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단 승단을 축하하면서

도주의 승단 수여식 모습(2021년1월)

‘합기도 세계본부 신년행사’에서 윤준환과 문영찬 두 지도원이 5단 승단을 허락받은 것을 축하합니다. 사실 이번 승단 추천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승단 추천에는 자신을 지도 해주는 추천인의 도장에서 수련한 횟수를 기록하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문영찬 지도원은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강습회와 연무행사에 적극적으로 참가하였던 것이 수련 경력으로 인정되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됩니다. 윤준환 지도원은 신촌 본부도장의 오전 수련에 빠지지 않고 참여하여 수련 횟수가 충분하였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기 직전인 2019년에는 규모가 큰 행사가 많았습니다. (‘해외 선생 초청강습회’, ‘전국 연무대회’, 크리스챤 티시에 선생이 참여한 ‘충주 무예마스터쉽’ 등) 큰 행사가 너무 많아서, 마지막까지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지도원들이 속출했습니다. 문영찬 지도원은 코로나 사태를 예상이라도 한 듯 2019년까지 열린 행사에 빠지지 않고 모두 참석하는 열의를 보였습니다.

다시 한번 두 사람의 승단을 축하합니다. 연회장을 빌려서 축하 파티를 열고 싶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모일 수 없어 아쉽습니다.

대구강습회에서 선생의 기술을 받고 있는 문영찬 지도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월드컴뱃게임즈 한국대표로 2인상대 연무를 보이는 윤준환 지도원

4단까지는 승단 실기심사를 실시하며, 5단부터는 스승이 보낸 추천서를 보고 ‘합기도 세계본부’가 승단 여부를 결정합니다. 4단 심사에서는 죽기 살기로 기술을 습득해서 완숙한 실력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5단부터는 정해진 날에 실시하는 실기심사는 없지만, 대신 평상시 일상의 수련에서 혹은 연무회 등에서 보이는 모든 동작이 스승에게는 점검의 대상이 됩니다. 즉, 항상 심사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스승이 직접 지도하는 수련 시간에 가급적 꾸준히 참석하여 실력을 점검받아야 하며, 전국 연무대회에서는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어야 합니다.
5단부터는 실력보다 인품과 인간관계가 더 중요합니다. 인품 중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성실(誠實)’입니다. 유단자가 되면 입는 하카마의 앞에는 5개의 줄이 있습니다. 이는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을 표현합니다. 하카마의 뒤에는 한 개의 줄이 있으며, 이는 성실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사서삼경 중 하나인 ‘중용(中庸)’에는 다음과 같이 ‘성실(誠實)’과 ‘도(道)’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간을 제외한 천지자연은 성실하다. 해와 달은 매일 떠오르며, 강물은 쉬지 않고 바다로 흘러간다. 스스로 독신으로 살려는 동물은 없으며, 자연상태에서 살찌는 동물은 없다. 오직 인간만이 자신의 의지로 성실이라는 자연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성실이라는 자연법칙에서 벗어나 문명(明)을 발전시키는 것이 인간이 하늘(天)로부터 받은 ‘본성(性)’이며, 이로 인해 성실하지 못한 인간을 다시 성실하게 만드는 것이 교육(敎)이다. 자연에서 벗어나 문명을 만드는 것과 다시 자연의 성실함으로 돌아가는 것을 꾸준히 하는 것을 ‘도(道)’라 한다.’

‘합기도(合氣道)’에 ‘도(道)’가 들어가 있는 이유는, 도장의 수련을 통하여 발전하려는 본성을 만족시키며, 힘든 수련에 꾸준히 참여하는 과정에서 성실해지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이 지극히 성실해지면, 먼저 그 부모형제가 감동하고, 친구가 감동하며, 그 성실함이 주위에 알려지며, 이어서 온 세상 사람들과 하늘을 감동시키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성이면 감천이다’라는 말입니다. 합기도를 수련해서 지극히 성실해져서, 도장 선후배를 감동시키고, 나아가 스승인 사범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야만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지도자의 자격을 갖춤에 있어 가장 어려운 것이 ‘후배를 감동시키는 것’입니다. 200년 전에 북진일도류를 창시한 치바슈사쿠는 교검지애(交劍之愛)를 가르쳤는데, 이는 선배와 후배가 함께 성장하는 조화로움을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후배를 이겨서 자신의 실력을 뽐내는 선배가 되지 말고, 후배가 멋지게 이기게 해줌으로써 후배의 실력을 키워주는 선배가 되어야 합니다.

가끔 검술 훈련에서 자기 실력을 뽐내며 후배를 위협하는 선배를 봅니다. 그렇게 해서 실력을 인정받을지는 모르지만, 성실함에 대한 평가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주위로부터 ‘왜 지도자가 되려고 합니까’라는 질문을 받는 사람은 이미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합기도를 수련하면서 스스로의 성실함으로 주위를 감동시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합기도 수련으로 지극히 성실해져서 자연의 성실함을 이해하는 경지에 이른 사람은 분란을 일으키거나 이혼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연의 성실함은 봄여름 가을겨울이 반드시 반복되는 것입니다.
사람이 만나면 처음에는 봄처럼 설레며, 여름처럼 뜨겁게 사랑하고, 가을처럼 결실을 맺어 자녀을 갖게 되며, 이후 겨울처럼 두 사람의 관계가 차가워지게 됩니다. 자연의 성실함에 이른 사람은 이 이치를 깨닫게 되어, 다시 봄이 올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성실함으로 감동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따라서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본(本) 즉, 모범이 되는 것입니다. 합기도는 6단부터 사범(師範)이라는 스승의 호칭을 사용합니다. 5단이 되었다는 것은 그 초입에 서있다는 것으로서 앞으로 실력과 인격에 부족함이 없도록 더욱 노력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승단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