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합기도와 수부리(素振り)
– 이치에 맞는 훈련법의 노력 –
세이노 유우조우(清野裕三, 1926 ~ 2014)
– 치바현 합기도연맹(千葉県合気道連盟) 초대 회장
– 합기도 8단, 검도 4단(2008년 시점)
합기도(Aikido) 도장이라고 하면 어디를 가나 반드시 도장 구석에 목도(木刀, 목검이라고도 불림) 와 장(杖)이 놓여 있다.
그리고 쉬는 시간 등을 이용하여 목도를 가지고 연습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꽤 오래전 일이지만, 도장에서 목도로 연습하고 있는 것을 창시자가 보시고서, “이치에 맞지 않는 연습을 하는 것보다, 안 하는 것이 좋다.” 라고 하셨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목도를 아무 생각 없이 휘두르다 보면 아류(我流)가 되고, 나쁜 버릇이 생겨, 오히려 해가 된다는 말씀이셨던 것 같다.
목도의 기본동작이라고 하면, 그저 단순한 동작의 반복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이것이 어째서 모든 것의 기본이 되며, 올바른 가르침을 받고서 10년 동안 연습하지 않으면 자기 자신의 것이 되지 않는 것일까?
목도와 몸과 마음이 하나로 되는 것이, 심(心), 기(技), 체(体)의 일치가 표현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10년을 흔들어도 여전히 어렵다고 여겨진다.
나는 합기도를 하기 전에, 오랫동안 검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합기도에 입문하고서, 합기도와 검도의 검의 취급 방법이 실제로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어, 본부 도장장(譯註:우에시바 깃쇼마루), 사범부장(譯註:도헤이 코이치), 사이토 사범(譯註:사이토 모리히로), 아리카와 사범(譯註:아리카와 사다테루) 등에게, 검도의 방식을 잊고 초심으로 돌아가서 가르침을 받았다.
평소에 하는 체술 연습에 검을 쥐면 바로 합기검법이 된다. 그 상태에서 찌르면 기(気)가 천리 밖에까지 나가고, 내려 배면 땅을 가른다. 그런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배웠다.
창시자의 검술 연무는 옛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었다. 그 중에도 오른손으로 목검을 내밀어, 그 끝을 옆에서 누르게 해도 미동하지 않는 그 호흡력에 사람들은 감탄했다.
지금은 사범이 되어 외국에 지도하러 나가 있는 타무라(譯註:타무라 노부요시), 노로(譯註:노로 마사미치), 치바(譯註:치바 카즈오) ,스가노(譯註:스가노 세이이치) 등이 5단이었던 시절에 열심히 검 끝을 밀고 있던 모습이 기억이 난다. 즉, 검을 가지면 검이 자신의 신체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자신의 몸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즉 체술과 검의 일체가 된 모습일 것이다.
자, 나는 자신은 아직 미숙하지만, 가끔 도장에서 기본을 모르는 상태에서 검을 휘두르는 사람들을 볼 때가 있다. 다만 그렇게 하는 것 보다는 적극적으로 선생님들에게 올바른 방식을 듣고서 합기원리에 부합하고 합기도에 도움이 되는 동작을 연구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그런 마음으로, 단편적이긴 하지만, 옛날 수업자의 말을 참고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아서 아래와 같이 적어보았다.
(어디까지나 참고하기만 하라는 것이며, 평소의 가르침을 받고 있는 사범의 가르침을 확실하게 몸에 숙달 시킬 것)
◎ 목도를 잡는 법
『치바 슈사쿠(千葉周作)의 검술 초심연습 옛 마음가짐』에서는 ‘내가 입문한 사람들을 잘 살펴보니, 테노우치(手の内:검을 쥐는 손아귀)가 딱딱한 사람은 대부분이 사용법이 서툴고, 능숙한 사람이 적었다.
먼저 칼을 잡는데 있어서는, 소지를 살짝 죄고, 약지는 가볍게, 중지는 더욱 가볍게, 식지는 곁들이는 정도로만 대준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상대에게 (검격의)힘이 강하게 전달되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다.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蔵)의 『오륜서(五輪の書)』 에도 비슷한 내용이 적혀 있다.
