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토리신토류’ 문호를 확대하면서

 

가토리신토류 나기나타

역사학자 카(E. H. Carr)는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들의 지속적 상호작용의 과정이자,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하였다. 평생무도의 길을 걷고자 하는 나에게 가볍게 흘려 넘길 수 없는 사료가 있어서 인용해 본다.

“우리 나라 습속은 남의 나라의 기예를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고 더러는 도리어 비굴하게 여긴다. 왜인의 검술은 대적할 자가 없다. 전일 항왜(降倭) 다수가 나왔을 때 그 중에 검술이 극히 묘한 자가 많이 있었으므로 적합한 자를 뽑아 장수로 정하여 교습시키도록 별도로 한 대열을 만들라고 전교를 하기도 하고 친교를 하기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끝내 실시하지 않고 그 항왜들을 모두 흩어 보냈다. 원수의 왜적이 아직 물러가지 않고 있는데 시속의 습관이 이와 같으니 가탄할 일이다. 지금 이판(吏判) 이덕형(李德馨)이 도감에 있으니 족히 그 일을 할 만하다. 별도로 한 장수를 뽑고 아이들 약간 명을 선택하여 한 대열을 만들어서 왜인의 검술을 익히되 주야로 권장하여 그 묘법을 완전히 터득한다면, 이는 적국의 기예가 바로 우리의 것이 되는 것인데, 어찌 유익하지 않겠는가? 훈련 도감에 이르라.”(『선조실록』「58권」, 선조 27년 12월 27일)

단편적이나마 전란을 통해 일본에 대한 감정이 극도로 악화된 사회 분위기가 왜군의 검술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을 이해할만 하다. 역사에서 가정은 없다지만, 선조의 생각대로 우수한 검술을 전술 향상을 위해 제대로 받아들였다면 이후 전쟁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한편 평생 무도인으로 살아온 나에게 위의 상황을 대입해 보았을 때, 그 갈증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나름 타격기에서 정점을 찍어보았지만 무기를 들고 있는 상대를 어떻게 대응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을 늘 안고 살 수 밖에 없었다. 잠시 국내 자생 검술 단체와 교류를 하면서 검을 잡았지만, 이른바 헐리우드 액션일뿐 이론과 실제를 연결시켜 줄만한 고리가 전혀 없었다.

이후 정통 합기도를 접하면서 무기술을 익히게 되었고, 그전까지 의미없이 휘둘렀던 쌍절곤과 검을 잡은 손이 부끄러웠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합기도를 수련하면 할 수록 다시 검술에 대한 눈높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런 갈망이 결실을 거두어, 스승이자 대사형이신 이가라시 선생의 소개로 “가토리신토류(天眞正傳香取神道流)”의 스가와라 테츠타카(管原鐵孝) 선생의 문하에 들어갈 수 있었다.

가토리신토류는 병법3대원류(兵法三大源流) 가운데 하나이고, 치바현(千葉縣) 무형문화재로 선정될 만큼 그 가치를 높이 인정받는 검술이다. 단순하게 싸움의 도구로써 역할을 하던 검술에, 교학체계를 만들고 사승의 관계를 확실히 남겨두기 시작한 최초의 유파로 꼽힌다. 평생 무도를 업으로 살아온 내게도 마찬가지였다. 스승과 사형에게 목검으로 찔리고 손목을 얻어맞을 때 마다 30년 이상 품었던 화두(話頭)가 하나 하나씩 풀려가는 느낌이었다.

현대는 더 이상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시대가 아니다. 그러기에 검술을 싸움 기술의 하나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육체적 · 정신적 및 사회적으로 완전한 인간의 완성을 지향하는 방편으로 삼아야한다. 불시에 닥쳐오는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호신의 수단으로써, 목록과 면허라는 단계적 성장을 통한 창의성의 개발, 그리고 교검지애(交劍知愛)를 통한 사제간, 도반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기쁨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해야한다.

일본에서 장남과 함께 가토리신토류 연무시범 중인 필자

건강이란 단순히 질병이 없고 허약하지 않은 상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육체적 · 정신적 및 사회적으로 완전한 상태를 말한다. 세계보건기구(Health is a complete state of physical, mental and social wellbeing and not merely the absence of disease or infirmity. World Health Organization)

가토리신토류 검술을 대한합기도회 지정 검술로 도입한지 15년 만에, 합기도회원에게 한정하였던 문호를 더 넓히기로 결정하였다. 가토리신토류에 입문을 희망하는 사람은 11월부터 면허를 갖춘 대한합기도회 본부도장(신촌), 중앙도장(사당), 제주도장을 통해 첫발을 내디딜 것을 권한다. 부단히 노력하고 즐기는 가운데서 더 큰 깨달음을 얻기를 바란다.

대한합기도회장
(財) 합기회 6단
가토리신토류 교수면허

윤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