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박준서 이사의 수련여행기

#1. 이치카와시 문화센터 합기도 클래스 수련

수련여행 첫 번째 수련은 도쿄 인근 이치카와시에 있는 고토쿠(行德)지소(행정관청) 내에 있는 주민문화센터에 개설된 합기도 클럽에서 했습니다. 이곳은 합기회의 지부 중 하나인 정심회(正心會)의 나카지마 켄지로(中島健次郞) 7단 선생님께서 1주일에 한번씩 지도를 나오시는 클럽으로 제가 합기도가 노래하는 사람에게 좋다고 하여 저랑 같이 이탈리아 로마에서 학교를 다녔던 일본인 친구가 자신의 아들과 함께 등록하여 다니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그 친구를 만나 함께 클럽으로 향했습니다.

전문 도장이 아니어서 환복을 할 수 있는 시설은 없었지만 탕비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다다미가 깔린 방에 충격흡수 조각매트를 조립하는 것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전부 매트를 조립하고 나자 비닐장갑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일본은 아직도 코로나에 대한 조심성이 있어 이 클럽수련은 비닐장갑을 낀채로 진행되었습니다. 성인 9명, 초등학생 7명 정도가 수련에 함께 참여하였습니다. 시작은 몸풀기로 진행되었는데 제 일본인 친구 아들이 반장역할을 하여 번호를 선창을 하여 몸을 풀면 성인들이 번호를 이어 부르며 함께 몸을 풀었습니다.

이 날의 중점 기술은 손목뒤집기였습니다.

초등학생들이 많은 클래스여서 그랬는지 나카지마 선생님의 설명은 아이들에게 질문을 하시고 아이들이 답을 하면 맞다 틀리다를 알려주시고 정말 쉽게 하나하나 설명하시며 기술을 풀어주셨습니다. 손목뒤집기는 네 개의 발걸음(사바키)으로 이루어진다고 하시면서 수련시간을 관통하며 첫 번째 발걸음부터 네 번째 발걸음의 의미를 하나씩 공들여 설명하시며 각각의 발걸음의 의미를 정확히 몸에 베도록 수련을 진행하셨습니다.

첫 번째 발걸음에서는 상대방의 힘의 방향에서 벗어나고

첫 번째 발걸음에서는 상대방의 힘의 방향에서 벗어나고, 두 번째 발걸음에서는 상대방의 중심을 무너뜨리도록 하고, 세 번째 발걸음에서 상대방의 손목을 뒤집으며 마지막 네 번째 발걸음에선 우케가 나게의 정확히 중심에 위치하도록 하여 고착하지 않아도 우케를 제압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재미있었던 것은 매번 기술을 연습할 때에 우케와 나게를 계속해서 바꿔가며 수련하도록 하셨습니다. 아마도 다양한 사람들과 잡아보도록 하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이 많아서 수련의 분위기는 마치 가족 수련같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으나 무엇보다 그 작은 아이들이 수련시간 내내 절도와 진지함을 유지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물론 수련이 끝나자마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여느 아이들과 같이 천진난만하게 뛰어다니며 장난치는 모습을 보였지만 수련을 진행하는 중에는 어느 아이 하나 진중함을 잃지 않아 합기도를 대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2. 도쿄시 합기도 세계본부도장 수련

수련여행의 두 번째 수련은 전 세계 합기도인의 메카인 세계본부도장에서 했습니다. 월요일 오후 7시 수련이었는데 여태까지 신촌 본부도장만 가도 긴장해서 능력치가 팍팍 떨어지는 것을 느꼈던지라 좀 적응을 한 상태에서 수련을 해야겠다 싶어서 오후 6시에 도착했습니다. 1층에서 1일 수련을 원한다고 하자 데스크에서 유단자증을 달라고 하셨고 1일 수련비 2200엔을 지불한 뒤 3층에 있는 탈의실로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습니다. 3층에 위치한 남자 탈의실에는 저 말고도 일찍 도착하신 분들이 두세분 계셨습니다. 그 중에 70세 되셨다는 휴에키씨(초단)께서 정말 친절하게 말도 걸어주시고 저하고 수련 전까지 쭈욱 같이 계셔주시며 이것저것 물어봐 주시고 하여 긴장이 좀 풀린 채로 도장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앞 시간의 수련이 끝나고 약 30분 정도 시간이 있어서 계속해서 들어오는 수련생들을 보며 몸을 푸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바닥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렇게 수신해야만 한다!”