「칼을 잡는 방법은, 엄지/식지는 살짝 띄울 정도로 잡고, 중지는 죄지도 풀지도 말고, 약지/소지를 죄어주는 느낌으로 잡을 것. 테노우치와 손잡이의 사이에 틈이 있는 것은 좋지 않다. 칼을 잡는다는 의식을 가지기만 하면 좋지 않다. (무언가를)베는 것이라는 의식을 가지고서 칼을 잡을 것.」
모두 테노우치의 중요한 포인트/방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검은 곧 테노우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합기도에서 흔히 말하는 것처럼 팔을 피고 수도(手刀)를 취하면 손끝에서, 칼을 들면 칼끝에서 기가 나와야 한다.
더 나아가, 사람을 상대할 때는, 칼끝을 통해, 상대를 향해 기가 나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테노우치가 딱딱하고, 팔의 힘으로 칼을 휘두르고 있는 사람은, 목도를 잡은 손에서 기가 멈추며, 이는 합기의 가르침을 어기는 것이다.
칼을 휘두를 때, 중심이 되는 것은 왼손이다. 칼을 왼손으로 충분히 크게 들어 올린다(머리 위 약 45도에 보다 뒤로 빠지지 말 것. 칼끝이 너무 뒤로 내려가면 기가 풀려버린다).
칼을 베어 내렸을 때, 칼날은 거의 수평이 된다. 칼끝이 수평보다 내려가버리면, 왼손의 사용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도 좋다.
호흡력으로 내려 베는 것이다. 그 때 오른손에 힘이 들어가면 매우 안 좋다.
오른손에 힘이 들어가면, 내려 베는 도중이나 내려 베고 내서, 칼이 기울어지거나 흔들려서 위치가 안정되지 않으며, 진검으로 무언가를 베어도 잘리지 않는다.
오른손은, 칼끝이 올바른 방향을 향하도록 안정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다음으로 자세에 대해서 『오륜서(五輪の書)』에 적혀 있는 내용을 참고하여 검토해 보겠다.
「하나, 병법의 몸가짐에 대해서
몸가짐, 얼굴은 고개를 숙이지 않고, 올리지 않고, 옆으로 기울이지 않고, 비틀지 않는다. 입을 벌리지 않고, 이마에 주름이 생기지 않게 하고, 미간에 주름이 생기지 않고, 눈동자를 고정하고, 눈을 깜빡이지 않고, 눈을 너무 크게 뜨지 않는다. 표정은 느긋하게, 콧등을 세우며, 살짝 아래턱을 내미는 것과 같이 한다.
목은 뒷덜미를 곧추세우고, 목덜미에 힘을 주어, (팔을 뺀)어깨부터 전신을 동등하게 인식하여, 양 어깨를 내리고, 등덜미를 편안하게, 엉덩이를 내밀지 않고, 무릎에서 발끝까지 힘을 주어, 허리가 굽어지지 않게 복압을 걸어, (복압을 통해)배를 와키자시(譯註:일본도의 일종)에 밀착시켜, 허리띠가 느슨해 지지 않도록 한다.(이를 ‘쐐기를 박다’라고 하는 가르침이 있다.)
이 모든 것이 병법의 몸가짐이니, 평소에도 이 몸가짐을 유지하는 것이 긴요하니, 능히 음미하라.」
적혀 있는 내용에는, 합기도에서 평소에 자주 듣는 말이 많다.
어깨를 유연하게 하고, 힘을 주지 않고, 턱을 당기고, 키를 곧게 펴고, 머리는 앞뒤로 기울어지지 않게, 단전에 기를 넣어 몸이 자연스러워지는 것이다. 즉 자연체이다.
그리고 이것을, 합기도를 연습할 때만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합기도의 마음가짐과 올바른 자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이다.
평소에, 흔히들 말하는 아주 당연한 것이지만, 이 당연한 것이, 좀처럼 실천하기가 힘들다.
어느 선사(禅寺)의 연수회 때 나온 말이다.
「우리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할 수 있도록, 매일 수행하는 것이지, 특별하게 어려운 것, 이상한 것을 하는 게 아니다」
수행이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도라고 해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당연한 것을, 정직하고 올바르게 지도 받으며 자연스럽게 스스로 실천하는 것. 그리고 꾸준히 연습해 나가는 데에 진보가 있다. 그렇다고 해도 막상 하려고 보면 어려운 것이다. 다같이 힘내자.
<1969년 3월 10일 합기도세계본부 발행 합기도신문 104호에 기재된 기사 내용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