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8일 대한합기도회 정기 승급 심사

국내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처음으로 발생한 시점은 2020년 1월 20일로서,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들어온 중국인 여성이 발병한 이후 한달간 약 30여 명에 불과했지만, 2020년 2월 18일 대구 신천지교회신도인 31번째 환자가 증상을 보인 이후 바이러스는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어 한달여 만에 대구, 경북의 누적확진자 8천 명을 기록하면서 1차 대유행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사스와 메르스의 확산을 성공적으로 저지한 우리나라의 방역당국으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빠른 확산에 당황한 태도를 금치 못하였고, 당시의 확산속도로만 본다면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위험국으로 분류될 정도였습니다.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여러 선진국에서도 치료제와 백신의 부재로 완전히 새로운 감염병의 확산 저지는 불가능했습니다.

급기야 2020년 3월 12일 세계보건기구 WHO는 이 새로운 감염병에 ‘코로나19’라는 불길한 명명을 하며 역사상 유래없는 대규모의 팬데믹pandemic을 공식선언하였습니다. 이미 110개국에서 12만 명 이상의 확진이 보고된 시점이었습니다. SF에나 간간히 등장하던 글로벌 팬데믹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정부는 이동제한과 지역봉쇄 등의 기본권 침해는 피하면서도 바이러스 확산을 막으려는 대응의 일환으로 전국민 마스크 착용을 행정적으로 권장하게 되었습니다.

행정당국이 일정 인원 이상의 집합을 금지하고 실내 활동의 자제를 권유하여 급기야 마스크 착용없이는 도장에서의 계고(훈련)도 불가능하게 되었음은 모든 도우님들이 몸소 체험하시며 주지하는 바입니다. 개개인의 신체적 기량을 최고로 끌어올려 발휘하려는 무도의 특성상 호흡을 통해 에너지를 대사하여야 하는 심폐활동을 근원적으로 방해하는 마스크 착용을 강요하는 행정명령에 우리 도우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을 탁탁 막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계고에 임하는, 절차탁마의 강한 의지와 어떠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신념의 현행을 실현하였습니다.

그러나 매 3개월마다 치루어지던 본부도장과 중앙도장, 그리고 춘천지부와 여타 지역 승급심사 지원자의 합동심사는 집합인원 초과의 문제로 무기한 연기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곱씹을 수 밖에 없었죠. 지난 3개월간의 계고와 개인적인 연습을 통해 갈고닦은 기량을 승급심사관과 많은 도우들 앞에서 자신있건 부끄럽건 상관없이 선보이고 평가받고 반성하고 피드백을 공유하는 소중한 기회를 빼앗긴 상실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박탈감이었습니다.

코로나19 창궐 초기 당시 2급을 거쳐 1급 승급을 목표하던 저를 비롯한 동급도우들도 승단에 대한 불안감에 더해 자괴에 빠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도 영상심사의 형식으로 승급심사가 진행되기는 했지만, 언제나 이전처럼 합동심사가 가능하게 될 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죠. 코로나19 창궐 이후에 입회한 초심자들께서는 ‘합동심사’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할 정도였습니다.

2022년 5월 28일 오후 4시 30분에 이루어진 합동 승급심사는 오랜 기간 칠흑같은 어두운 갱도를 드디어 빠져나가는 의미깊은 자리였다고 생각됩니다.
사회적거리두기 완화조치로 완전한 조건은 아니라 하더라도 오랜 기간 도우들께서 숙원해 오던 합동심사가 이루어지게 된 기쁜 행사였습니다.

날은 맑으나 기온이 높은 완연한 초여름의 토요일에 본부도장에 모인 49명의 승급심사지원자들의 긴장된 떨림을 진정시키고자 대한합기도회 윤대현 회장님의 기조연설로 심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합동승급심사에는 신촌 본부 도장, 사당 중앙 도장, 가양 클럽이 모여 진행되었으며, 총 49명이 승급을 허락받았습니다.

중앙도장의 2급 이상의 도우라 하더라도 2년 동안 실시되지 못했던 합동 승급심사를 통해 승급을 윤허받은 도우는 그리 많지 않았으니 감회가 새로웠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약 2시간에 걸친 승급심사가 종료되고 심사관의 지적과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회장님께서는 먼저 열심히 계고를 통해 연마한 승급심사지원자들의 노고를 치하하시고, 나게와 우케의 조화에 대해 지적하셨습니다.

기술을 거는 이의 속도와 힘에 적절히 반응해야 할 우케가 과장된 몸짓으로 수신을 하거나 동작을 예측하는 태도가 기술 전체의 조화로운 느낌을 반감시킬 수 있다고 말씀하시며, ‘조화’야 말로 합기도의 가장 아름다운 성취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셨습니다.
1급 심사에 응시한 도우의 우케를 맡아 다소 필요 이상의 반응으로 수신한 저로서는 반성의 울림이 컸습니다. 또한 정성어린 잔심의 표현과 군더더기 없이 기술을 행하는 나게의 태도에 대한 지적도 있었습니다.

평소의 계고를 통해 확실하고 명확한 보법의 습득을 통해 깔끔한 기술을 시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질책이었습니다. 이에 더해 올바른 방식으로 도복을 착용함으로써 심사에 임하는 응시자 다운 태도를 보여주며,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태도로 예를 표현하라는 요청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무엇보다도 2급과 1급의 응시자에게서는 승단을 앞두고 있는 ‘준비된 무위’를 보여야 할 것이라는 지적에 마음속으로 움찔한 도우들도 많이 계셨을 것입니다.

오랜동안 성심성의를 다해 승급을 준비하신 여러 도우들께서는 이번 통합 승급심사를 거치며 자신의 노력에 대한 보상과 실수에 대한 반성, 그리고 대한합기도회의 여러 선배님들과 후배님들을 모두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드디어 주어졌다는 점에서 저와 마찬가지로 감개무량하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본 전통 예술인 ‘능能’의 지도자이던 아미제가 쓴 ‘화경’에는 삶의 무상함과 운명의 애상에 대한 시가 한 수 실려 있습니다. 生死去來, 棚頭傀儡, 一線斷時, 落落磊磊. 삶과 죽음이 마치 무대 위의 꼭두각시와 같은데, 팔과 다리를 지탱하는 줄이 하나만 끊어지면 모든 것이 우르르 무너지리니…

승급은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는 자리라기보다는 자신의 부족한 점을 심사관으로부터 지적받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선이 끊어지면 다시 이으면 될 것이지만, 끈이 느슨한데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면 누군가 팽팽하게 당겨주는 도움이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삼개월 후 다시금 팽팽해진 끈을 당겨 맨 도우들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기사작성: 조현일

윤준환 편집장
대한합기도회 사무국장 및 대한합기도회 중앙도장 도장장 2013년 러시아 월드컴벳게임즈 한국대표로 참가 세계본부도장에서 내제자 생활을 했음 ※ 중앙도장 위치 ※ - 서울시 동작구 사당로 28길 6 (3층) - 4.7호선 총신대입구(이수)역 9번출구 도보 3분거리 - 수련문의 : 02 - 3444 - 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