 존속하고 있는데, 여기서 젊은이는 스승의 집에 들어가 살게 된다. 그는 먹고, 자고, 일하면서, 가장 중요한 그의 스승의 기술을 배운다.

그리고 이는 아이키도의 창시자이자 수장인 우에시바 모리헤이의 집이자 ‘작업장’인 본부에서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신구新旧의 조화가 아이키도의 특징이다. 주요 무술 중 가장 새로운 축에 속하는 아이키도는, 그 뿌리를 일본의 전통과 토양에 깊이 박아두고 있다. 우에시바는 20세기의 여명에 아이키도의 비밀을 체계화하였다. 이 무술은 부분적으로 고류 유술에 기반하고 있다.

우에시바는 새롭고 어쩌면 신비한 ‘기気’의 개념을 더했는데, 이는 정신의 힘을 이끌어낸 다음 몸의 힘과 혼합하여 작은 힘으로 큰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과거에 대해 진중히 경배하고 있는 걸 따져보면, 83세의 우에시바가 여전히 옛 도제 시스템을 통해 미래의 지도자들을 양성하고 있는 건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사실 지난 세기말에 유럽과 미국에서 그 존재가 사라졌다.

이 시스템은 일본에서 더 오래 이어지긴 했지만, 2차 세계대전과 그 여파로 인해 사실상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그 자취는 가부키歌舞伎, 연극, 꽃꽂이花道, 그리고 스모와 아이키도 등의 무술과 같은 기능의 영역에서는 여전히 남아있다.

일본에서 도제徒第(견습생)는 우치데시内弟子라 불린다. 사실 내제자라는 말은 단지 직업상 필요한 기술을 견습한다는 것보다 더 넓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일본인들은 이를 견습에서 얻는 것보다 더 깊은 것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 선생에게는 젊은 초심자를 밑에 두는 동안 그의 도덕과 인격 함양까지도 몸 속에 스며들게 하리라 기대한다.

요약하자면,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라 전인격을 갖춘 이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내제자의 이러한 면은 아시아 및 일본의 신비한 종교와 중용 철학이란 배경에 비춰보면 보다 이해하기 쉽다.

많은 무술계의 지도자들은, 예를 들어 가라데계에서 ‘고양이’라 불리는 긴머리의 야마구치 고겐山口剛玄*이나 우에시바는 대단히 종교적이고 영적인 인물들이다.

★야마구치 고겐山口剛玄, 1909~1989. 고쥬류剛柔流 가라데 고쥬카이剛柔会 10단. 가라데에 자유 대련을 도입한 인물 중 한 사람이며, 최영의를 지도하기도 함.

야마다 요시미츠山田嘉光는 현재 5단이며 뉴욕 아이키카이New York Aikikai를 이끌고 있지만, 그 역시 예전에 본부의 내제자였으며 그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내가 아는 한, 내제자는 그저 하나의 기술을 배우는 것보다 훨씬 깊고 더 영적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저 같은 젊은이가 내제자가 되면, 그는 가족의 일원이 되는 것이죠.”

“우리는 선생과 지도원을 부모와 같이 존경하고, 다른 선후배 내제자들과 함께 형제처럼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협력합니다.”

야마다는 또한 내제자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과 삶에 대한 보다 깊은 통찰력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딱딱하고 엄격한 생활을 통해 자기수양을 하면서, 무엇보다도 제가 선택한 무도, 창시자, 지도원들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는 게 제게는 가장 중요합니다.”

본부도장의 내제자는 항상 적은 인원으로 이루어지며, 어느 그룹이든 주로 7, 8명 정도로 구성된다.

내제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젊은이는 17, 8세가 되었을 때 부모를 대동하여 면접을 치른다. 부모는 우에시바와, 작은 선생若(와카)으로 불리는 그의 아들을 만나 왜 그들의 아들을 본부의 내제자로 받아주기를 원하는지 설명한다.

젊은이는 질문을 받기 전까지는 침묵을 유지하고, 그의 성품이나 실력을 평가받는다.  거의 대부분 지원자는 본부에서 1, 2년 정도 아이키도를 수련한 상태이므로 우에시바는 이미 그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

2-cleaning_outside

내제자들이 본부도장 외곽을 청소하고 있다.

(계속)

성주환
대한합기도회 본부 지도원. 인천 삼성당 도장장. 1997년 입문. 前 경찰대학 아이키도부 주장. 2013년 월드컴뱃게임즈 한국대표 인천시청역 1번 출구 도보 1분. 화목 21시, 토 10시. 문의 032-464-08340, AikidoKR@naver.com 블로그: http://AikidoK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