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으로 – 7월23일 본부강습회 후기 –

몇 년 만일까.

코로나가 시작되고 처음이니 아마도 2년 반 정도는 되었겠지.

정말 오랜만에 아이키도 훈련일지와 책을 읽다 만난 좋은 글귀들을 따로 정리해 둔 수첩을 펼쳐 들었다.

기술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삶이 지치고 힘들 때면 이 글들을 읽으며 다시 일어설 힘을 얻곤했는데 삶에서도, 운동에서도, 뭔가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지난 2년 반 동안은 이것들을 펼쳐 볼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코로나로 인해 일상이 변하고, 마음 먹은 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알게 모르게 나에게도 무력감이 찾아왔었나 보다.

이전의 나는 아이키도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었나.

이전의 나는 어떤 문구에 감명을 받았나.

한 장 한 장 넘겨보다 보니 얼굴에 슬그머니 미소가 떠오르고 다시금 가슴 한 켠에 몽글몽글 설렘이 피어 올랐다.

그동안 멈춰있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울 힘.

이번 윤대현 선생님 강습회에 참여하며 얻은 가장 큰 수확 중 하나이다.

제주도에 살다보니 위치상 타지역 회원들과 교류 기회가 많지 않고, 매번 같은 상대와 운동을 하다 보니 이를 스스로 의식하고 경계하지 않으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지금까지(코로나 이전까지) 국제강습회(년4회), 해외 행사(년1회)에 빠지지 않고 참여하려고 노력했고 대부분 잘 지켜왔다. ‘세계는 넓고 고수는 많다’를 실감하면서..

그러다 문득 든 생각.

‘내가 과연 윤대현 선생님의 강습회는 몇 번이나 참석했을까.’

매년 제주에서 개최되던 강습회를 제외하니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다.

‘나의 선생님은 윤대현 선생님인데, 정작 나는, 나의 선생님의 기술을 배우려 노력하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에 죄송한 마음을 안고 지난 7월 23일 서울행 비행기에 올랐다.

신촌본부도장.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도복을 갈아입고 나오니 하나 둘 반가운 얼굴들이 눈에 띈다.

오랜만에 만나 안부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강습회가 시작되었다.

이번 강습회에서는 검술이 어떻게 체술로 표현되는가를 중심 내용으로

  1. 검과 검이 만났을 때 생기는, 서로 팽팽히 대치하고 있는 그 힘을 기술이 끝날 때까지 일정하게 유지할 것(기술을 펼치는 과정에서 그 힘이 사라지지 않도록)
  2. 나의 중심에서 기술을 펼칠 것
  3. 일중신(반신) 자세 및 허리 사용

을 강조하며 중단세에서 상단세를 취했다가 상대를 내려베는 자세, 검집에서 검을 뽑아드는 자세, 상대의 검이 나를 베어 들어올 때 요코멘우케로 막는 자세로 풀어낸 일교, 사방던지기, 2인 처리, 검의 리 등 다양한 기술이 다뤄졌다.

아이키도는 검을 몸으로 표현하는 운동이라고 한다.

그런데 막상 누군가가 나에게 검을 쥐어 주며 아이키도 기술을 풀어보라고 했을 때, 지금의 나는 몇 가지나 풀어낼 수 있을까?

몇 년 전.

카토리신토류 스승이신 스가와라 선생께서 해외에서 아이키도 강습회를 하시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분명 아이키도를 하고 계신 데 검술 하시는 모습이 겹쳐 보여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아이키도 기술을 유형의 검으로 설명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무형의 검술로 표현하는 것을 느낀 건 처음이라 벌어진 입을 며칠간 다물지 못했던(=그만큼 인상이 깊었다) 기억이 난다.

윤대현 선생님의 기술을 보고 있노라니 마치 그 현장이 내 앞에서 재현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떤 사람이 검을 제일 잘합니까?

많이 연습한 사람이 잘합니다.

검을 부드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검을 부드럽게 내 몸의 일부처럼 사용할 수 있어야 비로소 체화할 수 있다는 의미이리라.

그 연습법의 하나로 사방베기를 (어떻게 연습해야하는 지) 알려주시면서 어깨와 손목에 힘을 빼고 여러 방향으로 (아래까지 스윽-) 검을 내려 베는 동작. 그 동작 동작들이 부드럽게 이어질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하셨다.

 

강습회 내내 선생님의 기술을 상당 부분 받은 송경창 지도원은

한없이 부드러운 기술, 선생님만의 색이 묻어나는 기술체계에 감동을 받았노라 내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직도…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나 내뿜는 긍정의 에너지.

이번 강습회는

갇혀있던 나의 몸과 마음을 환기시키고,

마냥 아이키도가 좋아서, 마냥 검술이 좋아서 미칠 것 같던

예전의 순수한 마음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다.

코로나로 인해 회원수가 급격히 줄면서 전국의 아이키도 도장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이전의 활기찬 도장을 만들려면 과연 우리는 뭘 해야 할까.

그 해답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소문이 퍼져)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오게 된다.”

근자열원자래(近者說遠者來)

중국 춘추시대 초나라 섭현의 현령이었던 섭공이 정치에 관해 묻자 공자가 한 말이다.

바로 가까이 있는 사람과의 “관계”가 핵심이라고 말하고 있다.

‘밖’이 아닌 ‘안’에서부터 해결책을 모색해야한다 말하고 있다.

 

비록 많지 않은 수일지언정 지금 도장에 나오고 있는 회원들을 기쁘게 할 수 있다면, 그래서 그들이 즐겁다면, 그 긍정의 에너지가 분명 사람들을 끌어모아 예전의 활기찼던 도장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최근 2~3년은 코로나로 인해 회원들이 함께 만나 땀 흘려 운동하고 서로 이야기하며 공감하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더이상 코로나 탓을 하며 움츠려 있을 수만은 없다.

느슨해진 관계의 끈을 다시금 동여매고 다시 힘차게 달릴 준비가 필요하다.

 

※ 이글은 송경창지도원과 이번 강습회 참가를 통해 느낀점, 평소 아이키도 수련을 하며 나누었던 이야기를 포함하여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