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다시 써내려가야할 때

“혹시 무슨 운동하는 거 있으세요?”

“……네? 합기도(aikido) 합니다.”

 

최근 등 통증으로 일상생활에도 조금씩 무리가 오기 시작하면서 물리치료나 받아 볼까 싶어 찾게 된 통증의학과에서 엑스레이 촬영 후 진료실로 들어서는 나에게 의사가 건넨 첫 마디이다.

승단심사다 대회준비다 운동을 조금 무리하게 할 때면 물리치료를 받곤 했는데, 그때마다 항상 “당분간 운동하지 말아라.”라는 의사의 권고를 들어왔던 터라 또 그러려나 싶어 의사에 질문에 나도 모르게 대답을 망설였던 것이다.

하지만 뜻밖에도

“상당히 좋은 운동인 것 같네요.” 라는 의사의 답변.

 

으음…?!

 

중력의 저항을 덜 받기 위해선 (옆에서 봤을 때) 척추가 S자 모양으로 휘어야 하는데 나는 일자라고 했다. 일자등인 사람은 자연스레 (뒤에서 봤을 때) 척추가 휘게 되는데 나는 이 또한 일자란다. ‘척추를 잡아주는 근육이 상당히 좋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혹시 꾸준히 하는 운동이 있나 물어봤던 거라고.

 

‘코로나로 인해 도장에 나가는 횟수가 이전만 못 했는데 등이 아픈 게 이 영향일 수도 있느냐’ 라고 물어보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단다. 스트레스 받은 근육을 풀어주고, 또 아프지 않게 꾸준히 운동을 하여 근육을 단련시키는 수 밖에 없다고.

다른 의사들은 또 다르게 진단할 수도 있겠지만, 난 이 의사가 썩 마음에 들었다.

 

‘(수많은 아이키도의 장점을 제쳐두고라도) 나는 이제 등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아이키도를 해야하는 운명이구나. 코로나 핑계는 이제 접어두고 이전처럼 다시 도장을 열심히 나가야겠구나.’ 라며 새로운 다짐을 하던 그 무렵.

 

본부도장 박소희 3단이 우리 도장을 방문한다는 즐거운 소식이 들렸다.

 

코로나로 인해 아이키도 관련 국내외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제주에 출장(혹은 여행) 차 왔다가 수련하러 들리던 도우들의 방문 또한 뜸해지고,

같은 도장의 도우들조차도 같이 운동하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도장 분위기가 많이 침체된 상태였다.

 

박소희 3단의 방문은 도장에 새로운 활력을 주기에 충분했다.

 

개인적으로 박소희 3단과 같이 운동을 해온 지 올해로 12년이 되었고

나보다 더 오래 알아 온 선배들도 이날만큼은 모든 일을 제쳐두고 도장에 나왔다.

 

같이 땀 흘려 운동을 하고

운동 후에는 시원한 맥주 한 잔.

 

그 간의 안부를 묻고

다른 도우들의 근황을 듣고

옛 이야기를 하면서

크게 활짝 웃는 모습들.

코로나 이전, 즐거웠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너와 나를 잇는 운동, 관계의 무도 아이키도.

때론 그 관계로 힘이 들 때도 있지만

그래, 다시 또 그 관계로 치유를 받고 힘을 얻곤 했지.

새삼 그 ‘관계’가 아이키도 수련에 큰 비중을 차지해왔다는 것이 느껴졌다.

 

최근까지도 SNS에는 옛 추억을 공유하는 게시물들이 많이 올라온다.

 

추억만 되새기며 살 것인가.

그 추억을 다시 만들어 갈 것인가.

 

코로나 거리두기도 해제된 지금,

새로운 추억을 다시 써 내려가야 할 때가 아닐까.

나부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