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라시 도장 40주년 행사 다녀오다 -김도형 후기-

하네다 공항 도착

지난 6/3일부터 1박2일 시행한 이가라시 도장 40주년, 도력 60주년 기념 합숙 행사에 참가했습니다. 예전부터 일본 행사에 참가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던터라 이번 행사에 고민없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출발 첫날 공항에서 회장님과 회원분들을 만났는데 코로나 해제 직후라 그런지 참석인원은 많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짧은 여정임에도 불구하고 회장님과 사모님 짐이 매우 큰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이유가 고바야시 선생님과 이가라시 선생님등 각 선생님들께 드릴 선물들을 가져가시느라고 짐가방이 굉장히 컸던것입니다.

회장님께서 애쓰심을 느끼면서 함께 이 여정을 같이할 회원분들과 간단히 인사하며 설레이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도착 첫날. 일본 남쪽으로 다가오는 태풍 영향으로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우산을 썻지만 억센 비바람에 바지가 다 젖은 채 저녁에 이가라시 도장을 방문하였습니다. 좁은 현관문에서 신발을 벗고 비좁게 예를 갖추고 도장에 들어갔는데 마침 막 수련시간이 끝났는지 이가라시 사범님께서 다다미에 누워 맛사지를 받고 계시는 모습이 재밌었습니다.

마사지 치료 받고 있는 이가라시 선생

전체적인 도장 분위기가 매우 고즈넉하고 무도 수련장의 냄새가 물씬 나는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그리고 많은 서양 외국인이 수련을 받고 있었음에 놀랐고 – 아마 행사 참석차 방문한 수련인 듯 합니다 – 또 더욱 놀란 것은 서양인들이 수련마친시간 이후 도장내 청소나 다다미 이동등 허드렛일을 도맡아 바삐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매우 신기해 보일 정도였습니다. 게다기 일본어도 유창해보이진 않지만 그럭저럭 의사소통이 될 정도로 잘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매니아의 끝장판을 보고 있는 듯 했습니다.

얼마나 아이키도를 사랑했으면 종주국 일본까지 와서 도장에서 봉사하면서 수련하고 있을지 그 애정을 상상해보았습니다. 우리 일행은 이가라시 사범님께 인사하고 회장님과 사모님께서는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상별의 시간들을 기쁨과 수다로 이가라시 사범님과 부인과 함께 마치 친구 처럼 즐거워하면서 보내시고 회포를 푸셨습니다. 우린 다시 계속 퍼붓는 빗줄기를 뚫고 숙소로 돌아와 다음날 합숙 일정을 점검하고 합숙의 설레임과 내가 과연 연달아 이어지는 수련 클래스를 버텨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을 가지면서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아이키도를 만나면서 인생 행로가 완전히 뒤바뀐 삶

드디어 합숙 첫째날! 버스를 타기 위해 이른 아침 어느 초등학교앞 약속된 장소로 갔는데 여기서도 또 몇몇 서양인들이 모이는 사람들을 안내하고 질서있게 버스 좌석을 지정해주고 하는 모습이 또 신기했습니다. 물론 봉사일거라고 생각이 들면서 아마도 이들도 일상의 삶을 살다가 어느 사연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이키도를 만나면서 인생 행로가 완전히 뒤바뀐 삶이 되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키도를 만들고 보급한 일본의 이 무도 문화와 아이키도의 그 어떤 무엇이 그렇게 이사람들을 일상의 삶을 포기하고 이곳 일본에 와서 수련과 희생의 삶을 살고 있는지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이들은 아이키도가 저처럼 취미로 하는 운동은 아닌 듯 싶습니다. 인생 그 자체로 보였습니다. 그들의 정신과 삶의 지표를 완전히 바꿔놓은 것이 됩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희생의 모습이 나올 수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분명한 것은 아이키도라는 운동은 이들을 볼 때 사람을 나쁜 모습으로 인도하진 않고 무언가 善의 방향으로 사람을 인도하고 있다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우리는 등산이라던가 자전거 헬스 골프 등등 많은 운동을 취미로 하고 있습니다만 어느 운동이 이렇게 사람을 타인을 위한 희생의 시간을 갖게 할까요? 제가 살아오면서 이런 모습은 한번도 보질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항상 우리는 경쟁 우위가 먼저인 듯 합니다. 골프 타수를 서로 자랑한다든가 히말라야를 가보았다던가 식스팩이 있고 없고라던가 말입니다. 이들을 보면서 아이키도 운동에 대한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1시간반정도 걸려서 숙소에 도착하여 미로와 같은 복도를 지나 겨우 찾을 수 있는 방을 배정 받고 맛있는 점심 식사후에 드디어 기다리던 첫 강습인 이가라시 사범님의 클래스를 ‘엄청 구르겠지‘ 하는 걱정을 하면서 들어갔습니다. (클래스를 사범님에 따라 정할 수 있음) 사범님께서는 어떤 호흡법과 합기의 원리를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려가면서 설명을 하는 시간을 많이 할애하셨습니다. 정말 너무 도움이 되는 클래스였습니다.

