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7일 승급심사 – 예로 시작하여 예로 종료

도장을 찾는 누구나 가장 먼저 시각적으로 접하는 대상은 상단에 자리잡고 있는 ‘합기도’라는 세글자의 족자簇子일 것입니다. 붓이라는 필기구에 먹을 찍어 닥나무를 잘게 빻아 만든 파편을 물에 풀었다가 아교를 섞어 편편하게 펼친 종이에 문자를 적고 이를 감상하려는 목적으로 전시하는 예술형식의 하나인 족자가, 다도를 시행하는 다실이나 아트 갤러리가 아닌, 무도를 수련하는 계고의 장소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처음 도장을 접하는 이에게는 의아하게 느껴질 것 같기도 합니다.

도장의 문을 열고 발을 들이는 이는 시각적으로는 서도書道의 족자가 가장 먼저 인식되겠지만, 도장 문화에 익숙한 수련자들은 도장에 들어오고 나갈 때 예禮를 표합니다. 계고의 공간에 선배나 후배를 비롯한 수련자가 이미 계시는 경우에는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목소리를 높여 자신이 도장 공간에 진입하고 있음을 고합니다. 모든 계고는 예로 시작하여 예로 종료되는 셈입니다.

2022년 8월 27일 토요일에 실시된 승급심사에 앞서 응시하신 많은 도우들이 도장에 예를 표하는 태도와 방식에 대해 회장님께서는 짧은 훈화訓話를 통해 ‘예’를 표하는 목적과 대상을 설명하셨습니다.
후한의 경학자 허신의 자전字典인 ‘설문해자說文解字’에 나타난 예의 어원적 의미는 신示에게 콩豆을 바치며 풍년豊을 기원하는 제사의식에서 기인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예의 개념적 유래는 중국 한漢의 ‘엎드려 절’하는 행위의 지칭에서 왔습니다만, 당唐의 예는 ‘규율에 따르는 예식’을 의미하여 시대에 따라 약간 다른 의미로 발전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의 예는 일방적 복종과 상하 관계의 규율이었다면 이 개념이 시간이 흘러 유학자들의 체계화와 철학적 고찰을 통해 상대에 대한 존중, 그리고 이를 넘어선 ‘자신을 향한 존중’으로 형이상학적 진화를 이루었습니다. 예는 대립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일방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윤리관으로 시작하여, 형태상으로는 엎드려 절하는 표현을 통해 복종을 인정하여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졌었습니다.

합리적인 협의가 아닌 위계 질서의 강요가 우선하는 봉건적인 안정을 추구한 것이었죠. 하지만 누구나 아시듯 위계질서의 강요를 통한 안정은 필연적으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를 인식한 공자는 전근대적인 예의 의미에 이를 보완하는 악樂의 원리를 추가하여 예악禮樂이라는 유학의 근본을 완성하였습니다. 예로 경직된 공동체를 악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화해하며 배려하는 조화를 통해 공자의 핵심사상인 인仁이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개념 발전 과정을 통해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통합적 교학원리가 동양사상의 주류가 되었으며, 우리가 날마다 정성誠을 다해 임하는 아이키도의 계고의 기본정신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인의예지신과 성은 하카마의 앞섶의 다섯 주름, 그리고 뒷섶의 주름 하나로 상징되어 있으니, 아이키도의 수련인은 예로 형식화되는 인의예지신성을 도복 그 자체로 표현하고 있기도 하군요.

이수중앙도장 회원들

신촌도장, 이수도장, 응암클럽, 수서클럽 4곳에서 응시한 30명이 약 3시간에 걸친 승급심사는 각 수련인의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예로 대표되는 상대와 자신을 향한, 그리고 계고의 공간을 향한 존경의 예식이기도 하였습니다. 각고의 수련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도우들과 심사에 수고하신 선생님의 노고에 찬사를 보냅니다. 3개월 뒤에 예정된 정기승급심사에서도 수련인들의 건투를 빕니다.

기사 글: 조현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