合氣道 쟁점 묻고 답하기(7)

Q : 그런데, 국내 Hapkido인들은 단체를 만들어서 대한체육회에 회원으로 가입하려고 합니다. 가능한 일입니까?

 

A : Hapkido 단체가 결국에는 대한체육회에 가입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Hapkido 단체가 어떤 억지를 부릴 것인지, 또 우리나라 체육 당국이 과연 이를 받아들일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잘못된 시도라는 점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국제 스포츠 행정 조직에 대해 간략히 살펴본 다음 국내로 돌아와야 이해하기 쉽습니다.

 

앞에서 인용했던 김정환의 논문 중 다른 곳의 내용을 가져와 보겠습니다.

 

“아이키도가 GAISF에 먼저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동일한 한자를 사용하는 한국의 합기도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으나, GAISF에 가맹하는 단체의 명칭은 알파벳 표기를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유사한 경기 형식을 갖춘 무에타이와 킥복싱도 동시에 가입이 되어있는 상태이다. 한국의 합기도와 일본의 아이키도는 관절꺾기를 주로 사용한다는 것을 제외하고 무도 수행의 형태에도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다. 비단 GAISF 가입의 문제로 무명의 사용유무를 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자료 출처 : 김정환, 「대동류 유술의 한국 유입에 관한 합기도사적 고찰」,

용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4, pp.72~73.>

 

* 주 :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한다. ‘무에타이와 킥복싱’의 예는 논문 작성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로 적절하지 않다. 둘은 서로 다른 격투기이기 때문에 너무나 당연하게 각각의 이름으로 국제 스포츠 기구에 가입하였다. 시비가 생길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合氣道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에시바의 무도 이름을 마음대로 가져다 썼기 때문에 시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을 헷갈리게 만들었다는 의미에서 논문 작성자가 ‘무에타이와 킥복싱’을 예로 든 것은 악의적인 논리 왜곡이거나 큰 실수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논문을 쓴 사람의 말이 맞을까요?

 

 

먼저 ‘국제경기연맹’이라는 용어를 설명하고 시작하겠습니다. 국제경기연맹은 각 경기 종목별 세계 최고의 총괄 기관으로, 국제적으로 적용되는 아마추어 스포츠 규정과 경기 규칙을 제정합니다. 영어로는 ‘International Federation’이라고 하며, IF 또는 IFs라는 약자로 표기하기도 합니다. 국제경기연맹(IF)은 각국에서 해당 종목을 대표하는 국가경기연맹(National Federation, NF)을 회원으로 두고 있습니다. 만약 국가경기연맹(NF)이 국제경기연맹(IF)에 가입하지 않으면 그 나라는 올림픽대회는 물론이고 각종 국제 경기에 참가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세계축구연맹(Federation Internationale de Football Association, 이하 FIFA)이 바로 대표적인 국제경기연맹(IF)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대한축구협회(Korea Football Association, KFA)는 축구 종목의 대한민국 국가경기연맹(NF)이며, FIFA에 회원으로 가입해 있습니다.

 

合氣道는 어떨까요? 合氣道 종목의 국제경기연맹(IF)은 국제합기도연맹(國際合氣道聯盟, International Aikido Federation, 이하 IAF)입니다. 그리고 대한합기도회(大韓合氣道會, Korea Aikido Federation, KAF)가 IAF의 회원으로 가입해 있습니다. IAF는 ‘1국가-1단체’ 정책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IAF가 우리나라의 회원 단체로 인정한 것은 대한합기도회 뿐입니다.

 

 

‘국제경기연맹(IF) – 국가경기연맹(NF)’, 이 관계를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다음으로 Sport Accord(스포츠 어코드)국제올림픽위원회(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이하 IOC)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Sport Accord* 는 올림픽 종목과 비올림픽 종목을 망라한 국제경기연맹(IF)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습니다. 각 국제경기연맹(IF)이 활동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고, 중요한 안건을 결정하고, 공동의 관심 사안을 조정하는 ‘스포츠계의 UN’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본부는 스위스 로잔에 있습니다.

 

2017년 5월 기준으로 92개의 국제경기연맹(IF)이 Sport Accord에 정회원으로 가입**하였는데 IAF도 그 중 하나입니다.

* 위 김정환의 논문에 나오는 GAISF(General Association of International Sports Federations,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가 바로 Sport Accord의 전신(前身)이다.

1967년 GAISF가 처음 생길 당시 영문명은 General Assembly of International Sports Federations였는데, 1976년에 Aseembly를 Association으로 바꿔(약자는 GAISF로 유지)서 2008년까지 사용했다. 우리나라의 유명인물 김운용(1931~ )이 GAISF의 회장을 역임(1986~2004)한 바 있다.

2009년 GAISF는 Sport Accord로 개명했다. 그리고 2017년 4월 7일 Sport Accord 총회에서 다시 옛날 이름 GAISF(Global Association of International Sports Federations)로 돌아가기로 결의했다. General이 Global로 바뀌었을 뿐 약자는 GAISF 그대로이다.