호흡법과 합기의 원리를 설명하는 이가라시 선생

다행히 아침에 버스안에서 안내를 해주었던 서양인이 통역을 해주어 어느 뜻인지 대강은 이해가 되었습니다. 호흡법이란 말도 굉장히 어려웠는데 그야말로 말그대로 호흡법의 의미를 설명해주셨고 합기의 원리도 개조 우에시바 모리헤이 선생님께서 정립했던 것으로 보이는 원리(一元, 二元, 三元, 四元)를 우리에게 설명해주셨습니다. 그 원리에 따라 호흡던지기라던가 기본기 연습을 시켰습니다. 구르면서 즐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를 알아간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것 같습니다.

젊을 때 왜 이 무도를 몰랐을까라는 가벼운 탄식이 

두 번째 클라스는 스와 선생님이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서로 ’앞에 나란히‘ 자세에서 손끝을 가볍게 쥐듯이 대고 서로 밀고 당기고를 느껴보라고 하면서 연습을 시키셨습니다. 이 느낌을 가지고 사방던지기 연습을 하라고 시키셨는데 저는 그 느낌이 잘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정말 갈 길이 멀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젊을 때 왜 이 무도를 몰랐을까라는 가벼운 탄식이 구르는 가운데 절로 나오게 됩니다. 그렇지만 사방던지기가 예전보다는 기술 표현의 요령을 알았기에 더 재밌어졌다는 것은 得이었습니다.

검으로 설명을 하고 있는 이가라시 선생

세 번째 클라스는 다시 이가라시 선생님 클라스였습니다. 이번 클라스에서는 선생님께서 검술 위주로 하셨는데 구미다치 1번 하나만 가지고 거의 20-30분을 설명해주신 것 같습니다. 제가 일본어 청취가 안되다 보니 제대로 설명을 들을 수 없던 것이 너무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물론 통역이 있었지만 띄엄띄엄해주어서 그 깊은 의미를 전달받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일어공부를 어느 정도는 해놔야겠다는 다짐이 생겼습니다. 이가라시 선생님께서 검을 잡을때의 눈빛과 그 빠른 몸놀림이 80을 바라보는 나이에 아직도 살아있음에 경이로왔습니다. 그리고 춤을 추듯이 상대를 제압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시는 모습에 40년의 道歷이 묻어나옴을 보는 듯 했습니다.

각국의 회원들과 선생들을 소개하는 자리

합숙 첫날은 너무나도 깊이 있는 마치 대학원과정의 아이키도 강습들이었던 것 같아서 윤회장님께 서울에서 복습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을 정도로 매우 난이도가 높았던 것 같았습니다. 모든 강습을 마치고 욕탕에서 샤워를 하고 (저는 스즈키 사범님과 함께 욕탕에 몸을 담궜습니다. ^^) 푸짐한 저녁식사와 술과 함께 각 선생님들 인사 그리고 각 나라별 도장별 인사등 친교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이키도가 심오한 운동이라는 것 외에 또 다른 매력적인 것은 이렇게 전 세계인과 한자리에서 친교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후지산이 보이는 야마나카 호수에서 기념사진