세계본부 도장의 바닥은 다다미 같은데 뭔가 훨씬 딱딱한 느낌이 들어서 전방수신을 중앙도장에서 하듯 하다가는 어깨가 남아나지 않겠다는 위기감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중앙도장장님께서 수신을 잘 하시는 것이 번뜩 이해가 됐습니다. “이 바닥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렇게 수신해야만 한다!”

휴에키씨께서 저랑 상대연습하는 방식으로 스트레칭도 도와주시고 하여 수련하는 동안 이 분과 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수련 시작하기 5분전에 저를 따라오라고 하시며 다른 분을 소개시켜 주셨습니다. 고바야시 켄이라는 분을 소개해주시며 그 분에게 저를 지도해주시길 부탁하셨습니다. 눈도 부리부리하고 몸도 다부진 것이 딱 봐도 뭔가 강해보이는 고바야시씨였습니다. 세계본부도장은 수련시간 동안 수련 상대를 바꾸지 않는 것이 룰이라고 들어서 다시 긴장감이 밀려왔습니다. 그래도 온 김에 제대로 수련하고 가자라는 각오를 다지고 수련에 임했습니다.

이 날의 수련은 요코타 요시아키(橫田愛明) 8단 선생님의 지도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날의 중점기술은 한손 양손잡기 대응이었습니다. 양손에 붙잡힌 한 손을 팔의 힘이 아닌 합기올리기, 즉 검을 베기 전 검을 드는 동작으로 올린 뒤 발걸음을 움직여 상대의 사각으로 들어가 처리하는 것을 도입부로 하여 호흡법, 호흡던지기, 입신던지기, 사방던지기, 2교 등의 기술들을 설명해주시며 수련을 이어 나갔습니다. 그 와중에 고바야시씨가 세 번이나 우케로 불려나가는 걸 보고 왜 휴에키씨께서 저에게 고바야시씨를 소개해 주셨는지 이해가 갔습니다. 강했습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배랑 허리가 비명을 질러댔습니다.

수련이 시작되고 45분 정도 지난 무렵 다리가 살짝 풀려서 휘청거리자 고바야시씨께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시며 잠시 쉬라고 해 주셔서 한 1분 정도 매트에서 물러나 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제서야 저에게 마스크 벗고 해도 되니 숨 돌리고 천천히 하라고 하셨습니다. 마치 중앙도장장님과 비슷한 강맹함이 느껴지는 분과 1시간을 풀로 꽉 채워서 수련을 하니 수련을 마칠 무렵엔 다리가 후들거리고 배랑 허리가 비명을 질러댔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후들거림과 비명을 뒤로 한 채 마지막까지 무사히 수련을 해냈습니다. 그래도 나름 한국에서 왔는데 완전히 퍼질 수는 없어서 마지막에는 정말 정신력으로 버틴 것 같습니다.

중앙도장장님께로부터 들은 도주님 수련시간 –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 과는 다르게 수련시간에 수련생들끼리 서로 이런저런 간단한 지시와 대화는 오고갔고 생각보다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수련이 진행되었습니다. 수련을 마치고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전 인원이 도장을 쓸고 닦으며 모든 과정이 끝났습니다.

도주님 수련시간은 참여해보지 못해 잘 모르겠지만, 일반 수련시간은 한국의 여느 도장과 많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계본부도장에서 수련하실 분들께서는 도주님 수련시간이 아니라면 너무 겁먹지 마시고 오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좀 다른 점이 있다면 전반적인 수련생들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고 평균이 확실히 높아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외국에서 온 수련생들도 눈에 많이 띄고요.

하카마를 정리하던 중에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오신 잔신Zanshin도장장 안드레아 레Andrea Re 6단 선생님과 도쿄 국제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그 도장장님의 아들 프란체스코 레Framcesco Re 3단을 만나서 서로 약간의 교류를 가졌습니다. 그러면서 전세계로 이어진 하나의 조직의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유튜브에서만 뵙던 요코타 선생님의 무위를 지근에서 느껴보니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앞으로 많은 분들이 세계본부도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3. 코다이라시 고바야시 도장 수련