Sport Accord는 총회 결과에 따른 사후 조치로 로고를 바꿀 예정인데, 아직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시점에는 아직 유지되고 있는 Sport Accord의 로고를 사용할 것이다.

** 국제경기연맹(IF)이 Sport Accord의 정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①하계 스포츠 IF는 최소 3개 이상의 대륙에서 모인 최소 40개 이상의 국가경기연맹(NF)으로 구성되어야 하고, ②동계 스포츠 IF는 최소 2개 이상의 대륙에서 모인 최소 25개 이상의 국가경기연맹(NF)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이 때 종목당·국가당 1개의 국가경기연맹(NF)만 인정한다.

 

 

그리고 IOC는 올림픽대회를 주최하는 위원회입니다. 올림픽에 참가하려는 나라는 국가올림픽위원회(National Olympic Committee, 이하 NOC)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대한체육회가 대한민국의 NOC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본부는 Sport Accord와 마찬가지로 스위스 로잔에 있습니다.

 

올림픽 대회에서는 IOC가 공인한 국제경기연맹(IF)의 경기만 할 수 있으며, 앞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국가경기연맹(NF)에 가맹하지 않으면 올림픽 대회에 참가할 수 없습니다.*

* IOC 헌장 제44조(초청과 참가신청)

1. IOC는 개회식 1년 전에 모든 NOCs에 올림픽대회 참가 초청장을 발송한다.

2. IOC의 승인을 받은 NOCs만이 올림픽 대회 참가 선수명단을 제출할 수 있다.

(중략)

4. NOC는 국가경기연맹의 추천을 받아 참가선수 명단을 작성한다. NOC는 승인한 참가선수명단을 조직위원회에 송부하고, 조직위원회는 참가선수 명단을 수리한다. NOCs는 국가경기연맹이 제안한 참가선수 명단의 타당성을 조사하고 인종적, 종교적 혹은 정치적 이유 또는 기타 형태의 차별로 배제된 선수가 없도록 한다.

(이하 생략)

 

제44조 부칙

5. 만일 어떤 국가에 IOC의 승인을 받은 NOC는 있으나 특정 종목의 국가경기연맹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해당 NOC는 IOC 집행위원회와 해당 종목 을 관장하는 IF의 승인을 받아 개별적으로 해당 종목의 선수를 파견할 수 있다.

 

또한 올림픽대회는 IOC가 총괄하지만, 경기의 기술적인 사항은 해당 국제경기연맹(IF)이 관여하도록 IOC 헌장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 IOC 헌장 제46조(올림픽대회에서 IFs의 기술적 책임)

1. 각 IF는 올림픽대회에서 관할 종목의 기술 관리 및 지시에 대한 책임을 진다. 일정, 경기장, 훈련장 및 장비를 포함하여 경기와 관련된 제반 사항에 관한 해당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이와 같은 제반 준비사항에 관하여 조직위원회는 해당 IFs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2. 조직위원회는 각 종목의 계획 및 실행에 대해 국제연맹(IF)과 긴밀히 협조하여 업무를 추진해야 하며, IOC 집행위원회의 관리감독에 따라 특정 책임소재에 관해서도 해당 국제연맹과 의견을 같이해야 한다.

(이하 생략)

 

제46조 부칙

1. 올림픽대회에서 국제연맹의 권리 및 책임

IFs는 올림픽대회의 제반 사항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권리와 책임을 가진다.

1.1 해당 종목, 세부종목, 세부경기에 대한 적합한 규칙·규정·요건을 제 정한다. IFs는 늦어도 올림픽대회 개회 3년 전까지 조직위원회, IOC 및 NOC들에게 대회 기간 경기장에서 갖춰져야 할 기술적 요건의 요소 및 사용되어야 할 스포츠기구에 대해 알려야 한다. 해당 IFs는 IOC 집행위원회에서 정한 가이드라인에 저촉되지 않는 한, 특정 회사 혹은 회사들의 스포츠제품을 사용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1.2 올림픽경기의 최종 결과와 순위를 결정한다. 조직위원회는 매 경기 직후 이러한 결과를 전자적(electronic) 방식으로 IFs에 통보해야 하며 그 비용은 조직위원회가 부담한다. 이후 해당 종목의 IF는 이러한 경 기 결과를 자신의 공식 웹사이트에 게시할 권리를 갖는다.

1.3 IOC 집행위원회의 관장 하에서 올림픽대회 기간 중 경기와 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해당 종목의 경기장 및 훈련장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다.