합숙 둘째날! 5시반 기상하고 바로 즉시 집합해서 후지산이 바라보이는 호수를 산책하였습니다. 어젯밤 술자리로 인해서 사람들 얼굴이 부스스해 보이는게 재밌었습니다. 고바야시 선생님도 나오시고 이가라시 선생님도 부인과 함께 나오셔서 산책을 하셨습니다. 다행히 날씨가 개고 맑아서 후지산 전체를 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후지산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호수를 따라 가볍게 산책하면서 어제 술을 함께 마신 사람들과 보다 정겹게 눈인사를 하면서 맑은 공기와 경관을 즐겼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시라카와 선생님께서 미소기(禊)라는 노젓기 운동과 단전에 두 손을 모아 상하로 흔드는 운동을 가르쳐주셨습니다. 그동안 노젓기 운동을 단순히 양팔을 다리와 함께 앞뒤로 움직이면서 했는데 시라카와 선생님께서는 팔을 내릴 때는 등의 견갑골을 굽히고 팔을 들어올릴 때 어깨를 힘껏 펴면서 하늘을 쳐다보라고 하셔서 그대로 따라하니 등과 가슴이 굽히고 펴지는게 제대로 운동이 됨을 느꼈습니다. 또한 단전에 두손을 모아 흔드는 행위는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궁금했지만 일어로 설명을 하셔서 몰랐다가 위키백과에 한번 찾아보니 일종의 종교 예식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합기도에서 받아들여 노젓기 운동과 함께 단전에 힘을 주고 몸을 떨게 하면서 氣를 돌게 하는 행위로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장소에서는 영화배우 같은 외모를 가진 스즈키 선생이 지도하고 있었음

마지막날은 두 클래스가 있었고 첫 클래스는 시라카와 선생님 시간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천지던지기와 호흡던지기위주였는데 천지던지기를 엇서가 아니라 맞서형태로 가르쳐주셨습니다. 엇서형태로는 상호 팔의 위치가 어긋나 우케미 위치의 사람이 불리하다고 해서 맞서 형태로 천지던지기를 알려주셨습니다. 왼팔과 오른팔의 역할을 알려주셨는데 서로 나선형의 원리로 해보라고 알려주시고 연습을 시키셨습니다. 처음 해보는 거라 조금 어색했는데 나중에는 비슷하게나마 되었습니다. 천지던지기가 새로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선생님의 몸놀림이었습니다. 너무나도 가벼웠습니다. 나중에 연세를 확인해보니 아마도 80을 바라보실거라 했습니다.

장 던지기를 설명하시는 고바야시 선생

한 동작을 가르쳐주시면서 또 반대로 우케를 해주시는데 수신동작이 30대 젊은 사람의 몸동작이라고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닌 듯 했습니다. 정말 놀라웠습니다. 제가 좀 반성이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합숙 수련의 마지막 클래스는 고바야시 선생님으로 수강했습니다. 스즈키 선생님 시간도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그래도 은퇴하실지도 모르는 고바야시 선생님 클래스로 하였습니다. 장위주로 클래스를 진행하셨는데 평소 걸음걸이도 약간 뒤뚱거리시고 늘 의자에 앉아 계시는 모습이 너무나도 동네 할아버지 같은 모습이었는데 도복을 입고 앞에서 장을 들고 가르치시는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연습시키고 나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거의 모든 수련생을 빠짐없이 지적해주시고 교정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정성과 후배들에 대한 애정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90이 가까운 고바야시 선생의 우케를 받기 위해 나오고 있는 80을 바라보는 시가카와 선생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이렇게 모든 강습을 마치고 각 나라별 도장별 소규모 연무시간을 가졌는데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명연무는 세계본부도장 스즈키 사범의 화려한 연무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고바야시 선생님과 시라카와 선생님 두분의 연무가 가장 명연무였다고 생각됩니다. 한분은 90을 바라보시는 나이고 한분은 80을 바라보시는 나이 두분이 선배는 던지고 후배는 구르는 모습을 보면서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그 긴 세월 같은 운동을 하면서 도장도 많이 생기고 일본외 다른 여러나라도 많이 진출하고 수많은 후배를 배출하면서 겪었던 수많은 즐거움과 괴로운 갈등의 시간들이 서로 합을 맞추는 이 연무에 다 묻어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단순히 취미를 떠나서 이제는 삶의 한부분으로

던지는 고바야시 선생님께서는 고맙다고 외치는 것 같고 우케를 받으시는 시라카와 선생님은 고생하셨다고 외치는 동작인 듯 보였습니다.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행사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그 감동은 아직도 남아있는 듯 합니다. 이번 방문은 저로 하여금 아이키도라는 운동을 단순히 취미를 떠나서 이제는 삶의 한부분으로 되어지게 될 것같다는 생각이 드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분당도장 김도형)

합숙훈련을 모두 마치고 기념사진