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키도를 통한 작품세계의 변화 – 구도자 시리즈 (2017~)

동국대에서 온라인으로 개최한 전시회에서 예술가인 박병호 지도원이 출품한 작품이 2등을 했습니다.

행사명: 국제영상페스티벌 ‘2021 명상, 새로운 연결’
주최: 동국대학교
일시: 2021. 4. 23-25

<출품작>
아이키도를 통한 작품세계의 변화 – 구도자 시리즈 (2017~)

<작품 설명>

‘인간의 불완전함’ 이라는 주제는 예전부터 집중해온 작업의 중심 개념이다. 2012년부터 시작된 드로잉 작업인 ‘잘못된 힘’ 이라는 서사가 2016년 출판으로 한 단락 정리가 되었고, 이후 전개중인 현 드로잉 작업이 ‘구도자’ 시리즈다.

다소 거친 묘사로 설명적인 표현을 했던 이전과는 달리 지금은 정적인 구도와 우연의 먹 번짐 효과를 연구하여 정착하는 과정에 있다. 복잡한 생각이 점점 정리되어가듯 필요 없는 면과 선을 깎아내는 듯한 표현법이 화폭에 담기고 있다. 이런 변화의 시작은 2017년부터 시작한 무도수련과 동시에 진행되었다.

이전까지는 무(武)를 인간이 첨예하게 갈고 닦아낸 폭력적 장치라는 관점으로 작업에 차용했다. 강함을 추구한 인간이 통제되지 않는 욕망덩어리로 변질되는, 소위 잘못된 방향으로 진화된 형태를 상상하는 연출을 해왔다. 그런데 지금 수련중인 무도는 상대에 대한 배려와 자신을 이겨낼 것을 강조하고 있어 작업 세계관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기존의 화풍이 인간의 내재된 폭력성을 직설적으로 비판하여 표출한 다소 자극적인 형태였다면, 현재는 참 자아에 대한 고찰이 중심이 되어 미지의 장소를 부유하는 어떤 존재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매일수련을 실천하기 위해 도장으로 나서는 습관이 매일 작업하는 것과 동일선상에 있는 행동이라 느껴졌고 이런 무의식과 의식이 교차한 시간이 일종의 명상과도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명상이라고 하면 한자리에 올바른 자세로 부동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것이지만, 내가 하는 명상은 몸을 통해 구도(求道)의 마음을 갖는 반복의 움직임이다.

동중정(動中靜). 즉 역동적인 움직임 속에도 고요의 순간이 있으며 감각을 가다듬고 집중을 하면 진정으로 자신과 맞닥뜨리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 이러한 무념무상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하얗던 머릿속에 어떤 심상이 떠오른다. 그 이미지를 화폭으로 옮기는 구도자 시리즈 작업을 한지 어느새 5년째, 수 백장의 드로잉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중이다.

작업은 거침없이 흩뿌려지는 먹과 그것을 퍼트리고 증발하는 물에 의해 단숨에 배경이 완성된다. 마치 무도수련에서 벌어지는 단번의 기술과 다시 돌이키지 않는 깔끔함처럼. 그 시간과 운명이 만들어낸 우연의 풍경엔 언제나 한 방랑자가 서있을 곳이 자연스레 연상되어 그려진다.

수련으로 심상을 이끌어내고 거기에 서있을 어떤 존재를 상상하는 것이다. 완전함을 갈구하는 불완전한 존재. 그는 언제나 나 자신일 것이다.  <작가 박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