수련여행의 마지막 수련은 윤대현 회장님의 선생님이신 고바야시 선생님께서 계시는 코다이라시에 위치한 고바야시 도장이었습니다. 마침 귀국하는 날 마지막 일정이어서 무거운 트렁크 두 개를 낑낑거리면서 전부 끌고 코다이라역에 내려서 1.8킬로미터를 걸어서 정말 합기도장이 나올 것 같지 않은 풍경에 슬며시 나타난 고바야시 도장에 마침내 도착했습니다. 아무 것도 알리지 않고 불쑥 온 김이라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있었는데 마침 도장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계시던 분께 말을 걸어 아침 수련에 함께 할 수 있는지를 여쭈었는데 한국에서 왔고 윤 선생님의 수련생이라고 하니 너무나도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수련시작 전에 현재 고바야시 도장의 대부분의 업무를 맡고 계시다는 카사하라 유지(笠原祐二) 5단 지도원께서 저를 데리고 고바야시 야스오(小林保雄) 8단 선생님께 인사를 시켜주셨습니다. 한국에서 온 윤 선생님 수련생이라고 하시니 정말 환히 웃으시며 잘 왔다고 맞아주셨습니다. 이윽고 수련이 시작되었고 오전 수련시간은 카사하라 지도원께서 수련을 진행하셨습니다. 고바야시 선생님께서는 수련시간 내내 수련에 참여하시진 않으셨지만 옆에서 도복을 입으신 채로 계속해서 몸을 움직이시며 지도원의 지도를 보시며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시며 흐뭇한 얼굴로 수련을 바라보셨습니다.

“기초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이 도장도 곧 승급심사가 있는지 승급심사표를 보며 유급자를 우케로 불러서 기술을 하나씩 진행하였습니다. 몸풀기를 마치고 입신, 전환, 회전의 보법을 포함해서 정면타, 횡면타, 찌르기, 그리고 일교운동 사방, 팔방을 연속해서 연습했습니다. 보통 기본기라고 생각해서 간과하기 쉬운데 이 부분을 모두가 늘 하던 것처럼 한다는 데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부분은 앞으로 초심자부를 진행하는데 반영할 예정입니다. “기초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흥미로웠던 것은 기술 하나를 모든 공격유형 – 맞서 한손, 엇서 한손, 한손 양손, 양손, 뒤양손, 뒤한손잡고 목조르기, 어깨잡기, 가슴잡기, 팔꿈치잡기 등 – 에 대응하는 것을 한번에 시키신 것이었습니다. 살짝 자유수련같은 느낌으로 잡기 이름을 불러주고 모든 유형을 멈춤없이 능숙하게 처리하는 선배들을 보고 스스로의 자세를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이 도장의 선배들은 뭔가 내공이 깊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수련이 한시간 즈음 지났을 무렵 갑자기 장술을 연습하는데 13의 장, 22의 장, 31의 장을 좌우반신으로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침 지난주에 좌우반신을 연습하여 준비가 조금은 되어있었으니 망정이지 국제망신을 당할 뻔한 순간이었습니다. 22의 장 우반신에서 동작 하나 헤맨 것 말고는 다행히 다 잘해내서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준비는 평소에!”

<小林道場>

그렇게 한시간이 좀 넘게 수련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수련을 마치고는 다같이 청소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자고 하셔서 기쁜 마음으로 다같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마치 멀리 떠나있던 가족 중 한 명이 돌아온 것처럼 따듯하게 맞아주시는 고바야시 도장의 회원분들게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국에 계신 회원 여러분들께서도 도쿄에 가시면 시간을 꼭 내셔서 코다이라에 있는 고바야시 도장에서도 수련을 해 보시는 걸 강권합니다. 합기도 안에서 한 가족이라는 느낌을 물씬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세 번의 수련을 마치고 종합적으로 느낀 점은 우선 무도를 대하는 자세가 대부분 상당히 진지하다는 것입니다. 기술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쏟으며 완성도를 높여가는 모습에서 일본 사람들 특유의 집요함같은 것이 느껴져서 이런 점은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선배들의 기술을 보면 정말 아름답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뭔가 끊어지고 억지스러우며 상대와의 조화를 이루기보다는 내가 기술을 거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있지는 않은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창시자께서 합기도를 고안하시며 꿈꾸셨던 조화로운 세상을 몸을 통해 표현하시는 많은 선배들을 보며 다시금 합기도 앞에서 겸손함을 찾게 되는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기회가 되시는대로 일본의 도장과 지속적으로 교류를 해나갔으면 하는 바램을 담으며 세 번에 걸친 수련여행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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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서
대한합기도회 이사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성악 전공
공연기획단 폰티펙스 대표
수액터스팜 보컬트레이너
Conservatorio di Musica Licinio Refice에서 Musica Da Camera 전공
Accademia internazionale musicale e linguistica di Roma에서 Canto 전공
합기도(Aikido) 사당중앙도장 지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