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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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시마 다케시 7단, 合氣道 수련 경력 50년

전통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볼까 합니다. 먼저 지난 주말 70대 중반이신 야마시마 선생의 강습을 보면서 이전보다 더 부드러워지고 강력해진 선생의 기운을 느꼈습니다. 기술을 받는 회원들의 표정은 역시 고통이 아닌 기쁨으로 가득했습니다. 선생은 50년 동안 아이키도(合氣道)를 수련하셨습니다. 50년 수련하면 어떤 모습이 되는지를 우리는 직접 경험하였습니다.

이전에 선생의 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놓자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넘어진다며 야유을 보내는 댓글을 본적이 있습니다. 일반인의 시각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모습들이 오히려 사이비 종교를 바라보는듯 했습니다. 어떤이들은 그렇게 어려운 것을 뭐하러 하냐고 합니다. 어렵다는 것은 그만큼 깊이가 있다는 것이고 연구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인데 공부를 싫어하는 학생처럼 집중하지 않습니다.

일본의 세계본부도장에는 매일 새벽 합기도 도주의 수련시간이 있습니다. 수련을 위해 갈 때마다 느끼지만 늘 기본 기술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실제 더 많은 것을 배우려고 찾았다가 실망을 하고 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이해부족으로 인해 실망한 것입니다.

그동안 내가 경험한 한국적인 무도 환경에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기본을 지킨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술인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것은 사회나 인간관계에서도 똑같은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자극적이고 현란한 것에만 관심을 갖는 것이 그런 것입니다.

세계본부는 기본을 지키는 곳입니다. 합기도는 두 가지 단련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눈에보이는 기술과 또 하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힘이라고 하는 기(氣)를 발전시키며 단련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가 계속 진화하며 발전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쿠세(癖)’라는 일본어는 나쁜 의미의 ‘버릇’을 말합니다.  도주는 쿠세가 없는 기본기를 전세계 합기도 회원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기술로 자신을 돋보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쿠세가 없는 가장 완벽한 기본을 재현함으로써 합기도를 완벽하게 보전하는 것입니다.

실력이 별볼일 없는 사람들이 오히려 화려한 테크닉으로 사람들의 눈을 현혹하는 것입니다. 힘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연스럽지 못한 힘 즉 완력으로 상대를 쓰러뜨리거나 제압하려고 하면 그 힘에 의해서 경험이 없는 후배 상대는 다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힘은 경험있는 선배들에게 차단이 되거나 반격의 소지가 되어 하나도 기술이 먹히지 않게 되어 버립니다.

무도는 선생의 손길에 의해 완벽해 지는 것이지 글이나 말로써 습득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특히 시합이 없는 합기도는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는 야마시마 선생 강습회를 통해서 힘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보고 배웠습니다. 움직임이 거의 없는 것은 쿠세가 없는 것입니다. 헐리우드 액션은 영화속에서만 존재할 뿐, 올바른 움직임을 추구하면 이러한 모습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합기도의 완벽함은 자연스러움의 완벽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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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식장에 참석한 아이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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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구치 세이고 제자들이 모여 열린 20주년 기념식장 전경

20년 전에 돌아가신 야마구치 세이고 선생(8단, 세계본부 사범)은 크리스티안 티시에(8단, 프랑스) 선생의 스승으로도 유명한데, 쿠세가 없는 힘 사용으로 기술이 간결하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특징입니다.

지난 4월 9일 제자들이 모여 돌아가신지 20주년을 기념하는 연무행사(山口清吾師範 20年祭)를 했습니다. 연무를 보았던 사람중에는 실망했다면서 우려섞인 말을 했습니다. 제자들이 선생의 기술을 똑같이 재현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합니다.

물론 선생의 제자들 가운데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사범들이 여럿 있습니다. 하지만 각자가 가진 독특한 개성으로 인해 선생이 보여주었던 기술을 똑같이 재현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야마구치 선생을 존경해온 말단 제자들에게는 슬픈 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무엇이 되었던 앞선 특별함과 훌륭한 것을 이어간다는 것은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합기도는 종합무술이 절대 아닙니다. 합기도가 매우 재미있는 것은 단순해 보이는 기술속에 깊이가 있어서 어렵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종합전시장처럼 타 무술을 모두 섞어 종합무술이라고 하는 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본이 될만한 스승이 없어 지키고 이어갈만 것이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 것은 각자의 쿠세에 따라 수많은 패거리로 나뉘어지고 마지막에는 구기 스포츠와 다를 것이 없는 빠른 것이나 센 것이 최고가 되는 것입니다. 지키고 이어갈만한 것이 없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로 생계형과 같이 한때 벌이로만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앞선 것의 좋은 점을 본받아 이어가는 것은 중요합니다. 전통이라는 것도 그런 것입니다. 개인의 사심에 의해 정치가 오락가락하는 것도 본을 보이는 사람이 없고 이어가려는 노력이 없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우리의 삶이 몹시 흔들릴 때에도 변함없이 지켜야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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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간에 야마구치 세이고 선생, 우측으로 제자인 크리스티안 티시에 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