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전혀 다른 두개의 합기도(合氣道)가 있다.

<상기 영상은 제2회 월드컴뱃게임즈 오픈닝에 소개되고 있는 태권도 종목 시범모습>

“합기도는 합기를 하기 위한 길(道)이다!” 라고 설명해도 ‘합기’가 뭔지 모르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어려운게 사실이다. 태권도 관장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나는 어렸을 때부터 태권도와 합기도를 배우고 가르쳐왔다. 군대에서는 태권도를 가르치다 전역했고 제대하고 나서도 사범 생활이 이어졌다. 그 당시 내가 알고 있던 합기도는 태권도와 이름만 다를 뿐 호신술을 섞은 것 외에는 다를 게 없었다.

무술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는 ‘제2회 월드컴뱃게임즈’에서 태권도 시범을 보았는데 이전에 내가 알고 있던 합기도와 다를게 없었다. 무술의 종류는 크게 나누면 시합을 하는 투기종목과 연무를 위주로 하는 그 외 종목으로 구분된다. 나는 시합을 하는 합기도를 해왔기 때문에 시합이 없는 합기도를 처음 만났을 때 몹시 혼란스러움을 겪었다. 발길질을 하지 않는 기술적인 무지함과 명칭에 대한 진실 때문이었다.

 

발차기하는 합기도를 시범 중인 필자

IOC산하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에 회원조직인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에서는 시합이 없는 ‘합기도’와 태권도처럼 시합을 하는 ‘한국합기도’를 별도의 종목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GAISF에는 시합이 없는 합기도가 정식종목으로 가입되어 있다. 지금도 많은 합기도 지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합기도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비롯된다.

합기도는 발차기를 하지 않는 유술로 시작된 운동이다. 시종일관 합기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 타 유술과 구별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합기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유행에 따라 여러무술을 섞어버리게 되면서 결국 이름만 똑같은 짬뽕무술이 탄생되고 말았다. 그래서 한국에는 전혀 다른 두개의 합기도가 존재하고 있다.

하나는 1940년대 일본에서 처음 시작되었던 오리지날 합기도로 검술과 유술이 수련의 중심이 되어 합기를 연무로 표현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태권도처럼 발차기를 위주로 하는 시합을 하는 이름이 똑같은 합기도이다. 명칭 사용에 대한 문제는 2019년에 법원의 판결에 따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이므로 다른 사용자에게 합기도 명칭을 사용하지 말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무예마스터십 종목으로 소개하고 있는 합기도와 한국합기도

다만 국제스포츠 조직에서 인정하는 합기도는 수련하는 운동 내용과 명칭이 일치되어 명실상부한 정통 합기도이며 또 다른 합기도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그 기술적 출처가 불분명한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다. 전세계에는 수많은 합기도 단체가 존재하지만 위와 같이 크게 두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시합을 하지 않는 유술로서의 합기도이고 다른 하나는 태권도와 유사한 시합을 하는 합기도라 할 수 있다.

2000년도 이후 오리지날 합기도가 적극적으로 소개되고 있어서 이제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 많아졌지만 이전까지는 올바른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합기도를 하면서도 합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지도자들과 발차기가 일상화 되어 있는 지도자들에게 유술로만 가르쳐야 한다는 것은 마치 유도를 연상시킬 만큼 정보가 부족했던게 사실이다.

또한 제대로 된 검술을 배운 지도자가 없고, 검술을 유술로 표현한다는 말 자체를 이해하지도 못하는 지도자들이 많다. 검술은 그 위험성 때문에 근 천년의 역사를 가진 일본에서 선생들이 아무에게나 돈을 받고 함부로 가르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있어 현재에 와서도 아무나 제자로 받지 않고 있다. 그런 환경으로 인해 대중화된 스포츠검도와 달리 깊이 있게 제대로 배운 검술지도자를 찾기가 어렵다.

 

합기도 창시자 우에시바 모리헤이 선생의 검술

다케다 소가쿠는 검술의 달인이었고 제자인 합기도 창시자 우에시바 모리헤이는 검(劍)의 원리를 체술로 표현함으로서 기술적인 완성도를 높여 놓았다. 이 두사람의 기술적 영향력은 합기도 탄생에 있어서 절대적인 인물이다. 합기도는 검술과 유술이 일체화 되어 있는 운동이다. 일관되게 합기를 표현하고 있는데 그것은 완력을 쓰지 않는 것이다.

국제합기도연맹에서 승인하고 있는 한국대표 조직인 ‘대한합기도회’ 소속도장에는 한국형합기도 지도자들 외에도 검도 지도자들과 그 외 다향한 무술지도자들이 찾아와서 수련에 매진하고 있어 미래에는 더 많은 소속 지부도장이 전국적으로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