(이하 생략)

 

축구 종목을 예로 들면, FIFA는 IOC가 인정한 국제경기연맹(IF)입니다. 그래서 IOC가 올림픽이라는 판을 깔아주면 FIFA가 올림픽 대회에서 축구 종목의 진행을 주관합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FIFA의 회원이면서, 축구 종목으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경기연맹(NF)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축구 선수들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다시 Sport Accord로 눈을 돌려 보겠습니다. Sport Accord에는 올림픽 종목과 비올림픽 종목을 망라한 국제경기연맹(IF)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고 했는데요. Sport Accord에 가입한 국제경기연맹(IF)은 다음과 같이 4개의 종류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하계올림픽 종목 협의회(Association of Summer Olympic International Federation, 이하 ASOIF)의 회원 단체<예: 세계축구연맹(FIFA) 국제육상연맹(IAAF,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Athletics Federations) 등>

동계올림픽 종목 협의회(Association of International Olympic Winter Sports Federations, 이하 AIOWF)의 회원 단체<예: 국제빙상연맹(ISU, International Skating Union), 국제스키연맹(FIS, Fédération Internationale de Ski) 등>

IOC 공인 종목 협의회(Association of the IOC Recognised International Sports Federations, 이하 ARISF)의 회원 단체<예 : 세계공수도연맹(WKF, World Karate Federation), 국제우슈연맹(IWF, International Wushu Federation) 등>

독립 종목 연맹 연합(Alliance of Independent recognised Members of Sport, 이하 AIMS)의 회원 단체<예: 국제합기도연맹(IAF), 국제무에타이연맹(IFMA, International Federation of Muaythai Amateur), 세계킥복싱연맹(WAKO, World Association of Kickboxing Organizations) 등>

 

이 관계를 그림으로 옮겨보겠습니다.

 

 

IAF는 Sport Accord의 정회원입니다. 1984년에 회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AIMS에 속한 23개 종목단체 중 하나입니다(그림에서는 IAF만 표시함). 그런데 2016년 4월 20일, AIMS와 IOC가 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 양해각서)를 체결합니다. MOU란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 전 당사자 간 합의한 내용을 기록한 문서’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AIMS와 IOC는 앞으로 관계가 더욱 돈독해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MOU를 체결함으로써 AIMS와 AIMS에 속한 종목단체의 위상이 높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앞으로 새로운 올림픽 종목이 나온다면 그것은 ARISF에 속한 단체의 종목일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 IOC에서 인정하는 스포츠 종목이 나온다면 그것은 AIMS에 속한 단체의 종목일 것입니다.

 

자,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주요 국제 스포츠기구가 인정하는 合氣道는 Aikido입니다.

 

물론 Hapkido도 세계 여러 나라에 보급돼 있고, 국제 Hapkido 조직도 여러 개가 있긴 합니다. 그 중에 세계합기도연맹(WHF, Federation of World Hapkido)이나 세계합기도총연맹(WHC, World Hapkido Confederation) 같은 단체는 IOC가 인정한 수많은 단체(Organisations recognised by the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중 하나인 세계생활체육총회(The Association For International Sport for All, 이하 TAFISA)*에 회원으로 가입해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합기도연맹에서는 TAFISA의 회원이 되었을 때 ‘국제 스포츠 기구가 Hapkido라는 종목을 공인한 것’이라고 홍보했습니다.

 

* TAFISA : 1991년 각국의 전통 스포츠를 보존하고 생활체육을 장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 본부 독일 프랑크푸르트. 전세계 약 160개 국가에서 300개 이상 단체가 회원으로 가입. 1992년부터 4년마다 생활체육인의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는 ‘World Sprt For All Games’를 개최. 가장 최근에는 2016년 인도네시아에서 대회가 열렸고, 2008년에는 부산에서 대회를 유치하였음.

 

하지만 TAFISA의 위상은 IOC가 인정한 단체(Organisations recognised by the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중에서도 국제경기연맹협회(IF Associations) 그룹*에 해당하는 Sport Accord, ASOIF, AIOWF, ARISF, AIMS에 한참 못 미칩니다.

* 주 : 글을 작성하는 시점에 IOC는 웹사이트에서 Sport Accord를 GAISF라고 기재하고 있다. 그러나 GAISF에 링크된 인터넷 주소를 따라가면 아직 Sport Accord의 웹사이트로 연결된다. 그래서 여기에는 Sport Accord라고 썼다.

 

생활체육이란 ‘개인 또는 단체가 일상생활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하여 참여하는 자발적인 신체 활동’을 말합니다.* 그래서 TAFISA의 가입 조건은 Sport Accord, ASOIF, AIOWF, ARISF, AIMS과 비교해 상당히 느슨합니다.

* 출처 : 두산백과

 

일례로 TAFISA에는 스페인에 본부가 있는 ITTAF(International Traditional Taekwon-do Federation)이라는 태권도 단체가 가입해 있습니다. 독일에 본부가 있는 WKC(World Karate Confederation)이라는 공수도 단체도 가입해 있습니다. 모두 해당 종목의 군소 단체입니다. TAFISA는 설립 목적상 이러한 군소단체가 가입하는 것에 크게 제한을 두지 않는 것입니다. 또, 같은 종류의 스포츠라도 하나의 국가에서 서로 다른 단체가 가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계적인 규모를 가진 국제경기연맹(IF)이 Sport Accord 같은 기구에 정회원으로 가입하는 것과 큰 차이가 있지요.

 

따라서 어느 Hapkido 종목 단체가 TAFISA의 회원이 되었다고 해서 ‘국제 스포츠 기구가 Hapkido를 공인했다’고 하는 것은 침소봉대(針小棒大)입니다. 앞으로도 Hapkido 종목으로는 주요 국제경기연맹(IF)에 가입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