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대 합기도학과 개설에 붙여

17319093_1

 

상지대학교에서 합기도학과를 2017년부터 개설한다고 한다. 상지대학의 건학이념인 상지정신(인·의·예·지·신)을 학문의 바탕으로 삼아 인간의 존엄을 찾고 당당한 인간상을 정립해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것이 합기도학 전공의 설립 목표다. 상지대학 관계자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조차 유일한 상지대학교 합기도학과가 대한민국 엘리트 체육인 육성의 요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상지대에서 국내 최초로 합기도학과를 개설한 것은 대한민국의 무도 발전을 위해 매우 바람직한 일이며 꼭 필요한 일이지만 일각에선 대한민국의 대학 스포츠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한국체대와 용인대에서도 개설하지 않은 합기도학과를 개설한 것은 무리한 행보라고 보기도 한다.

비록 대한민국의 합기도 역사와 기술체계는 50년 넘는 시간 동안 나름의 자생력을 가지고 발전해 왔지만 일본의 합기도와 비교해 봤을 때 너무 많은 단체가 난립하고 체계적인 정리가 미비한 것 등의 아쉬운 부분도 있다. 특히나 이번에 대한체육회 가맹 문제에서 이러한 차이가 두드러진 바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상지대 합기도학과가 대한민국의 합기도를 이론적으로 정립하고 학문적으로 제대로 접근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지만 과연 얼마나 성과가 있을지 의문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차라리 일본에서 시작된 정통 합기도를 가르치는 것이 훨씬 더 의미 있고 커다란 성과를 얻을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하겠다.

사실 이렇게 상지대가 합기도학과를 개설하게 된 배경부터가 심상치 않다. 상지대는 2016년 대학평가에서 D등급을 받고 대학 측에서 학과구조개혁안을 공개했는데 이게 국문학과, 생명과학과, 관광개발학과, 부동산학과, 생활산업과학과 등 인문학과 기초과학 분야의 학과를 폐과하고 FTA국제대학과 합기도학과를 신설하는 내용이었다.

이는 구성원들이 반대하고 컨설팅을 담당한 회계법인에서도 부적절한 것으로 평가한 구조개혁안으로 학내 구성원들의 강력한 반대 시위 등에 부딪혔으나 대학 측은 학과 폐쇄 및 개설을 강행했다.

이렇게 개설된 합기도전공은 교과 20%, 면접 30%, 실기 50%를 반영한다. 그래서 지난 10월 23일에 수시 모집 학생들을 대상으로 낙법·발차기·술기 등 합기도의 기본 및 응용 동작을 측정하는 실기고사를 실시하고 학생선발을 했다.

상지대학에서는 합기도학 전공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재학 중 4단 이상의 단증과 5개 이상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고 전공 프로그램을 통해 이론과 실기를 체계적으로 습득해 국제 무도지도자로 성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졸업 후엔 해외 무도사범, 경호 또는 경찰 공무원, 도장 경영, 체육관련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 이는 실제적인 직업 교육이라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자칫하면 대학이 직업인 양성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선을 받을 수 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추진 중인 전통무예진흥법 시행이 미루어지고 있고, 대한민국 합기도는 대한체육회 정회원 종목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에 상지대에서 대한민국 합기도만을 커리큘럼으로 학과를 개설하는 것은 몇 년 후 위험한 상황을 불러올 수도 있지 않을까? 차라리 보다 국제적으로 저변이 넓고 활발한 활동을 하는 국제합기도연맹과 협력하는 것은 어떨까?

국제합기도연맹은 IOC 산하 AIMS(Alliance of Independent recognised Members of Sports, 독립종목연맹연합)와 SportsAccord의 정회원으로 SportAccord가 주최하고 IOC가 지원하는 월드컴뱃게임에 출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합기도학과가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국제합기도연맹과의 협력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취재를 위해 연락해 본 결과 상지대 합기도학과의 현황은 매우 열악했다. 전임 교수는커녕 초빙 교수 한 사람과 시간 강사만으로 강사진을 채웠고 전담 교직원 내지 조교 한 사람은 물론이고 전용 전화도 없어, 태권도 학과나 체육학부로 전화를 하면 태권도 학과 조교가 대신 전화 상담을 해주는 상황이었다. 몇 년 후는 물론이고 당장 내년에도 합기도학과가 계속 존속될지도 알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학문의 바탕으로 삼아 인간의 존엄을 찾고 당당한 인간상을 정립해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것이 상지대학 합기도학 전공의 설립 목표라고 한다. 결국 그 정신은 거짓이 없는 합기도 역사와 정통한 기술체계를 바탕으로 한 엘리트 육성의 요람이 만들어졌을 때에만 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합기도신문은 앞으로도 합기도와 관련이 있는 대학과 정부기관의 활동에 대해서 더욱 면밀하게 취재, 분석하여 합기도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 노력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